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표방하고 있는 정치체제는 이견 없이 ‘자유민주주의’체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가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의 답에는 의문부호가 찍힙니다. 정치영역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추구하면, 또 다른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있어서입니다.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의 구성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어울리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결혼생활에서 두 구성원이 조화보다 갈등을 보이듯이, 자유민주주의 두 구성도 그렇다는 겁니다. 자유주의는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간섭의 부재를 의미하는 자유에 근거합니다. 따라서 human right(인권)의 우선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인권 중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등의 기본권도 자유주의에 기초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유주의에서의 간섭의 부재인 자유는 개인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승자가 재화와 서비스를 독점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승인합니다. 반면
우리는 더 나은 패러다임의 등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떻게 생성될까요? 미국의 과학 사학자인 토마스 쿤(Thomas Kuhn)에 의하면,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던 정상과학 패러다임이 이상현상(extraordinary science)의 축적으로 인해 소멸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물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이상현상, 곧 반증을 용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증의 거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막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반증을 거부하는 사례로 ad hoc 가설 그리고 연역적 접근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 ad hoc 가설 (이찬우) ad hoc 가설이란 특정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관찰이 이루어질 경우, 그 이론에 부합하도록 도입되는 보조 가설(auxiliary hypothesis)을 말합니다. 이는 ‘T&A → E’ 로 기호화 될 수 있습니다. 즉 이론 T와 관찰 E에 관하여 ‘T → E’가 합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할 때, 이 이론을 주장하고 옹호하는 이들은 보조가설 A를 도입하여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외교정책은 궁극적 가치와 실용적 접근의 병존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영했다”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가치와 실용적 접근방식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습니다. 즉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시점에서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실용적인 접근이란 이론상 그리고 실제상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요? ◆실용주의란? (실용주의는 practical 또는 pragmatic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practical이란 말은 단기적 유용성을 강조하는 일상적인 태도를 뜻하고, pragmatic은 퍼스(C.S. Peirce), 제임스(W. James), 듀이(J. Dewey), 로티(R. Rorty)등이 발전시킨 미국 철학사조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집니다. 하지만 양자의 본질적 성격은 다르지
사회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시민의 정치참여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시민사회 구성원의 민주주의가 정의, 공정을 한 단계 높이는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참여정치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전제는 논리상 거짓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제가 참이 되기 위해선, 사회의 진보를 이끄는 바람직한 시민사회 구성원은 어떠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 발전의 선행조건은 능력보다 성향 퇴보와 진보의 분기점은 능력보다 성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발전의 필수조건에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일반의 상식과 달리, 성향· 마음가짐· 태도등이 진보의 선행요구조건이라는 겁니다. (김태영) 능력에 앞서 성향이 더 나은 변화의 선행조건이 되는 것은 거짓된 전제에 대한 집착이 거짓의 결론을 유도하게 되고, 이러한 오류가 지적 발전의 벽을 쌓아 올리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논증은 이 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1) 모든 포유류는 육지에서 산다.2) 모든 고래는 포유류이다. ---------------------------3) 모든 고래는 육지에서 산다. 이 논증의 결론이 거짓인 것은 1번 전제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나아감의 변화는 들어감의 변화에 정해집니다. 달리말해 들어감이 없다면 나아가지도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내부의 자기돌봄은 외부를 향한 시선을 위한 선행조건입니다. 예컨대 더불어 잘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로 나아가기 위해선, 자기돌봄·자기변형의 훈련이 구비되어져야 합니다. 즉 국가의 관직, 파당의 권력, 권력을 이용한 부의 축적, 적대하는 외부세력에 대한 변혁의 열정등 자기에게 속한 것에 대한 관심에 앞서, 파레시아스트의 직언과 자기성찰을 가지면서 자기 돌봄에 몰두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부를 향한 시선은 궁극적으로 외부를 향할 수 있는 조건과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겁니다. ◆ 들어감보다 나아감에만 관심을 두어서야 하지만 교만한 나머지, 변화의 순서를 逆으로 바꾸어, 자기변형의 들어감을 소홀히 하고 외부개혁의 나아감에만 몰두할 때, 외부시선에 대한 개혁의 효과는 저항에 직면하거나 정돈되지 않은 내부 모순의 폭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권력자들은 그간 내부의 자기변형을 외면한 채, 외부세력을 적폐로 규정하고 외부 모순의 청산에만 열을 올린 경향이 짙습니다. 대신 자신의 내부자들, 동조자들, 자신의 안녕에 기여한 자들에 대한 자기돌봄에는 눈감
전설적인 디바로 평가받는 이들은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들입니다. 여기에 기교와 음색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휘트니 휴스턴이 그렇습니다.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옹과 함께 90년대 3대 팝 디바로 꼽히는 그는 폭발적인 성량에다 한 음절을 쪼개 부르는 멜리스마 기교, 깊은 공명감이 뒷받침되는 음색, 게다가 듣는 이의 심금을 흔드는 감성까지 구비한 진정한 팝의 전설이었습니다. 그녀의 대표곡을 꼽는다면, 단연 영화 〈보디가드〉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휴스턴 버전의 <I Will Always Love You>이겠죠. 이 곡은 빌보드 핫 100 차트 14주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했던 팝의 여제 휴스턴은 보컬 파워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섭니다. 과다 흡연· 마약흡입뿐만 아니라 과도한 콘서트 투어로 인한 성대결절이 타고난 가창력을 망가뜨린 원인들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급기야 2012년 베벌리 힐스의 한 호텔에서 코카인 흡입에 의한 심장마비와 사고로 인한 익사로, 화려함과 추락이 교차하는 48년간의 삶을 마치게 됩니다. 휴스턴의 굴곡진 삶은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많을수록 더 좋다’(또
#. 「A씨는 새로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점쟁이를 찾는다. 그런데 그가 점쟁이를 찾는 이유가 유별나다. 사람들이 점쟁이에 의존하는 것은 그가 말하는 정보가 대안의 확률을 높여, 의사결정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A씨는 대안들 중 이미 정해 둔 자신의 대안을 확인받기 위해 점쟁이를 찾아간다. 만약 점쟁이가 그의 신념과 상반되는 정보를 주장하면, A씨는 그 점쟁이는 엉터리라고 투덜댄다. 그리고 그의 신념을 확인해주는 또 다른 점쟁이를 찾아다닌다. 이렇게 그는 점집 순례를 이어간다.」 ◆비판적 사고와 확증편향 (이예경) 우리는 문제의 해결책을 구할 때, 정보를 탐색한다. 그리고 정보를 이용하여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선, 비판적 사고가 요구된다. 비판적 사고란 감정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양한 증거와 반론들을 염두에 두고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는 사고를 말한다. 그런데 비판적 사고가 방해받을 수 있는데, 이는 확증편향이 비판적 사고를 가로막을 때 나타난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자신의 신념 혹은 선호하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무의식적인 인지과정을 말한다. 앞의 A씨
헌법 제119조 2항에 포함되어 있는 경제의 민주화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요? ‘경제민주화’란 용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987년 제9차 개정된 현행헌법에서 독일어 표현 ‘Demokratisierung der Wirtschaft’를 ‘경제의 민주화’로 번역한 것이 모태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민주화의 원래 개념은 독일의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의미하였습니다. ◆경제민주화 - 경제영역에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실천원리 우선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표적인 정의는 ‘경제영역에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실천원리’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헌법 제119조의 제1항과 제2항의 관계에 관하여, 양자가 서열이 없는 동등조항으로 파악하는 균형해석론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신현탁) 헌재의 한 판례는 (2003.11.27. 선고 2001헌바35 결정) 경제민주화를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규정된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의 이념도 경제영역에서의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기 위하여 추구할 수 있는 국가목표로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행위를 정당화하는 헌법규정이다.” 따라서 경제의 민주화란 경제영역에서의 사회정의를 실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인해 4차 추경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번 추경은 피해가 집중되는 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으로 구성된 2차 재난 지원금의 패키지입니다. 이번 재난 지원금은 피해 맞춤형 지원과 보편적 지원이 혼합된 hybrid형 지원인데, 각각의 지원은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원리는 유사연대라 할 수 있는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에 도출되며, 후자는 개인의 善인 ‘좋음’의 원리에 성립됩니다.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 피해 맞춤형 지원의 배경 원리는 유사연대인 옮음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①정의의 원리 :자원이 희소하다는 조건하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배분되어야 할 때, 다양한 배분기준과 이념들이 제시됩니다. 이 때 충돌하는 주장들 사이의 균형을 잡아 줄 원리가 요구됩니다. 롤즈는 이 원리를 정의의 원리라 칭합니다. 특히 경제적 자원들의 공정한 배분 기준은 제이원리인, 차등의 원리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때 불평등은 정당화된다는 원리)에 근거합니다. 정의의 원리는 롤즈의 이상적인 인간관에 의해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롤즈에 의하면, 배분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
“여우는 많은 것을 안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 미국의 철학자 드워킨(Ronald Dworkin)이 언급한 이 말은 一以貫之에 대한 설명입니다. 많은 것을 알지만 이것들을 하나로 꿰지 못하는 여우와 달리, 고슴도치는 가치들을 하나의 원리로 통합하여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가치들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하나로 이해하는 고슴도치적 태도에 대한 사례가 자유와 평등이 하나의 통일체로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자유주의적 평등론과 교육개혁 능력주의 사상을 담고 있는 자유주의는 타고난 재능과 여건을 마음껏 발휘하여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여기에 생산적인 노력이 더해져서 지위와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이를 위해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도록 법적· 제도적· 관행적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파레토 균형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이끌어, 자본주의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합니다. 또한 개인의 상승욕구를 채워주게 되어, 계급의 유동성을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주의는 가정의 문화자본등 여건이라는 우연변수가 성과를 좌우하는 불공정성을 초래하여,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즉 형식적 기회균등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