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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패러다임 전환 ] “반증을 許하라!”

-연역의 시대에서 귀납의 시대로

우리는 더 나은 패러다임의 등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떻게 생성될까요? 

미국의 과학 사학자인 토마스 쿤(Thomas Kuhn)에 의하면,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던 정상과학 패러다임이 이상현상(extraordinary science)의 축적으로 인해  소멸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물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이상현상, 곧 반증을 용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증의 거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막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반증을 거부하는 사례로 ad hoc 가설 그리고 연역적 접근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 ad hoc 가설 (이찬우)

ad hoc 가설이란 특정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관찰이 이루어질 경우, 그 이론에 부합하도록 도입되는 보조 가설(auxiliary hypothesis)을 말합니다.  

이는  ‘T&A → E’ 로 기호화 될 수 있습니다. 

즉 이론 T와 관찰 E에 관하여 ‘T → E’가 합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할 때, 이 이론을 주장하고 옹호하는 이들은 보조가설 A를 도입하여 ‘T&A → E’가 타당하도록 유도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A는 임시방편의 해결책, 즉석 이벤트, 땜질식 주장이라는 의미로 ad hoc 가설이라 불립니다.   

이를테면  ‘우리 집 차고에 용이 산다’라는 이론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눈으로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여 차고를 세밀히 관찰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용은 커녕 이무기도 발견되지 않아,  그 이론이 엉터리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이 이론을 지지하는 이들이 ‘차고 안의 용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차고 안의 용은 체온이 주변 환경과 일치해서 적외선을 통한 탐지가 불가능하다’라고  땜질식 이론들을 추가로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이론에 보조 이론이 더해지면서, 이론의 복잡도가 더욱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ad hoc 가설의 문제

기존 이론에 덧붙여지는 ad hoc 가설은 합리적 의사결정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론과 상치되는 관찰이 이루어질 때에 보조 가설을 도입하여 반증(falsification)을 차단하는 작위적 행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ad hoc 가설의 도입은 위기에 봉착한 정상과학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이상현상을 무마하기 위한 반동적 시도라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쿤은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전 패러다임보다 더 간결neat/적합 suitable/간단simple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연역적 접근과 반증의 거부

의사결정의 의도적 왜곡은 연역적 방법의 도입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방법에는 연역적 방법 또는  귀납적 접근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연역적 접근은 소송등 법의 영역에서 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검사와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우선 ‘당위’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일단 어떤 가치가 옳다고 선언하고 이에 기초하여 법적 판단을 내립니다. 그 선언된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땜질식으로 다양한 사례와 주장들을 끌어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에서 연역적 접근에 기초하여 당위를  선언한 이들은  선언된 당위와 일치하지 않는 이상 관찰들이 제시될 경우, 그 당위를 지키기 위해  이상 현상을 배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증을 차단하여 그릇된 당위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덧붙여 이러한 접근은 ‘관찰의 이론 적재성(theory-ladness of observation)’ 논제와 연결됩니다. 

이론적재성이란 과학자의 관찰내용이 그가 주장하는 이론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으로,  관찰 자료가 이론들에 대하여 반드시 중립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이론적재성은 과학의 객관성에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찬우) 


◆ 연역의 시대에서 귀납의 시대로 

연역이 낳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삶의 의사결정에선  연역 대신 귀납적 접근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선 의사결정자는 당위(예컨대 자아, 자신이 선호하는 가치등)를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결론을 얻고자 합니다. 

이처럼  귀납적 의사결정은 당위를 배제하고 반증을 용납하여, 의식적인 편향을 걸러내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립적인 결론을 도출하는데 기여합니다. 

이제 연역의 시대를 떠나보내고 귀납의 시대가 도래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통하여 더 나은 세계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자신의 기존 사고에 위배되는 반증사례들이 허용되고 축적되어, 변화에 장애가 되는 과거의 잔재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 때 이루어집니다.  

이는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던 정상과학 패러다임이 이상 현상의 축적에 따라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는 쿤의 주장과 괘를 같이 합니다. (이찬우)

구체적으로 반증의 허용은 의사결정과정에서 ad hoc가설의 허용대신, 간결/ 적합/ 간단한 접근, 다시 말해 정공법의 수용에 의해 가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고 있는 문제점은  변화의 시늉만을 보이는  공간의 이전이 아닌 정부형태의 변경, 헌법의 개정이라는 정공법에 의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반증의 용납은 의사결정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당위를 내려놓을 때 또한 관찰이 이론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할 때,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이는 연역이 아닌 귀납적 접근을 허용할 때, 독선과 도그마의 시대가 관용과 포용의 시대로 전환되어질 때,  달성되는 것입니다. 

(“벚꽃이 지기 전에 국민에게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라는 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당위를 선언한 것으로, 합리적인 반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권위적 독선의 기표로 해석됩니다. )

이제 우리는 이렇게 요구합니다. 

“반증을 許하라! ”

<참고문헌> 
이찬우 , "관찰의 이론 적재성을 전제했을 때의 Ad Hoc 가설 개념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