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의 지지를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일반론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당의 포지셔닝을 양극단에서 중앙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당의 이념 포지셔닝이 중앙에 위치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리바이던이 활개 치지 못하는 사회, 즉 극단적 자유와 평등을 배제하고 자유 및 평등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 호텔링 법칙 극단적 주장대신 중간적 가치에 호소하는 것이 선거에서 승리 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은 ‘호텔링 모형’으로 설명됩니다. 미국 경제학자 해럴드 호텔링(Harold Hotelling)은 최적 입지 조건을 설명한 1929년 논문 “Stability in Competition”에서, 매출 확대를 위한 최적 입지는 소비자 다수를 포함할 수 있는 중간지점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호텔링 법칙은 선형의 해변을 가정합니다. 백 미터 길이의 해변에 두 개의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습니다. A가게는 왼쪽 끝에서 25m 지점에, B가게는 오른쪽 끝에서 25m지점에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A가게가 가게를 현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50m 더 이동하여 75m지점에 위치하였습니다. 그러자
영국 보수당은 캐머런수상이 제시한 중도우파의 ‘큰 사회론’을 채택하여, 2010년 13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하였습니다. 캐머런의 제3의 길은 한국 보수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1997년 이후 13년 동안 영국 보수당의 무기력 영국의 보수당은 1997년 총선에서 블레어(Tony Blair)의 신노동당에 패배한 이래 13년 동안 노동당의 최장기 집권을 허용하였습니다. 보수당의 이 같은 무기력의 배경에는 보수당의 무능한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1997년 총선 당시 보수당은 뉴 라이트(New Right), 즉 대처주의 우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경제를 효율적으로 잘 다루지도 못하여 성장의 파이를 늘리지도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대처주의를 지향하다 보니, 빈곤을 비롯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보수당은 이처럼 국민의 일상과 동떨어진 이도 저도 아닌 정당으로 비춰졌습니다. 이런 강성 이미지가 보수당의 집권을 13년간 방해한 주요 요인이 된 것입니다. (보수당의 패배에는 ‘신노동당’이라는 이미지를 장착한 노동당의 환골탈태도 한 몫 하였습니다. 1994년 노동당 대표
10일 윤석열대통령이 발표한 취임사는 구체적 정책방향보다 자신의 이념적, 가치지향점을 국민에게 밝히는 텍스트로 이해되어집니다. 이 특징은 문재인 전대통령의 취임사의 그것과 명확히 대비됩니다. 문전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에토스전략이 적극 사용된 반면, 윤대통령의 취임사에는 파토스와 로고스전략이 자주 등장한 점이 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 문전대통령의 취임사-에토스 방식 문전대통령의 취임사는 대통령이 어떠한 비전을 설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그리고 그 실현의 의지를 다짐하는 텍스트였습니다. 이러한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설득수사방식으로 에토스방식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관련기사: ‘설득 수사학’참조) 주어로 ‘대통령’이 총34회 등장하고, 문장의 서술어로 주어의 의지를 나타내는 ‘겠습니다’ ‘되겠습니다’가 빈번히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에토스 방식에 의한 문전대통령의 취임사는 거대하고 새로운 담론에 의거하여 시행되는 근본적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윤대통령 취임사 – 로고스 방식 문전대통령의 취임사와 달리, 윤대통령 취임사에는 로고스 방식과 파토스방식이 대부분의 문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에토스 방식은 북한
오는 10일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의 핵심은 취임사입니다. 대통령의 취임사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이유는 대통령 취임사가 대통령의 책무행위가 중심이 되는 책무텍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텍스트를 통해, 국민은 취임하는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서 행위 하는 것(비전)인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정책과제)에 대한 해답을 발견 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사에 나타나는 설득수사방식을 통해서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 접근 방식등을 가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바람직한 대통령의 설득 방식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 설득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하는 능력으로서의 수사학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를 제시합니다. 에토스는 연사의 의지와 인품을, 파토스는 청중의 정서, 로고스는 메시지와 논거를 말합니다. 에토스 전략에는 주어로 대통령이 자주 사용되고, 동사에 결합되는 어미 형태로 ‘겠습니다’ ‘되겠습니다’가 사용됩니다. 이를 테면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취임사)등이 에토스 방식입니다. 이러한 표현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시시포스(Sisyphus)는 알베르 카뮈의 영향 탓인지 인간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와 달리, 시시포스는 신의 섭리에 순종하지 않는 인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큰 바위를 가파른 언덕의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온 힘을 다해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는 순간 바위는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그러자 그는 아래로 내려와 처음부터 다시 바위를 정상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이 노동은 영원히 반복됩니다. 카뮈가 보기엔, 그의 무한 반복의 노동은 형벌이 아닌 인간승리입니다. 이는 변화 불가능해 보이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반항이며, 절망을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뮈는 외칩니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하지만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무한의 노동은 인간의 영웅적 도전이라기보다 무의미한 저항으로 읽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바위를 정상에 안착시키기 위한 힘은 섭리와 순리인데, 인간의 불굴의 의지로 운명과 맞서는 것은 결국 무한의 형벌로 귀결된다는 겁니다. 이처럼 시시포스의 무한 반복의 바위 굴리기가 진보를 향한 숙명이라기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의 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는 대부분의 정치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정치제도입니다. 그런데 대의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제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작동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심심찮게 정치현장에서 발견되고 있어서입니다. 이처럼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대의제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퇴보하고, 이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지가 정치개혁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대의 민주주의란? 민주주의는 인간이 고안한 정치제도 중에서 정당성에 대한 수용성이 가장 높은 정치체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민주주의와 조합되는 다양한 정치제도가 정치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직접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등이 정치현장에 실제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주의체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직접민주주의를 제외하고, ‘대의 민주주의’를 토대로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의 민주주의는 popular sovereignty(인민주권)라는 민주주의 이념에 대의정부라는 운영방식이 합쳐진 정치제도로 요약됩니다. 즉, 주권자
우리나라가 표방하고 있는 정치체제는 이견 없이 ‘자유민주주의’체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가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의 답에는 의문부호가 찍힙니다. 정치영역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추구하면, 또 다른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있어서입니다.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의 구성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어울리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결혼생활에서 두 구성원이 조화보다 갈등을 보이듯이, 자유민주주의 두 구성도 그렇다는 겁니다. 자유주의는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간섭의 부재를 의미하는 자유에 근거합니다. 따라서 human right(인권)의 우선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인권 중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등의 기본권도 자유주의에 기초한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유주의에서의 간섭의 부재인 자유는 개인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승자가 재화와 서비스를 독점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승인합니다. 반면
우리는 더 나은 패러다임의 등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떻게 생성될까요? 미국의 과학 사학자인 토마스 쿤(Thomas Kuhn)에 의하면,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던 정상과학 패러다임이 이상현상(extraordinary science)의 축적으로 인해 소멸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물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이상현상, 곧 반증을 용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증의 거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막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반증을 거부하는 사례로 ad hoc 가설 그리고 연역적 접근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 ad hoc 가설 (이찬우) ad hoc 가설이란 특정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관찰이 이루어질 경우, 그 이론에 부합하도록 도입되는 보조 가설(auxiliary hypothesis)을 말합니다. 이는 ‘T&A → E’ 로 기호화 될 수 있습니다. 즉 이론 T와 관찰 E에 관하여 ‘T → E’가 합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할 때, 이 이론을 주장하고 옹호하는 이들은 보조가설 A를 도입하여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외교정책은 궁극적 가치와 실용적 접근의 병존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영했다”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가치와 실용적 접근방식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습니다. 즉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시점에서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실용적인 접근이란 이론상 그리고 실제상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요? ◆실용주의란? (실용주의는 practical 또는 pragmatic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practical이란 말은 단기적 유용성을 강조하는 일상적인 태도를 뜻하고, pragmatic은 퍼스(C.S. Peirce), 제임스(W. James), 듀이(J. Dewey), 로티(R. Rorty)등이 발전시킨 미국 철학사조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집니다. 하지만 양자의 본질적 성격은 다르지
사회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시민의 정치참여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시민사회 구성원의 민주주의가 정의, 공정을 한 단계 높이는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참여정치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전제는 논리상 거짓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제가 참이 되기 위해선, 사회의 진보를 이끄는 바람직한 시민사회 구성원은 어떠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요? ◆ 발전의 선행조건은 능력보다 성향 퇴보와 진보의 분기점은 능력보다 성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발전의 필수조건에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일반의 상식과 달리, 성향· 마음가짐· 태도등이 진보의 선행요구조건이라는 겁니다. (김태영) 능력에 앞서 성향이 더 나은 변화의 선행조건이 되는 것은 거짓된 전제에 대한 집착이 거짓의 결론을 유도하게 되고, 이러한 오류가 지적 발전의 벽을 쌓아 올리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논증은 이 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1) 모든 포유류는 육지에서 산다.2) 모든 고래는 포유류이다. ---------------------------3) 모든 고래는 육지에서 산다. 이 논증의 결론이 거짓인 것은 1번 전제가 틀렸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