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간 법안 중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한 여야의 견해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사법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준사법기관으로 검찰에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검찰외의 기관, 예컨대 공소권을 갖춘 공수처를 추가로 허용할 것인가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즉 한편에선 세계 어디에도 공소권을 가진 공수처 같은 준사법기관은 없다라는 주장에 대해, 또 다른 쪽에선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입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검찰이 사회문제의 최종심판자로 나서고 있다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 기소권을 보유한 공수처를 지지하는 논거 기소권을 보유한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한 논거는, 로마법언 또는 common law의 언급처럼, 일반적으로 자기 정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수사권 및 기소권이 있는 기관이 검찰을 통제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심판자이면서 당사자로서 활동할 수 없으므로, 사람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로마법언)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는 경우에 자기 사건을 자신이 조사 할 수 없다.”(미국 common law)] 즉 자기편 사건을 자기기관이 제대로 수사, 기소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
1990년대 이후 부상한 라틴아메리카의 좌파정부들이 우파 정당들에게 정권을 빼앗기며 퇴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선 현재 극우 성향 정당인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메시아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정권을 맡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대통령은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 '열대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극우 정치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칠레에선 현재 좌파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을 이어 중도 우파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대통령입니다. 그는 억만장자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라틴아메리카의 다수의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와 결별하고 우파 정당을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부의 퇴보, 그 원인은? (이상현외) 우선 유권자들의 좌파정부에 대한 반감은 좌파정부의 평등 지향적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좌파정부의 부상은 극심한 빈부격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를 극복해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좌파정부의 정권획득으로 이어졌고, 좌파정부는 극빈층의 지원정책〔브라질 룰라정부의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베네수엘라의 미션(Misión), 아르헨티나의 헤페스 이 헤파스 데 오가르(Jefes y Jefa
사회전체의 행복을 위해 개인과 소수자의 이익과 권리는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정의도 목적이 아닌 사회적 행복을 높이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결과주의와 전체주의에 빠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때문에 롤즈(J. Rawls)는 다수자의 기본적 자유의 확보를 위해, 개인 특히 소수자의 기본적 자유를 희생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 이와 같은 결과주의와 전체주의를 야기하는 사상은 존 스튜어트 밀(J.S. Mill)의 정의관으로부터 비롯됩니다. ◆ 밀의 정의관 어떤 지역의 국회의원이 일부 유권자들에게 돈을 주고 당선되었습니다. 그 지역외의 전체 유권자들은 그 국회의원에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그 의원은 자신의 공적(功績)으로 당선 된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정당하게 선거운동을 한 다른 후보들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한 방법은 그 의원이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밀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언제나 기쁨과 만족을 안겨준다.”라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정의에는 공적에 따른 분배, 위반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회적 약자에게 꿈같은 소리입니다. 부모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예컨대 부모의 학력, 부모의 인맥, 입시에 대한 정보력)이 자녀의 고상한 취향과 스펙이라는 아비투스, 즉 문화자본을 축적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모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자녀의 문화자본이 명문 대학입학이란 문화자본을 낳습니다. 이는 다시 신분상승이란 문화자본과 고소득의 경제자본으로 이어집니다. 이러니,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학종의 성격 부모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이 빛을 발하는 분야가 대학입시 전형의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입니다. 학종이 활성화 된 때는 MB정부 시절입니다. 학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정부 시절 학생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정부 방침 아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 속에서 추진되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과 맞물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학생 모집 비율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을 우선으로 선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꿈과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입시 제도로써 기대를 모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서부 전선의 여러 곳에서, 적군끼리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였습니다. 심지어 독일군들이 영국군의 소총 사정거리 내에서 태연하게 걸어 다녔고, 영국군들은 그것을 보고도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선에서 어떻게 적군끼리 ‘공존공영’이 가능 했을까요? ◆협력의 조건은 배반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그 이유를 상호작용의 계속성에서 찾습니다. 당시 공존이 가능했던 전선은 참호전에서 서로 오랜 기간 대치하고 있던 영토들이었습니다. 참호전의 소부대 병력은 상당한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맞대고 상호작용을 해야 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관계가 오래 지속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상호작용의 지속은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반에는 배반으로 갚는 신사적인 호혜주의(눈에는 눈, 이에는 이 :Tit for Tat)가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상호작용이 곧 끝날 것 같다면 협력 대신 배반이 정답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둘 다 배반하면 둘 다 1의 수익을 얻습니다. 또한 내가 배반하고 상대가 협력하면 자신은 5의 수익을, 상대는 0의 수익을 얻습니다. 때문에 나는 어떤 경우에든 배반의
일본의 아베 신조 수상의 롤 모델은 그의 외조부인 총리를 역임한 기시 노부스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베수상은 기시와 구별되는 차별적인 정치 지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기시는 ‘가시적인 가치’를 추구한 반면, 아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겁니다. 가시적인 가치를 추구한 기시는 ‘생활보수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생활의 가치에 정책의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는 우파가 요구하는 헌법 개정에도, 좌파가 요구하는 안보조약 체결 거부에도 동의하지 않고, 소득증대·사회보장등을 통한 국민의 풍요로운 삶의 확립에 주력하였습니다. 기시는 안보투쟁의 상황에서 “야구장은 만원사례 아닌가”라며 가시적 가치를 소중히 한 정치인이었습니다. (남상욱) 반면 아베수상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즉 애국심등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인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애국심의 사례로 2006년 WBC에 참여해 일본을 우승으로 이끈 메이저 리거 이치로를 언급합니다. 이치로는 “고액의 연봉보다 세계1위를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말했는데, 아베수상은 이를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즉 美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베수상은 기시의 기술적 생활의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인 아베신조(安倍晋三)수상에겐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아베수상은 그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 国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일본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었다.” 자민당의 2012년 선거 구호에서도 ‘당당하고 상냥하며 자랑스러운 일본’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당당한 일본’은 같은 선거 캠페인의 또 다른 구호인 ‘일본을 되찾자’(日本を 取り戾す)와 연결됩니다. 여기서 ‘되찾을 것’은 일본인의 자존심을 높인 1964년의 도쿄올림픽 시절이나 소니의 워크맨이 출시되고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했던 1970~80년대 번영기의 일본을 뜻하지 않고, 메이지 유신 이래의 제국의 모습을 의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즉 아시아의 범위를 벗어나 미국 영국 독일과 대등하게 힘의 경쟁을 벌인 당당한 제국이 자민당의 또 다른 구호인 ‘당당하고 상냥하며 자랑스러운 일본’을 뜻한다는 겁니다. ◆아베의 꿈, ‘戰後체제로부터의 脫却’ 미래의 목표 달성은 과거로부터의 탈출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일본의 정치인 (특히 보수 정치인)들은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으로 실물자본, R&D투자, 교육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제도주의 학파들은 성장의 진정한 요인으로 제도를 강조합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제도는 생산함수 분석에서 총요소생산성에 해당됩니다. 효율적 제도가 성장을 촉진하는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제도에 내재되어 있는 유인체계, 즉 incentive에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황인학) 예컨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대기업에 의해 갈취된다면, 기술 개발의 유인은 사라지게 됩니다. 때문에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야 기술개발은 촉진될 수 있습니다. ◆ 정치발전은 효율적 제도의 함수 정치의 발전도 효율적 제도의 함수라 할 수 있습니다. 정치활동의 주체들이 효율적 제도가 결정하는 인센티브에 반응한 결과 정치의 질과 수준은 높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 후생과 직결되는 추가경정예산의 심의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인해 지연되고 있습니다. 향후 이 같은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소환제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엄밀히 말해 인센티브라기보다 사회적으로 해가 되는 활동에 벌을 주는 제도입니다. 부정적 행동을 억제하지만 긍정적 활동을
폭우가 쏟아지자 반지하는 화장실 변기의 오물이 거꾸로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반면 같은 시간에 저택의 푸른 잔디밭에 설치된 미제 텐트에는 물 한 방울 스며들지 않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이 같은 두 공간을 대비시키면서 양극화의 심각성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춥니다. 참담한 대비를 지켜보는 와중에, 그 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이에 대한 답은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정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 양극화 해소와 약자들의 시장에서의 길항력 양극화는 강자가 약자를 압도하는 힘의 불균형을 말합니다. 즉 자본과 노동,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가난한 자 간의 힘의 불균형 상황으로 묘사됩니다. 때문에 힘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조정시키는 것이 양극화 해소에 대한 해법이 됩니다. 정치의 목표도 이와 같은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제대로 된 정치체제의 구축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체제에선 정치영역에서 다수의 약자가 소수의 강자와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노동이 자본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청년이 장년과,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과 정치의 장에서 동등한 파트너십을 유지
“난 내가 한심해. 이번에도 실패했어.” “난 언제까지 고통에서 시달려야 하지?” 잇달아 실패하거나 남다른 고통에서 시달리게 되면, 마음은 자연히 웅크러집니다. 이 때 어떤 이는 자신을 야멸차게 타박하거나 원인을 외적 요인으로 돌리곤 합니다. 이를 테면, 자신이 쓸모없게 된 건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이 자신을 돌보아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가치감은 바닥을 드러냅니다. 반대로 또 다른 어떤 이는 그 역경을 수용합니다. 그리고 현실과 기대간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도전하며, 좁혀진 격차를 통해 가치를 높여갑니다. 그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불립니다. ◆건전한 자화상 : 자신감・ 가치감・ 소속감 자존감이 높은 이는 건전한 자화상을 지니고 있다고 정신분석가들은 지적합니다. 건전한 자화상은 세 가지 특징, 즉 자신감・ 가치감・ 소속감으로 구성됩니다. 자신감은 “나는 이 일을 해낼 수 있어.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처신해 나갈 수 있어”라는 믿음을 말합니다. 가치감은 “나는 뭔가를 내놓을 만한 것이 있어.”라는 내적 감정입니다. 그런데 자신감과 가치감의 크기는 소속감의 크기에 의해 좌우됩니다.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아주며 필요를 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