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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준재정활동과 국가부채] 준재정활동, 국가부채의 참모습 파악 힘들어

한은의 통화안정증권, 연금잠재부채, 국가부채로 인식 필요

과거 공기업 부채가 대폭 증가한 적이 있었다. 공기업이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신 조달하는 準재정활동(quasi-fiscal activities)을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사업이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재정조달의 주체가 되어 4대강 사업에 동원되었다. 2008년 약 2조원이었던 부채가 2011년 약 12조5800억 원으로 폭증하였다. 수자원공사의 2015년 결산 대차대조표에 기록된 부채는 약 13조 2700억이다. 

정부의 역할임에도 재정부담이 큰 정부의 국책사업을 공기업이 담당하게 된 것은 정부의 채무를 비정부 공공기관에 이전하여 국가채무의 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재정적자를 회피하기 위해 공기업을 이용해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렇게 공기업은 정부대신 적자를 대신 부담하고 부채를 짊어졌다. 


◆ 한국은행의 준재정 활동 

준재정 활동을 담당하는 또 다른 기관은 한국은행이다. 한은이 1970 ~ 1980년대의 고도성장 시기에 특별융자로 대기업을 지원한 것등이 중앙은행의 준재정활동이라 할 수 있다. 

특융은 주로 부실기업정리를 위해 추진되었다. 연리 3%(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는 10%)로 시중은행에 대출하는 특융은 1972년 8.3조치 때 처음 발생하여, 1982년 폐지된 후, 다시 1985년 부활되었다. 부활 배경은 당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해외건설업 및 해운업이 부실화되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상당수준의 부실채권을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정리의 방식은 한은에 의한 시중은행의 채무조정이었다. 정부는 시중은행의 원금면제 이자감면을 위해 한은자금지원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A2자금으로 불리는 연리 3%자금이 부실기업정리로 악화된 은행의 수지보전을 위해 지원되었다. (정운찬)


◆ 한국은행의 최종대부자기능

저리특융과 구분되는 한은의 고유 기능이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기능이다. 저리특융은 중앙은행의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준재정활동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최종대부자기능은 한은이 금융안정 불안정시 안정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행위이다. (최승필) 

과거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기능은 특별대출의 형태였다.  

한국은행은 1997년 하반기에 특별대출을 시행하였다. 한은이 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제일은행 특별대출, 종금사 특별대출을 실시하였는데, 시장 실제 금리 수준으로 은행을 지원하였다. 과거 저리 특융과는 거리가 있었다. 

2009년 한은의 특별대출은 은행자본확충펀드였다. 한은에 담보를 제공한 산업은행이 자금을 대출받아 특수목적회사에 다시 대출하는 구조였다. 특수목적회사는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을 사들여, 은행들의 BIS비율을 높였다.    

2014년엔 정책금융공사를 통해 신용보증기금을 지원하였다. 만기도래 취약업종 회사채 차환을 발행하는데  지원하였다. 

이처럼 과거 한은의 특별대출은 한은이 최종대부자 기능을 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시중이자율에 상응한 이자율을 수령하고, 정부가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준재정활동, 국가부채 파악 힘들어 - 한은의 통화안정증권, 국가부채로 인식 필요

준재정활동의 문제는 재정규모와 국가부채의 참모습을 감춘다는데 있다.(고영선) 준재정활동으로 인해, 정부가 사실상 정책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정부 활동의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겉으로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의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재정 투명성이 가려졌던 것은 국가부채의 공표범위의 한계 때문이었다.  과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확정부채만이 국가채무(D1)로 인식되었고, 수자원공사등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일반정부부채의 포괄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가부채 파악에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국가부채의 일부를 공기업에 전가시킬 수 있었다. 

현재는 정부가 수자원공사등 비금융공기업에 준재정활동을 전가시키기 힘든 상황이다. 2014년 2월 기획재정부는 공공부문부채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D1)에 비영리공공기관이 포함된 일반정부부채(D2)가 파악된 후, D2에 비영리공기업부채가 더해져 공공부문부채(D3)가 공표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공기업의 준재정활동은 여전히 국가부채범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금융공기업 부채가 공공부문부채 D3의 포괄범위에 들어있지 않아서이다.  

예를 들어 한은의 통화안정증권은 국가부채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통안증권은 실질적으로 재정활동의 일부이므로 국가부채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국가부채의 포괄범위에 들어 있지 않다.  

통화당국은 본원통화증가가 있을 경우 통안채를 발행하여 풀린 자금을 환수한다. 이를 통해 통화량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게 된다. 그런데 통안증권은 정책금융이나 부실채권 상각을 위한 은행 지원등, 재정활동을 위해 증발된 통화를 수습할 목적으로 주로 발행되고 있다. 따라서 통화안정증권의 잔고는 재정활동의 반대급부의 성격이어서 실질적으로 국가채무로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혜원)


◆ 정부부채 범위에 연금잠재부채, 금융공기업부채 포함해야 

이제 재정 건전성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부채 범위를 가장 넓게 설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부채에 정부보증채무, 연금잠재적 채무, 금융공기업부채를 포함하는 국가 부채를 투명하게 공표 관리하여 잠재적 재정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김영신 2014)

정부보증채무는 정부의 우발채무이다. 만약 한은의 금융공기업 대출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서게 될 경우, 지급 불능시에 국채를 발행하여 대신 갚게 되므로, 이 대출은 정부의 우발채무가 된다. 이 때 대출의 회수가능성이 낮다면, 정부가 보증충당부채를 잡고 이를 국가부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금잠재 부채 문제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등에서  매 회계연도에 연금적자가 발생하여 정부보전금으로 그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는 현실과 연관되어 있다. 2015년말 기준으로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531조8000억 원이다. 2014 년 충당부채는 523조8000억 원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부양률의 증가로 연금충당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재정적자를 초래하게 된다.  

연금충당부채의  증가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먼저 연금충당부채는 장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 급여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인데, 현재가치를 계산하는 할인율이 저금리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저금리로 충당부채를 계산할 경우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되어, 부채의 현재가치가 커지게 된다. 이러한 부채상승부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하여, 국가의 부담부분을 투명하게 공표하고, 잠재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는 연금적자와 정부의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연금재정에  대규모적자가 발생하게 된 것은 이 제도가 세대 간 부양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후세대의 지출로 선세대가 보험금을 수령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연금 수급자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부양률(연금 수급자 수 ÷ 현직공무원수)의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이처럼 급격한 평균수명의 증가로 저출산 고령화가 더욱 심화된다면, 부양률 상승을 초래하여, 후세대의 공무원의 기여금으로 선대 공무원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이는 정부의 보전금의 증가, 재정적자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충당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 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는 금액이 확정된 채무는 아니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이를 일반회계에서 보전해주고 있다. 이를 국가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연금 충당부채는 공식적인 일반정부부채 산정에 제외되어 있다. IMF 2001 GFSM기준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는 국가부채에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공무원연금과 퇴역군인연금을 연방정부부채회계에 산입하고 있다. 

이렇게 공공부문부채 (D3)에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할 경우, 2013년 기준으로 국가부채(D4)는 1,495조로 GDP대비 104.6%가 된다. 

금융공기업 부채도 국가부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금융부채는 대응 자산이 있어, 국가부채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2008 SNA(UN국민계정체계)는 금융공기업부채도 일반정부부분으로 분류 판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신 2014)

이는 금융공기관이 기관의 자기책임성이 약하거나 정부로부터 상당한 재정지원을 받는 경우 이를 감안하여 일반정부에 포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공기업부채를 포함하여 국가부채(D5)를 파악할 경우, 부채규모는 1,958조 9000억원으로 GDP대비 137%에 이르게 된다. 일본은 공공부분 포함 일반정부부채 비율이 GDP대비 240%를 넘고 있다. 미국은 GDP대비 122%이다.(World Bank, 김영신 2015 에서 재인용)



◆ 담세력이 확보된 그룹에 대한 법인세율을 조정

국가채무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정부활동을 공기업에 전이시키는 준재정활동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부담으로 귀착되게 된다. 이는 재정의 건전성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장기적인 재정 부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해 질 수 있다.  

게다가 준재정활동은 국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게 되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에 대한 점검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을 위한 일시적인 최종대부자기능을 예외로 하고, 준재정활동은 가급적 통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준재정활동이 줄어들면 조세부담률이 높아질 수 있다. 중앙은행의 준재정활동을 정부에서 직접 수행하고 그 부담을 조세증가로 충당했다고 가정할 경우, 단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응모)

그러므로 조세부담률의 증가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능력에 상응한 과세를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은 “선진국 대부분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높은데다 영국이 20%세율로 우리보다 낮다고 하지만 과세표준이나 실효세율을 본다면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과연 낮은지 여부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담세력이 확보된 그룹에 대한 법인세율을 조정하거나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세일보 5월24일) 


<참고문헌>
최승필(2012), “공적조직의 준재정활동에 대한 재정법적 검토”
김영신 허원제(2015), “국가총부채 변동에 따른 위험요인 점검”, Keri Insight
김영신 허원제(2014), “국가 부채의 재구성과 국제비교” 한국경제연구원 정책연구 
고영선(2003),“한국은행의 준재정활동”, KDI 정책연구 제25권 제1호
이혜원(2002), 「통화안정증권을 통한 한국은행의 준재정활동에 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이응모(1994), “중앙은행의 준재정활동”,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정운찬 (1991), 금융개혁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