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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회균등] 결과의 균등 vs 기회 균등 ; 고소득자들의 높은 세금부담, 따뜻한 배려인가?

부유한 집안환경과 부모의 높은 학력으로 우수한 교육기회와 고소득을 얻게 되었을 때, 이 고소득과 자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면  이는 불평등한 것일까? 

빼어난 미모와 건강에  연고의 힘이 덧붙여져, 보통 이상의 지속적인 혜택을  얻게 되는 경우, 정부가 이 소득과 재산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두어  이를 저소득층, 장애인, 고령층으로 배분한다면, 이는 결과의 불평등일까? 

이러한 의문들은 ‘무엇을 평등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즉 결과의 평등인가 아니면 기회의 평등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논쟁은 국가가 자원을 어디에서 거두고 어디로  배분해야하는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기회의 평등

기회의 균등을 주장하는 이들은 소득은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소득은 노동시장에서 근로자들의 생산성에 따라 완전 배분된다고 본다. 이는 근로자들에게 생산의 동기부여를 주어, 생산의 효율과 효과를 높이게 되고,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의 인적자본 투자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그들에게 완전 배분되지 않고, 생산가치와 임금간의 차이는 잉여가치라는 형태로 남아, 초과이윤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우수한 교육기회로 인한 높은 생산성으로 인해 경제가 발전된다면, 증가한 가치는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에게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소득과 자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의 재분배는 결과의 균등이며, 이는 근로와 혁신의 유인을 막고 인적자본축적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결과의 평등대신 기회의 평등을 강조한다. 특히 교육기회를 강조하여, 저소득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면 경기장에서의 출발선은 어느 정도 같아진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기시감이 있는데,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때 내세운 논리이다. 또한 과거 이명박 정부의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는 슬로건도 기회의 균등을 강조한 것이다. 


◆ 결과의 평등

이에 반해, 스스로의 노력을 넘어서는 불로소득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들은 특권적인 추가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여 배분한다는 결과의 평등은 분배의 정의에 부합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결과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자원에는 노력과 무관하게 얻게 된 유산과 신체적으로 타고난 지능· 재능· 외모· 건강등이 포함된다. 심지어 폭 넓게 연고관계, 주거지, 국적등 지구적인 모든 요소도 해당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각자의 노력을 넘어서는 모든 유증된 자원들을 공유자원으로 본다면  이 공유자원을 각자에게 배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예컨대 한국인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것은 결코 어색한 행위가 아니게 된다. 

또한  장애인, 자립할 수 없는 노령층,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거둔 세금을 이전하는 것은 고소득자들의 ‘따뜻한 배려’라는 주장도 이러한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우월적이고 거만한 태도가 된다. 


◆ 결과의 균등과 기회 균등의 양립

결과의 균등과 기회의 균등이 이분법으로 다투고 있는 가운데, 이 양면을 모두 포용하는 접근이 현실적으로 주장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주최의 ‘기회균등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기회의 균등이나 결과의 평등등 한 쪽만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면서, “어떤 영역에서는 기회의 균등이, 또 다른 영역에서는 결과의 평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장애인, 자립이 힘든 고령층,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현물과 현금을  제공하는 것은 결과의 평등에 해당된다. 또한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기회의 평등을 말하게 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도 기회의 평등을 강조한다. 장교수는  그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수업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지난 영국총선에서 노동당이 내건 정책인 ‘사전적 분배’도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에 따라 소득을 분배한다는 논리와 오버랩 된다. 

그러므로 기회의 균등과 결과의 평등은 상호배타적인 상황이 아니라 양립가능하게 된다. 

기회의 균등이 제공되면 결과의 평등도 높아지게 된다. 또한 알랭 트나누와 파리사회과학고등원 교수는 “기회의 평등이 완벽하게 보장되기 위해서라도 ‘나쁜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때에는 도덕적 해이에 유의해야 된다.”고 지적하였다. 

예컨대 결과의 평등과 나쁜 결과물에 대한 보상으로, 기초노령연금의 인상은  필요와 후생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다. 또한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을 위해서,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상도 자연스러운 정책이 된다. 

<참고자료>
이우진, ‘경제민주화와 기회의 평등’, 2013
곽노완, ‘분배정의와 지속가능한 최대의 기본소득’, 2013
김세원외, 「페어 소사이어티:기회가 균등한 사회」, 2011
송원근외,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2014
강석훈, ‘기회균등제고가 대안이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