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주의 체제의 거짓과 허구는 퓌러(Führer 지도자)에 대한 복종과 충성으로 이어집니다.
아렌트는 이점을 「전체주의 기원」에서 다음과 같이 예리하게 분석합니다.
“진실과 현실에 대한 비교 없이, 오로지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으며, 지도자는 진실과 현실에 대한 거짓과 허구의 궁극적 승리를 상징한다”
이처럼 전체주의 선전은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통해 진실과 현실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구성원들이 지도자의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도덕적 자율성과 판단력을 포기하고, 지도자에게 절대적 충성과 복종을 바치게 됩니다.
이어 아렌트는 전체주의 운동의 모든 계층에서 “지도자의 변화무쌍한 거짓말에 대해 각 구성원이 기대하는 것은 기묘하게 뒤섞인 잘 속음과 냉소”라고 지적하며, 대중들은 이런 반복적 거짓말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스스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치와 공범의식을 느끼고 지도자에게 더욱 강하게 묶인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아렌트의 분석은 한국 정치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언론등 이재명 후보 친위세력이 거세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렌트의 지적처럼 진실과 상관없이 ‘퓌러는 항상 옳다’라는 신념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러한 이재명 후보의 친위 세력들의 행태는 “진실은 더 이상 내용에 묶이지 않고, 충성과 복종에 연결된다”라는 아렌트의 말과 유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전체주의가 구체적 사실이나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복종과 동일화로 수렴된다는 아렌트의 통찰이, 오늘날 한국 정치 현실에 이토록 생생하게 적용될 줄은 그녀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 안에서조차 진실보다 충성과 허구가 앞서는 전체주의의 징후가 우리 정치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훼손의 심각성을 일깨워 줍니다.
특히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와 기본권 강화 등 주권자의 권리 확대에 집중해 온 반면, 주권자와 그 대리인들의 도덕성과 진실 추구라는 민주주의 본연의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결국,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 환송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권리의 확대에만 그치지 않고, 주권자와 그 대리인의 도덕적 책임과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용기에 있다는 원칙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