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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학생부 종합전형] 조국 논란의 본질과 해법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회적 약자에게 꿈같은 소리입니다. 


부모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예컨대 부모의 학력, 부모의 인맥, 입시에 대한 정보력)이 자녀의 고상한 취향과 스펙이라는 아비투스, 즉 문화자본을 축적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모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자녀의 문화자본이 명문 대학입학이란   문화자본을 낳습니다.  이는 다시 신분상승이란 문화자본과 고소득의 경제자본으로 이어집니다.  


이러니,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학종의 성격


부모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이 빛을 발하는 분야가 대학입시 전형의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입니다.


학종이 활성화 된 때는 MB정부 시절입니다.


학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정부 시절 학생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정부 방침 아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 속에서 추진되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과 맞물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학생 모집 비율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을 우선으로 선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꿈과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입시 제도로써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학종 평가의 문제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이  정성적 평가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학종에서 사교육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배제하기 위하여 교내 활동을 평가 대상으로 제한하였지만, 일부학교에서는 학교 내에서 외부 인력을 활용한 고비용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어 공교육 안의 사교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은 창의적 체험활동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종 평가에서 비교과 영역의 창의적 체험활동이 다양한 경험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활동은  외부강사를 초빙하거나 교외 대외 활동을 위한 비용을 발생시켜, 학교별 예산 차등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으로 직결됩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학생부 종합전형은 경제력이 부족한 학생이나 예산 운영에서 제약이 많은 일반고에서는 준비할 수 없는 전형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학종은 폐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관심, 문화역량 등 가정 배경, 혹은 사회계층 지위가 높은 경우 여러 비교과 활동의 준비도도 높고,  자기소개서 준비 등이 고액 컨설팅을 통해서 더 내실 있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광현)


실제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를 통해 실시한 전국단위의 설문조사 결과, 학종 축소와 폐지가 50% 이상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8.4.19.)



◆학종의 타당성 평가  (이광현)


현재까지의 여러 연구들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GPA가 일반전형 혹은 수능입학전형 학생보다 더 낮은 것으로 대부분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학종을 통해서 학생의 잠재력, 사고력, 의사소통역량 등이 얼마나 취지대로 잘 선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는 학종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황지원 외(2017)의 연구에서는 정시 모집 학생들이 대인관계역량, 자원정보기술활용, 글로벌역량, 의사소통역량에서 수시입학사정관제, 수시 타 전형, 기타 전형 입학생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점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결국  대학입장에서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기간에 급격하게 확대해온 학종은 사실상 대입자율화를 이루어 냈다는 긍정평가가 있는 반면, 자율성 확대 속에 감추어진 학종의 여러 문제들(타당성, 공정성, 신뢰성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학종과 상징폭력


학종의 문제는 특히 상징폭력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제도가 폭력인 까닭은 이것이 본질을 오인시키고 은폐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서입니다. (선우 현)


예컨대 빈곤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 A가 대학에  지원을 했는데 실패하고,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의 경제, 문화자본의 지원을  받아 학종을 준비한 학생 B가 명문대에 합격했습니다.


A학생이 실패한  원인은 부모의 문화자본과 경제 자본의 부족으로 학종이 요구하는 문화자본을 쌓지 못한데 있고, B학생의 성공 배경은  부모의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수혜로 학종에 철저히 대비한데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사회는 A학생의 입시 실패를 역량, 노력등 개인적 자질의 부족 탓으로 烙印찍고 誤認합니다. 게다가 학종은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이 풍족한 집안의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학종의 구조적 문제점을 은폐시킵니다.


이 같은 오인과 은폐의 상징폭력은 현재의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교육체계를 유지 확장시키는데 기여합니다.


결국 명문대에 가고 못 가는 것은 부모가 지닌 경제, 문화자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의 성공이 마치 각자의 능력 부족에 달려 있는 것 처럼 오인시키는 학종은 이 제도의 진실을 은폐하는 상징폭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학종이 개혁되지 못하는 이유


학종이 이같은 제도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무엇보다 개혁의 주체들이 오히려 사회적 强者에 속하여, 입시 제도의 개혁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화자본이 풍부한 평교사와 교수, 언론인등 비판적 지식인 계급,  행정부의 고위관료와 입법부의 국회의원등 제도 개혁의 주체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貪慾(탐욕)으로 인해, 자신들의 계급에 유리한 현행 교육체계를 옹호한 결과,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학종등의 현행 입시제도는 지배계급이 이 제도를 통해 상징폭력을 활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공헌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자녀들이 뛰어난 실력과 역량, 각고의 노력, 성실성으로 입시에서 이에 상응한 결과를 획득한 것처럼 사회의 성원들을 오인시키면서,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취향인 아비투스를 상징폭력의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학종등에 적극 활용하여 기득권 대물림을 지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한국의 불공정과 불평등의 원인이 교육불평등과 직결되고 있고, 이러한 교육 불평등은 문화자본의 소유량에 의해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합니다.


그리고 현행 입시제도는 잠재력을 높이고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기여한다고 거짓 주장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분석되었듯이, 학종은 학생들의 역량을 측정하거나 높이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학종출신은 학교 적응과 만족도 면에서 정시출신 학생들보다 높다는 실증분석이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분석은 당연합니다. 자신의 실력보다 과분한 학교에서 생활하니 만족하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도리어 학종은 부모 간의 계급 대립만을 부각시키는데 기여 할 뿐이라는 냉정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개혁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주체들이 계급적 질서를 유지하고 보장해 주는 현 입시체계와 제도를 비판하기는 커녕 옹호하면서, 제도의 존속에  결정적으로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선우 현)



◆ 조국 논란의 본질과 해법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 이념의 위치의 차이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계급간의 대립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후보자는 사전에 사실을 인지하였는지를 불문하고, 딸의 대학입시에 논문등 문화자본이 적극 활용되어, 지배집단의 계급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결과적으로 동참했습니다. 이점이 경제, 문화 자본이 풍부하지 못한 집안 출신의 청년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 배경이 됩니다.  


이처럼 조후보자 논란은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이 아니라,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에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부재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좁혀집니다.


진보진영의 지배 기득권세력과 보수진영의 지배 기득권 세력이 모두 이번 조국 사태를 통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조후보자 논란의 미래지향적인 해법은 명확합니다.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으로 승승장구하는 지배기득권 세력들이 어떻게 기득권에서 벗어나 있는 외부자들을 포용하여  공동체 성원으로 품을 수 있는가가 이번 사태의 궁극적인 해법이 됩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논란의 도화선이 된 입시제도의 개혁으로, 간접적으로 지배집단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결국 이와 같은 개혁은 정부가, 기득권 지배집단들(그 상대가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과 굴복하지 않는 싸움에서 승리할 때 쟁취되는 전리품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이광현, “학생부 종합전형의 문제점과 대입제도 개선방향”
선우현, “상징폭력으로서 개천에서 용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