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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공감적 보수주의 ] 공감적 보수주의의 성격

영국은 1960년대까지 사회적 평등을 추구한 사회민주주의 정책이 일부 성과를 거두면서 모범적인 복지국가라는 칭송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말부터 ‘영국병’(British Disease)에 걸린 ‘유럽의 환자’(sick man of Europe)로 전락하여, 1976년에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러한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 ‘대처주의’이며, 대처주의의 문제점을 수정한 정책노선이 ‘공감적 보수주의’, 또는 ‘온정적 보수주의’입니다.  

공감적 보수주의는 현재 이윤율 저하와 소득 양극화에 빠져 있는 한국사회에 미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 영국이 영국병에 걸린 원인

영국이 복지국가의 모범에서 IMF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에는  영국병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영국병’이란 영국이 1970년대 고실업, 고물가, 강성노조, 생산성하락등으로 인해  경기침체에 빠진 것을 말합니다. 

우선 고물가가 나타난 배경에는 강성노조의 인금인상 요구가 주요 요소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5년 석탄 광업근로자들의 파업이 그 예입니다. 파업의 여파는 임금의 30% 폭등을 초래하였고 이렇게 상승한 임금이 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이어서 상승한 물가가 다시 임금을 높이는 악순환이 나타남으로 인해, 영국은 ‘물가 소용돌이’에서 빠지게 된 것입니다. 

또한 당시 영국의 생산성이 하락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성의 상실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국가주도하의 평등주의를 지향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전 생애 복지를 실행하였습니다. 이러한 복지정책은 높은 조세부담률과 국민의 나태를 부추기면서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주요산업의 국유화는  기업의 혁신과 도전이 사라짐에 따라  x-비효율을 초래하여 생산성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일하지 않아도 놀고먹을 수 있게 되고, 기업은 경쟁부재로 혁신을 게을리 하게 됨에 따라, 유럽의 모범적 복지국가로 칭송받아 왔던 영국은 마침내 1976년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1970년대 영국병에 걸린 영국의 상황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국가가 아니라  개인과 개별 기업의 창의와 도전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우게 합니다. 


◆ 대처주의의 등장

이러한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해 등장한 정치인이 대처(Margaret Thatcher)수상입니다. 

히스(Ted Heath)정부(1970~74)의 교육부장관을 거쳐 1975년 보수당 대표가 된 대처는 영국병의 원인을 지나치게 커진 국가, 고세율, 개인책임의 붕괴에서 찾았습니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노동당에 있다고 본 대처는 자유시장에 입각하여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 증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렇게 출범한 대처주의는 좌파인 노동당의 정책에도 반영되었습니다.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한 블레어의 노동당은 제3의 길을 밟으며 대처주의의 자유시장 접근법을 대체로 수용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블레어 대처주의적 경제합의(Blacherite economic consensus)’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노동당은 신대처주의에 덧붙여,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지목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 사회복지를 강화하였습니다. 

블레어의 신노동당은  사민주의와 대처주의를 결합한 제3의 길의 추진 덕택으로 당의 전성기를 구가하였지만, 보수당은 1997, 2001, 2005년 총선에서 연패하여 13년간 야당의 위치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 공감적 보수주의

보수당도 연패를 끊고자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2005년 당대표가 된 캐머런은 당을 우파에서 중도우파로 이동시키며, ‘共感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를 내세웁니다.

새로운 보수당은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주의의 폐해를 모두 비판합니다. 

즉 신자유주의는 가장 빈곤한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복지국가주의는 사람들의 국가의존성을 높이고 공동체의 상호부조를 몰아내며 개인의 근로의지를 꺾는 등, 이러한 ‘좌파의 실수들’(errors of the left)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런 ‘좌파의 실수’들을 극복하고자 한 시도가 ‘공감적 보수주의’의 등장입니다. 

공감적 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주의의 대안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강조하면서 공정성과 사회정의를 함께 추구하는 중도우파 노선을 말합니다. 

즉 공감적 보수주의의 중도우파노선은 우파의 호소력을 담고 있습니다. 경제 발전이 개인과 개별기업의 창의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감적 보수주의는 좌파적 경향도 띠고 있습니다.  대처주의의 요소인 개인주의 가치로 인한 사회적 분열을 완화하기 위해 좌파의 전유물로 간주되는 공정과 사회적 정의를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감적 보수주의는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에도 중점을 두고 있는 중도우파적 요소를 품고 있었습니다. 

공감적 보수주의는 사회적 정의를 세우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큰 사회론’을 제시하였습니다. 

큰 사회론에선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연대가 강조됩니다. 자유롭고 책임 있는 개인(능동적 시민)· 기업· 자선단체등이 주도적으로 빈곤해소, 사회적 문제 해결에 힘쓰며, 국가는 이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는 ‘환경조성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공감적 보수주의는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기초로 미래를 지향하며, 동시에 공동체의 조화와 연대를 통해 과거의 사회병폐를 해소하고자 하는 과거 반성적 성격을 가집니다. 

결국 캐머런의 영국보수당은 무능한 우파정당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사회정의라는 목표를 함께 지향하는 미래지향적인 정당, 유능한 중도우파 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입니다. 


◆공감적 보수주의 vs 전체주의적 집단주의

현재 한국은 두 가지 난제, 즉 경제 측면에서 이윤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사회 측면에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국면에서, 경제성장과 사회정의를 동시에 지향하는 캐머런의 공감적 보수주의는 한국사회의 이 난제들을 타개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지속적인 이윤율의 저하는 개인의 창의와 기업의 혁신을 통해 극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국가가 개인에게 돈을 풀어 승수효과로 인해 총수요를 늘리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장기성장을 추동한다는, 민주당이 수시로 주장하는  단기 정책은 궁극적으로 이윤율 저하를 막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국가는 경제의 주체라기보다 개인과 기업의 역량을 강화 축적하는데 기여하는 환경적 조성자입니다.  국가는  개인과 기업의 역량 강화을 위한 재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사회측면에서 양극화는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능동적 시민, 기업, 자선단체들이 공동체 구성원간의 조화에 힘쓸 때, 사회적 분열은 완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개인의 창의와 공동체 구성원간의 연대를 추구하는 공감적 보수주의는 현재 한국 보수정당의 지향점과 유사합니다. 

윤석열정부와 집권여당이 추진하는 돌봄학교,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무상교육은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조화를 추동하는 정의로운 정책으로 이해되어집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이 추진하는 의료개혁도 사회적 정의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회 정책입니다. 지역의료와 수도권의료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하에서 이루어지는 의료개혁은 사회정의에 부합되는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현재 의료개혁의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의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은  의료개혁의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의료개혁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들은 개인의 자유와 공정성에 특히 민감한 집단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이러한 공정성의 강조는 의외로 의료개혁의 소용돌이를 쉽게 끝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공정한 의대증원이 마련된다면, 자유주의와 공정성을 추구하는 의사들도  의료개혁을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의사들이 추구하는 공정성은 윤석열 정부의 모토인 공정성과도 괴리되지않는 것으로, 양측의 공정의 의지는 의료개혁에 대한 낙관적인 해법을 도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정부는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타도되고 끌어내려야  할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유는 윤석열정부와 집권여당이 한국판 공감적 보수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윤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창의를 북돋는 정책을 제공하고 있으며, 동시에 공동체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주의의 병폐를 극복하는 공감적 보수주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범야권은 공감적 보수주의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의 역량과 기업의 창의를 북돋는 대신, 국가가 경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오류에 젖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가 이전지출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돈을 뿌려준다면, 경제는 선순환이 된다는 천진난만한 환상에 빠져 있는 겁니다. 

이런 좌파진영의 단순한 사고로 인해 국민은 대신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과거 몇 년간 좌파정부는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듯 현금을 살포한 결과, 물가 폭등 → 금리 폭등 →경기침체를 야기 한 것입니다.  

(생각건대 윤석열정부를 경제폭망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국민이 바보라는 사고가 깔려있지 않는 한  행해질 수 없는 전략입니다. 

국민들은 현재 경기침체가 민주당 정부가 초래한 물가폭등과 금리인상에 기인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고물가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재해로 인한 농산물가격의 폭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그리고 농산물물가를 제외한 물가는 높지 않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현정부가 경제에 무능하다는 흑색선전을 펼치는 데에는 국민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대중이므로 이러한 마타도어에 속아 넘어 갈 수 있다는 착각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민주당의 국민에 대한 교만함을 드러내는 증거입니다. )

결국 한국의 현재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은 공감적 보수주의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즉 개인과 기업의 창의를 북돋아 이윤율 저하를 막고, 동시에 공동체의 분열을 통합으로 전환시키는 정의로운 사회정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에 역행하는 시도들은  진보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후퇴시키며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것임을 사회주의 추구세력과 전체주의적 집단주의 세력들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홍석민, “D. 캐머런의 큰 사회론과 영국 보수주의의 정치적 이미지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