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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 구조조정 ; 초인플레이션과 국민들의 기대 ] 대마불사=도덕적 해이, 기업 구조조정 초래

국민들의 긍정적인 기대 = 기업 지배구조 개선

맥주 한 병을 사기위해 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2000년대 초, 아프리카 대륙 중앙 남부에 있는 짐바브웨가 겪은 초인플레이션 이야기(hyperinflation)이다. 

2007년 3월 1,500%이상이었던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은 2008년 공식 인플레이션으로 2백만%를 넘었다. 비공식 인플레이션은 1,000만%였다. 물가가 폭등하자 중앙은행은 1000억 달러(짐바브웨 달러) 지폐를 발행하였다. 1000억 달러 한 장은 맥주 한 병 값에 해당하였다. (미쉬킨)

짐바브웨가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가 중앙은행의 인쇄기를 쉼 없이 돌렸기 때문이다. 

당시 로버트 무가비 대통령은 농장을 수용하여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배분하였다. 그러자 생산성이 떨어졌고, 이는 바로 조세 수입의 감소와 재정적자로 이어졌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눈을 돌렸다. 세금을 더 거두자니, 국민의 조세저항이 만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손쉽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찍게 하였다.   

이렇게 정부는 중앙은행의 인쇄기 덕택으로 재정적자라는 발등의 불은 껐지만, 대재앙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였다. 화폐공급이 증가하자, 물건 값이 폭등하기 시작하였다. 이후의 과정은 위에 언급한 대로다.    


◆ 인플레이션의 원인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초인플레이션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가? 초인플레이션은 매월 50%, 연간 1000%이상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연초에 1000원이던 빵 가격이 일 년 사이에 10,000원이 올라 연말에 11,000원이 되는 경우등을 말한다.  

먼저 인플레이션은 총수요가 증가했을 경우 나타 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게 되면 기업의 재고가 감소하고 생산이 늘게 된다. 생산의 부가가치는 근로자들과 기계·토지등을 빌려준 자본가들의 소득으로 분배된다. 소득은 다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되고 이러한 생산-소득 과정 회로가 작동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새로운 균형소득에 이르게 되는 총수요 증가가 나타난다. 

이렇게 총수요가 총공급을 초과하여,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과정(참고)=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리면, 화폐시장에서 화폐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여  명목 이자율이 하락하게 된다. 명목이자율 하락은 주어진 기대물가에서 실질이자율을 낮추게 된다.( ∵ 피셔식에 의하면, 명목이자율 = 실질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

실질이자율의 하락으로 투자가 증가하고 소비가 늘게 된다. 이는 유효수요 증가와 균형소득을 늘리게 된다. 이러한 승수과정이 되풀이 되면, 최종적으로 새로운 균형소득에 안착하게 된다. 이는 총수요를 증가(이동)시키게 된다. 

 결국 총수요의 이동으로 균형소득 증가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된다.  





 


◆초인플레이션의 원인 – 독일 인플레이션 사례 

문제는 다음이다. 이렇게 총수요 증가로 물가가 오르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다시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인플레이션이 주체들의 기대물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기대물가 상승은 피셔 식에 따라 실질이자율을 하락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이는 균형소득과 총수요를 늘리게 된다. 다시 물가가 높아지게 된다.) 

소비자들은 오늘 물건 값  1000원이 내일 2000원으로 오른다고 예상하면, 오늘 보유하고 있는 돈을 모두 물건으로 바꾸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격 상승을 예상하면, 모두 빵가게로 달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빵집은 24시간 빵을 구워도, 빵집에 늘어선 줄은 줄지 않는다. 공급보다 수요가 달리니  빵집 주인은 빵가격을 올린다. 

빵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는 빵집 주인이 빵 가격을 올리면 처벌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는 효과가 없었다. 빵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는  천정부지로 빵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이러한 초인플레이션 과정의 대표적인 예가 1914~1923의 독일 초인플레이션이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전과 비교하여, 1923년 12월에 통화량은 15~20배 증가하였고, 물가는 40~50배 상승하였다. 

한 자서전에 의하면, 레스토랑의 한 끼 식사가 100~200억 마르크, 학교 구내식당에서 저녁 한 끼가 10억 마르크, 극장표가 3~4억 마르크였다. 벽지를 사느니 그냥 지폐로 벽을 도배할 정도였다. 위의 사진은 10억마르크지폐로, 1000마르크 지폐위에 10억마르크로 고쳐 썼다. 

독일은 전쟁 중에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화폐를 발행하였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에 패한 이후, 독일은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렸다. 전쟁 중 파괴된 생산시설을 복구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건강 교육 복지등에도 정부 지출이 늘었다. 휴전에 따른 배상은 정부 지출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폭등하는 재정지출을 엄청난 통화 발행으로 메꿀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독일 초인플레이션의 근원은 기대물가상승이었다. 

1914년 무렵 독일 국민들은 화폐량과 물가와의 관계에 민감하지 않았다. 독일 마르크는 안정적이라는 과거의 정태적인 기대를 품고 있었다. 기업과 노동자들은 물건 값이 오른 것은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용덕)

이러한 통화량과 물가상승에 대한 ‘비탄력적인 기대’는 초인플레이션 말기에 물가폭등에 대한 기대로 조금씩 전환되었다. 독일 국민들은 과거 물가상승의 경험으로 물가상승의 원인을 간파하게 되었다. 과거의 물가 체험으로 화폐증가가 물가를 밀어 올린다는 관계를 깨닫는 ‘적응적 기대’가 형성된 것이다. 

일부 사업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미래 물가상승을 지속시킬 것으로 예상하였다.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기대한 것이다. 

이들은 물가가 지속적인 통화 공급으로 인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여, 돈이 수중에 들어온 대로 소비를 미래로 미루지 않고 물건과 돈을 즉각 교환하였다. 이렇게 화폐보유는 즉각 0이 되었다. 

그러자 경기가 불붙기 시작하였다. 벼락경기로 총수요가 폭증하고 물가는 솟구쳤다. 물가상승은 물가상승 기대를 형성하여 물가를 다시 밀어 올렸다. 

이처럼 ‘땔감을 사는 것보다 지폐를 땔감으로 쓰는 게 오히려 더 알뜰한’ 현상이 나타난 배경은 지속적인 통화량 증가와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 기대에 있었다. 


◆한은 기업구조조정 지원, 인플레이션 유발?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방식을 둘러싸고, 한국은행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지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특정기업의 지원을 위한 한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이번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장기국채매입등 무차별 양적완화가 아니라, 일부 국책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다. 은행은 한은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부실채권을 상각할 여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한은의 구조조정을 위한 통화량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총수요를 늘릴 가능성은 낮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통화공급이 명목이자율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명목이자율이 하락하지 않게 되면 실질이자율이 하락하지 않아, 이자율 하락으로 인한 총수요증가를 초래 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화폐공급이 늘어도 주체들의 기대물가 상승이 난망하여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저성장으로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주체들은 소비를 지연시키고 있다. 게다가 가계가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대산 저축을 늘리고 있어, 통화가 증발되어도 물가 상승 기대 → 소비증가→ 총수요 증가를 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은의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지원은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들의 부정적인 기대 : 대마불사=도덕적 해이 

초인플레이션의 역사적 사건은 경제주체의 기대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조선· 해운 기업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국민들은 어떠한 기대를 품게 될까? 

대기업의 경영진과 대주주는 덩치만 키우면 망하지 않는다는 大馬不死(too big to fail) 심리를 여전히 품을 수 있다.  대기업 부실은 금융기관 부실과 국민경제의 위기를 초래하므로  대기업은 망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또한 만약 기업이 과다 채무등에 내몰렸을 때, 이들은 당당히 정부와 금융기관에 추가 지원을 강요하게 된다. 돈 빌린 자가 빌려준 이에게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마불사심리에 빠진 대기업 경영진과 대주주는 과대한 위험투자, 과잉투자, 위기에 대한 부주의라는 도덕적 해이를 범할 우려가 높다. 즉 ‘대마불사 = 도덕적 해이’라는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민)

이번 기업구조조정 사태도 자신들의 퇴출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대기업이 ‘대마불사 =도덕적 해이’ 행태를 보인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위험투자·과잉투자가 성공하면 경영진의 업적이고, 실패하면 국민이 부담을 떠맡는 현재 구도 하에서, 국민들은 이번 구조 조정과정을 통해 기업-은행-정부에 대한 신뢰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다. 

이러한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민들의 긍정적인 기대 = 기업 지배구조 개선 

그렇다고 이번 기업구조조정에서 국민들의 부정적 기대를 체념으로 합리화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정적인 기대를 긍정적인 기대로 전환시키 위한 방안을 제도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의 정부와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새로운 규율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경성국가(hard state)를 회복하는 작업이다.(이제민)

그렇다면 국민들은 어떠한 대기업 재벌 규율시스템을 기대 할 것인가? 

먼저 이번 기업구조조정에서 대주주들의 사재출연등이 정부와 한은의 지원에 앞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구체적 대기업 정책에 앞서 제도화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줄도산을  막기 위한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경영책임 강화를 위해 소액주주등이 독립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 국민연금등 공적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도입등이 대기업 규율을 위해 우선 입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배구조 개선등 재벌에 대한 규율이 강화될 때, 비로소 공정거래정책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다각화를 지양하는 동반성장 활동이 효력을 발휘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강복)

결국 이번 기업구조조정은 ‘대마불사=도덕적 해이’라는 국민들의 부정적 기대를 대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라는 긍정적 기대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이제민 (2000), ‘경제발전과 경제민주화’, 연세경영연구 제37권 제2호
이강복 (2014),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경제발전연구 제20권 제2호 
전용덕(2015), ‘미제스의 기대형성에 대한 접근법과 응용점’
미쉬킨, 송병호역(2015), 「거시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