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제한된 합리성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에 의존합니다. 즉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꺼내어 사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판단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인지 오류를 낳기도 합니다. 특히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frame)이 먼저 형성되면, 가용성 휴리스틱은 그 집단의 정체성에 ‘낙인’을 찍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낙인이 찍힌 집단에게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 이 부정적 낙인을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가용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머릿속에 가장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기반으로 결론을 내리는 ‘인지적 지름길’을 의미합니다. 이는 종종 심리적 오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①가용(可用) 가용(可用)'의 사전적 의미는 ‘쓸 수 있음 ’또는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떤 자원이나 능력을 필요할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가용 자금’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가용 인력’은 ‘지금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사람
닭내장탕 하나로 30년을 지켜온 노포(老鋪) ‘로사식당’. 주인장 로사의 손맛은 레시피가 아닌 감각에 있습니다. 그녀는 젓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촉감만으로 내장의 상태를 간파하고, 질기다 싶으면 불을 줄여 오롯이 감(感)에 의지해 더 오래 삶아냅니다. 간도 손대중으로 소금, 된장, 청양고추를 툭툭 던져 넣어 그날의 최상의 맛을 완성합니다. 반면, 다양한 닭 요리를 선보이는 청년 셰프 지미는 마치 엔지니어 같습니다. 그녀는 치킨 스튜를 만들 때, 모든 재료를 레시피에 명시된 크기와 무게대로 정밀하게 손질합니다. 닭고기는 정확한 시간만큼 구워내고, 채소는 정량을 계량해 순서에 맞춰 볶아냅니다. 스튜는 정해진 시간 동안 끓인 뒤, 그램(g) 단위까지 정확히 맞춘 양념으로 마무리합니다. 덕분에 지미의 스튜는 언제나 오차 없는 완벽한 맛을 자랑합니다. 이처럼 두 사람은 판단의 근거, 요리 과정, 그리고 결과의 지향점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로사는 경험과 감각으로 요리합니다. ‘젓가락 끝의 촉감’, ‘손대중’ 등 수십 년간 축적된 ‘감’이 그녀의 판단 기준입니다. 그녀는 정량화된 수치가 아닌, 조리하는 음식의 미세한 감각 차이를 읽어내면서 유연하고 효율
2025년 상법 개정안은 소수주주의 권리 강화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프록시 파이트 격화, 단기 이익 추구, 기업 기밀 유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으로 이어져 저성장 국면의 한국 경제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선진국조차 채택을 꺼리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 경쟁력과 경제 안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한국의 시장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① 집중투표제 집중투표제 (Cumulative Voting)는 이사 선출 시, 주주들은 '1주당 1표'가 아닌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는다면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3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이사로 선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즉, 대주주의 의사와 다른,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집중투표제는 대주주의 독점적 이사회 구성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2025년 상법개정안은 자산 2
◆ 노란봉투법의 역설 노란 봉투법의 도입 목적의 핵심은 ‘대기업-하청' 간의 격차를 줄여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대기업은 자본 대체로 생존하는 반면, ‘일자리의 허리’인 중소기업은 붕괴하면서 새로운 양극화 구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좌파진영 특유의 근시안적 정책의 전형인 노란봉투법은 소득 불평등 완화라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이를 악화시키는 역설을 초래하게 됩니다. ◆노란봉투법의 긍정적 효과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의 교섭력을 강화해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합니다. ①하청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정의를 확대합니다. ②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소득 불평등 축소 이러한 노조 교섭 범위 확대는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간접고용 간 격차 축소 → 소득 불평등 감소’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는 형평성 압력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청·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르면, 정규직은 격차 유지 명분으로 추가 인상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규직의 임금이 인상되면, 하청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논리로 따라올라갑니다. 그 결과 임금과 복지 수
#1. 인사담당자는 “신입사원 지원자 중 김씨는 스펙이 월등하네, 성과가 높은 사원들 중 고스펙비율이 높지. 따라서 스펙좋은 김씨는 업무성과도 좋을 거야. 그래서 이사람을 사원으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씨의 입사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 사람들은 “박씨는 조용하고 사고가 논리적이며, AI지식도 해박하다. 그래서 그는 분명 IT 종사자일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박씨는 요식업 종사자였습니다. 단지 어릴 때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을 뿐입니다. 위 두 사례는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판단 오류입니다. 오류의 원인은 대상의 겉모습, 곧 전형성만 보고 사람의 정체를 추측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키도 크고 정말 잘생겼으니 그의 직업은 아마도 배우일거야. 왜냐면, 배우는 대부분 키 크고 잘 생겼으니까’등의 대화가 전형성에 기반한 판단 오류입니다. ◆ 겉모습으로 판단할 때 나타나는 ‘역의 혼동’(Confusion of the Inverse) 이들이 범한 오류는 무엇일까요? 바로 ‘역의 혼동’(Confusion of the Inverse)입니다. 사람들은 ‘특정 집단(A) 중 B의 속성을 가질 확률’을 ‘B
2023년 정책 U-turn을 한 터키는 금리를 8.5%에서 50%로 인상하고,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화하며 재정 건전화를 추진했습니다. IMF의 지지와 기술 지원으로 인플레이션은 2023년 69%에서 2025년 3월 38%로 하락, 외환보유고는 1225억 달러로 증가, CDS 스프레드는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5월 에르도안은 모순된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나는 이자 기반 경제 시스템에 반대해 왔다’며, ‘이자 없는 경제에 대한 열망을 계속 표명할 것’이라며, 코란 기반의 금융정책을 개인적으로 지지하였습니다. 동시에 그는 정통적 경제 프로그램(고금리 기반)을 지지하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이를 유지하겠다며, 모순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국내 지지층과 국제 투자자 간 갈등을 관리하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2025년 터키의 여전한 혼돈 2025년의 터키는 여전히 혼돈 속에 빠져 있습니다. 정치 불안이 경제 불안정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6월까지 46%를 유지하던 터키 기준금리가 7월 24일 300bp(3.0%포인트) 전격 인하되며 43%로 낮아졌습니다. 중앙은행의 예상보다 큰 폭의 완화 기조 전환에
위험조정 UIP는 ‘위험이 커질수록 통화는 강세를 보인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2018년 터키 위기는 그 정반대였습니다. 리라 가치는 반토막이 났고, 캐리트레이드 전략은 치명적 손실로 돌아왔습니다. 금융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꼬리위험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반시장적 정책과 글로벌 risk-off등에 의해 현실화 된 것입니다. ◆ 환율 변동이 이자차익을 압도할 때, 캐리트레이드는 대규모 손실 터키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TRY(리라)에 롱포지션, CHF(스위스프랑)에 숏포지션을 취했지만, 정반대 상황이 벌어져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는 평시에는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는 큰 손실이 발생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는 캐리트레이드의 초과수익구성이 이자차익과 환차손의 합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캐리 구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초과수익 ≈ 이자 차익 -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 위의 수익의 모습처럼 평시에는 환율변동이 제한적이어서 금리차이가 환차손보다 우위를 점하지만 위기 시에는 환율 급등이 환차손을 확대해 초과수익을 음수로 전환시킵니다. 이러한 특징이 터키 캐리트레이드에 나타났습니
고금리 통화는 이론상 미래에 약세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괴리에서 태어난 전략이 캐리 트레이드이고, 이 현상이 장기간 다양한 통화에서 반복된다면 이는 UIP 퍼즐입니다. ◆캐리 트레이드 현실에서는 UIP이론과 달리 고금리 통화가 예상만큼 약세를 보이지 않게 되면, 초과수익 기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활용하는 전략이 캐리 트레이드입니다. ①캐리트레이드의 초과수익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는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차입해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여 이자율 차이와 환율 변동에서 수익을 얻는 투자 전략입니다. 다시말해 캐리트레이드의 초과수익은 금리차이 이익과 환차손의 합인데, 전자가 후자보다 클 경우 이 전략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반대일 경우 손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초과수익은 고금리 통화가 UIP이론만큼 약세가 되지 않는 현상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점에서 캐리트레이드는 환율변동의 예측에 실패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일종의 투기전략입니다. 캐리 트레이드의 실제 사례로 2000년대 초반~2008년 금융위기 전의 엔화-호주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꼽힙니다. 당시 일본 엔화(JPY)는 초저금리(0~0.5%)를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하였습니다. 이 날을 전후하여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두 번 대폭 인하하였습니다. 2020년 3월 3일, 0.5%p 긴급 인하하였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기 회의 외 긴급 금리 인하 사례였습니다. 연준은 3월15일 다시 1.0%p 추가로 인하하여,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금리'(0.00%~0.25%)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표준 돈부시 오버슈팅 모델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하 → 환율 하락(원/달러 하락) → 오버슈팅으로 크게 하락 → 서서히 상승하며 새로운 균형으로 복귀’입니다. 즉, 미국의 금리의 하락으로 달러 자산의 매력이 떨어짐에 따라, 자본이 미국으로부터 이탈합니다. 물가가 경직적이므로 금리 충격 직후 환율(예: 달러인덱스, DXY, 달러1단위당 바스켓통화 가치)이 균형 수준보다 더 크게 하락(예: DXY 95 → 85)합니다.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여 새로운 균형(예: 85→90)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2020년 3월, 시장의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와 미 국채등으로 몰리면서 달러 인덱스(DXY)
환율의 복잡한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은 세 가지 서로 다른 분석의 틀을 제공합니다. 이는 UIP(무위험 이자율 균형), UIP 퍼즐, 그리고 오버슈팅 모델입니다. UIP는 환율의 이론적 균형 조건을, 오버슈팅 모델은 그 균형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리고 UIP 퍼즐은 이러한 이론이 현실에서 반복적으로 어긋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이 글은 세 가지 핵심 개념을 각각 명확히 설명합니다. ◆ UIP vs UIP 퍼즐 ①UIP (Uncovered Interest Parity)는 기대 균형 조건 UIP는 기대 기반의 균형 조건입니다. 두 국가 간 금리 차이가 미래 환율 변동에 대한 시장의 기대값과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UIP식은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표현됩니다. Et [ (St+1 −St)/ St ]= it − it* 또는 Et Δst+1 = it − it* • St+1 미래 환율• St 현재 환율• it 이자율 (예: 한국)• it* 이자율 (예: 미국)• Et Δst+1 : 로그 환율의 기대 변화율 이 식이 의미하는 바는 지금 시점(t)의 금리 차이는 다음 시점(t+1)의 환율 변화율에 대한 시장의 기대값과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