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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 조세평등주의와 응능부담원칙 ] 정의로운 조세체계는 응능부담원칙을 적용해야

- 현 상속세의 부과 방식인 유산세방식은 응능부담원칙 위배

우리나라 헌법은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이같은 평등원칙이 조세법상으로 구현된 원리가 조세평등주의입니다. 그런데 조세법상의 평등은 배분적 정의와 관련된 상대적 평등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적 평등은 응능부담원칙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 정의로운 조세체계란? 

조세법상의 평등원칙이 조세평등주의라면, 조세법상 평등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어떤 조세체계가 공평하고 정의로운 것 일까요? 즉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은 공평함을 상징하는데, 어떠한 저울이 조세법상 공평한 것일까요?  

우선 조세와 관련된 디케의 저울은 세금부과와 징수의 공평성을 의미합니다.  부과되는 세금이 납세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될 때 조세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세금의 공평한 배분이 조세정의라는 점을 강조한 철학자는 토마스 홉스입니다. 그는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세부담 자체라기보다 세금의 불공평한 배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세금의 정의로운 배분이 조세의 공평성을 좌우합니다. 


◆ 배분적 정의 

조세정의가 공평한 조세의 배분이라면, 어떠한 배분이 공평한 배분인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됩니다.  공평한 배분을 결정하는 척도는 무엇일까요?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파악한 ‘배분적 정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배분적 정의를 ①명예나 금전이나 이밖에 국가의 공민 간에 분배될 수 있는 것들의 배분에 적용되는 정의로, ②가치에 따른 평등한・비례적 배분으로 이해합니다.  


①배분적 정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배분적 정의는 사회의 부와 권력을 분배하는 원리와 관련됩니다. 즉 배분적 정의란 이익, 부담, 재화 등을 배분하기 위한 기준을 확립하는 정의를 말합니다. 

이러한 배분기준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의로운 배분 기준이 없다면, 몫을 정의롭게 배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교환적) 정의는 각자에게 각자의 합당한 몫을 주는 것인데, 각자의 몫을 주기 위해선 그 몫을 결정하는 공평한 척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②어떻게 부담,이익, 명예등을 나누는 것이 정의로운가?
이처럼 배분적 정의는 재화, 부담, 이익등을 정의롭게 각자의 몫으로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담, 이익, 명예등을 나누는 것이 정의로운 것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배분적 정의를 가치에 따른 평등한 비례적 배분으로 이해했습니다. 각인의 공적에 상응하는 가치의 배분으로 파악합니다. 

다시말해 능력, 가치, 필요에 따라, 받아야 할 각자의 몫을 달리 배분하는 것이 배분적 정의이며 평등입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배분적 평등이란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을 의미합니다.  모두 똑같게 이익과 부담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처지에 맞게 배분하는 것 곧 상대적 평등이 배분적 정의의 올바른 개념입니다. 

예컨대 아이와 어른이 식사를 하는데, 두 사람에게 모두 같은 양이 주어진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한 배분방식입니다. 또한 국가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복지를 제공할 때, 장애인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장애인에게 좀 더 많은 복지를 공급해 주는 것이 배분적 정의의 실현입니다. 


◆ 상대적 평등의 판단 준칙 - 응능부담원칙

배분적 정의가 상황과 처지를 고려하는 정의라고 할때,  상대적 평등을 판단하는 합리적 기준은,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들을 같게 취급하고,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들을 각각 달리 취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같은 사람에게는 같은 것을, 같지 않은 사람에게는 같지 않은 것을 배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법은 이를 응능부담의 원칙이라 부릅니다.  

응능부담원칙은 조세입법상의 평등과 관련하여 기준이 되는 원칙으로, 세계 각국의 조세입법의 일반적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조세평등주의의 또 다른 기준이 응익부담원칙입니다. 이는 얻는 이익에 비례하여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재화나 용역을 많이 사용한 사람은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적게 사용한 사람은 적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이 응익부담원칙입니다. 따라서 이 원칙에 따르면, 개별납세자는 국가로부터 이익을 받는 정도에 비례해 세금을 부담하게 됩니다. )

응능부담원칙은 배분적 정의와 유사한 개념으로써, 개인의 담세력에 따라 조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수직적 공평과 수평적 공평으로 구성됩니다. 

수직적 공평은 상이한 급부능력을 가진 납세자 간에는 상이한 과세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수평적 공평은 동일한 급부능력을 가진 납세자에게는 동일한 과세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수직적 공평은 다른 경제적 수준의 납세자 간에는 상이한 금액의 조세를 부과함으로써 합리적 차별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주로 누진과세의 형태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수평적 공평은 같은 상황에 놓인 납세자에게는 같은 크기의 부담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동일한 소득액을 가진 경우 동일한 금액의 과세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응능부담원칙의 헌법적 규범력

이처럼 응능부담원칙은 조세입법의 주요 기준으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과 우리나라 등의 헌법에는 응능부담원칙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응능부담원칙의 규범력과 관련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명문으로 규정되지 않은 헌법상의 원칙은 헌법적 확신의 근거, 규범력의 내용, 다른 헌법상의 원칙과의 관계에 대한 타당한 기술이 가능해야만 규범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응능부담원칙의 규범력과 관련하여, 독일의 법관이며 세법학자인 Klaus Tipke(1925~2021)은 응능과세원칙은 도덕적 공준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조세입법의 자의성을 배제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법질서로서 응능과세원칙이 인정될 수 있고 △입법자가 조세평등의 원칙에 따라 조세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납세능력에 상응하는 조세입법의 기속’은 선택가능성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선택되어야 할 헌법상의 원칙이며 △응능과세원칙은 과세에 대한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원칙으로서 학문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도덕적 공준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응능부담원칙의 헌법적 규범력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는 응능부담원칙을 조세평등주의의 구체적 내용으로 판시합니다. 

“조세평등주의라 함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규정된 평등원칙의 세법적 구현으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납세자의 담세능력에 상응하여 공정하고 평등하게 할 것을 요구하며 합리적인 이유없이 특정의 납세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우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조세평등주의가 요구하는 이러한 담세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 (또는 응능부담의 원칙) 은 한편으로 동일한 소득은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과세될 것을 요청하며 (이른바 ‘수평적 조세정의’), 다른 한편으로 소득이 다른 사람들간의 공평한 조세부담의 배분을 요청한다 (이른바 ‘수직적 조세정의’).”(헌법재판소 1999. 11. 25. 선고 98헌마55 결정)

헌법재판소의 또 다른 선고도 응능부담원칙의 헌법적 규범력을 인정하였습니다.  

헌재는 “조세권자의 자의가 배제되고 객관적인 사실을 기초로 한 합리적인 근거에 의하여 조세가 부과・징수되는 내용의 법률이라고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과세대상의 선정규정과 담세력의 산정 규정에 합리성이 배려되어, 결국 과세 적격사유가 있는 대상에 대하여 그 능력에 합당한 과세액이 부과・징수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0. 9. 30. 선고 89헌가95 결정)라고 판시하여 응능부담원칙의 헌법적 규범력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처럼 응능부담원칙은 헌법적 규범력을 얻어 조세입법의 주요 준칙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현 상속세의 과세 방식은 응능부담원칙을 위배

조세법상의 평등은 이익과 부담이 능력에 따라 배분되는 배분적 정의에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분적 정의는 상대적 평등으로,  수직적 평등과 수평적 평등을 내용으로 하는 응능부담원칙에 의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조세평등주의의 평등원칙인 응능부담원칙은 헌재의 관련 판시등에 의해 헌법적 규범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배분적 정의에 기초한 응능부담원칙이 세법현실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실례가 상속세입니다. 현재 상속세는 응능부담원칙에 기초한 유산취득세가 아니라, 수직적 공평과 수평적 공평에 위배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산취득세는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계속)


<참고문헌>
고준예, “배분적 정의와 세법상 응능부담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