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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감정노동 ① ] 감정노동의 극복은 자기 역량 개발로

# 10여 년 동안 유통매장에서 의류를 판매해 왔지만 어느 순간 손님이 무섭다는 의류판매직의 이모씨(35). 이씨의 증상은 공황장애이다. 자신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일로 손님이 시비를 걸어오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 초조해진다. 그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안으로만 참다가 보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참아낼 수가 없다. 휴게실마저 변변찮은 매장이다 보니 화장실에서 안정제를 먹고 한참 앉아 있는 것으로 겨우 고비를 넘긴다.

서비스업에서 고객대면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와는 무관하게 친절과 미소를 표현해야한다. 타인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게 되는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폭언을 듣지만  이러한 부당함에 저항할 수 없게 된다. 항상 미소와 웃음이 회사의 업무규칙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의 불일치가 지속되면, 결국 탈진· 우울· 공황장애등의 정신적 고갈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대한항공 ‘땅콩리턴’ 사건도 위의 사례와 유사한 경우이다.  승무원, 간호가, 판매직노동자, 콜센터 상담사등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표정과 감정을 함께 제공하는 감정노동을 수행하게 된다. 

전체 소비자들의 10%를 차지하는 비이성적 소비자라 불리는 블랙 컨슈머들은 감정노동자들에게 언어적 폭력, 육체적 폭력, 성희롱을 가하여,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망가뜨린다. 

이러한 노동현장에서 안정제만이 부정적 감정노동에 대한 유일한 처방인가? 



◆ 감정노동이란 ? 

감정노동은 배우의 연기와 흡사하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감정 관리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경우, 자신의 현재 감정이 어떠하든 그 축하 분위기에 걸 맞는 행복한 얼굴 표정을 짓게 된다. 특정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감정 관리는 사용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 조작된 감정이 상품화 되는 경우가 있다.  서비스시장에서의 고객대면 노동에서 이러한 허위의 감정이 만들어진다.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회사의 이익에 적합한 감정을 고객에게 제공하여, 이에 대한 교환으로 고객의 만족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감정은 노동시장에서 교환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감정의 상품화는 서비스산업이  완전경쟁시장에 놓여 있어 서비스의 가격차별보다 질의 차별성이 부각된 결과이다.  질의 차별성은 종업원의 감정도 부수 공급의 대상이 되기를 요구한다. 

서비스기업의 완전경쟁은 ‘고객만족’ ‘고객감동’ ‘고객은 왕’이라는 슬로건을 기업 스스로가 창출하고, 고객은 이 개념을 자연스럽게 숙지하여 노동자들 위에 ‘왕’으로 군림한다. 

결국 Hochschild에 의해 최초로 소개된  감정노동이란 “고객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종업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적절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개인적인 감정을 야기하거나 억누르는 것”으로 정의한다. 



◆ 감정 부조화와  감정 고갈

노동자가 감정노동을 수행할 경우의 부정적 효과로, 감정 부조화와  감정 고갈이 있다. 

감정부조화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자신의 진실한 감정과의 괴리를 의미한다. 이는 자신이  경험하는 실제 감정 상태와 회사 내에서 직무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표현규칙간의 차이가 존재할 때 발생하게 된다. 

이 괴리감이 커지게 되면 위 사례의 이씨처럼 감정고갈(burn-out)을 체험하게 되어, 적응장애·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 자살에 노출되게 된다. 

혹쉴드는 이 감정 부조화와 관련하여, 감정과 표현규칙을 분리하는 것은 단순하게 한 두 번은 실행 할 수 있으나, 이 분리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면 긴장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한다.  외부적으로 표출되는 가식적인 표현으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이 누적되면 감정적 고갈에 직면하게 된다. 

감정고갈을 겪은 후 발생할 수 있는 결과는 5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우선 육체적 증상(physical symptoms)이다. 피로감· 불면증· 두통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감정노동이 더욱 악화되면  육체적 감정에서 감정적 증상(emotional symptoms)으로 발전한다. 자존감과 자신감의 저하, 의기소침, 성급함, 불안 및 무력감, 심지어 우울증상이 일어난다. 

우울증이 심화되면 대인적 증상 (interpersonal symptoms)으로 대인관계의 결여로 대면접촉을 피하게 된다. 동시에 부정적 태도 (attitudinal symptoms)가 형성된다. 고객· 업무· 회사· 자신등 자신과 관련된 사람 및 조직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 상태는 행동적 증상(behavioral symptoms)으로 귀결되어 업무 태업, 직무성과의 하락, 업무포기나 이직등이 나타난다. 



◆ 진정한 노동의 수행 

감정노동자가 감정을 상품화함으로써 나타나는 감정부조화와 감정고갈은 노동자들의 노동이 더 이상 진정성을 품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노동과 자신을 분리하는 노동소외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서 소외되지 않는  진정한 노동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한 노동, 규칙과 체계가 강요하는 가짜 감정이 아닌 자신의 본감정에 근거한 노동은 가능한 것인가? 


△ 표면행위와 심층행위 

노동의 소외에 대한 대처는 표면행위(surface acting)와 심층행위(deep acting)로 분류된다. 

표면행위는 실제로 느끼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업원은 고객과의 접점에서 기분이 상하더라고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분노등을 감정내부에 감추고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 태도에 맞추어 감정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따라서  적절한 표정과 말투로 자신을 적절히 꾸미게 된다. 그 결과 고객대면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표면행위가 누적되면 감정불감증이 생긴다.  텔레마케터를 8년 남짓했다는 박 모씨는 “감정노동 종사자의 상당수가 초기 1,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관둔다. 5-10년 근무하면 웬만한 고객의 ‘횡포’에도 끄떡 없을 만큼 맷집이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반면 심층행위는 자신이 표현하도록 요구받은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종업원이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누르거나 겉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에게 자신의 감정을 맞추는 행위이다.  이런 내부 행위의 변화는 겉으로 꾸미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 

결국 심층행위는 종업원이 내면의 진정성을 이끌어 내려는 행위로서,  실제 감정과 자신의 감정이 거의 일치하게 되어, 감정의 부조화가 표면행위에 비해 감소된다.  

고객들도 종업원들의 심층행위에서 나타나는 진정성에 더 많이 공감하게 되어, 서비스제공자과 고객과의 갈등이  최소화된다. 그들의 진심이 담긴 미소는 결국 고객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 공감

심층행위로 인한 진정성과 유사한 개념이 공감이다. 공감은 감정의 부조화를 완화시켜 감정고갈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공감은 타인이 처한 상황에 부합하려는 정서적 반응으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배려를 의미한다.  타인의 정서적 상태나 조건을 이해하고 이에 부합하려는 정서적 상태인 것이다. 

그러므로 공감은 고객의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으로 정의한다. 

예컨대 감정노동을 하는 간호사들이 고객과 공감하게 되면, 고객과 동일한 정서 상태에 이르게 되어 상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감정부조화의 수준을 감소시키고 긍정적 직무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은 심층행위를 더욱 강화시킨다. 


△ 감성지능 

이 공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답은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높이는 것이다. 

감성지능이란 노동자가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타인의 감성이 어떤 상태인자 판별할 수 있고, 이 얻어진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이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감성지능은 5가지 하위차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기감정인식이다. 개인이 자신의 현재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내부에서 느끼는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둘째는  자기감정 조절(self regulation)이다. 이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 및 평가를  기반으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현재의 상황에 적절히  수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인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다. 

셋째는 자기 동기화이다 (self motivation). 자신의 업무에서  잘못이  발생했을때,  혹은 업무수행중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그 개선점을 파악하고  업무를 재추진하여  업무의 목적을 달성한다. 이러한 개선 노력은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다시 업무에 도전한다는 의미이다. 

넷째, 타인감정 인식 (emotional appraisal)이다. 이것은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능력을 말한다. 이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해석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예컨대 “저 고객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어 화를 낸 것이겠지. 나를 무시하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섯째, 대인관계(social skill)이다. 이는 타인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다. 사회적 긍정적 대인관계, 고객과의 접촉, 직장에서의 단체생활등 사회화 과정을 활발히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획득되는 사회적 지지는 감정고갈을 막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이 감성지능은 자신과 상대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인식함으로써, 상황 및 문제 해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업무의 역량을 길러 처해진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게 함으로써, 감정부조화와 감정고갈을 차단하도록 도움을 준다. 



◆ 감정노동의 극복은  자기 역량 개발로 

감정노동에 대한 대처의 방안으로 회사의 노동자 보호가 강조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회사에 피할 권리를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자신을 엄호해 달라고 바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 달라고 바라기보다, 자신이 강철처럼 강해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종업원의 보호 보다, 기업 자신이 먼저 생존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증분석에서도 감정노동과 기업의 업무효과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기업은 노동자가 감정노동으로 감정고갈을 겪어도, 감정노동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쉽지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노동자가 스스로 직무 능력을 높이고 동시에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노동자와 고객이 함께 만족을 느끼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체 역량을 높여야하는 치열한 생존 환경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자신의 노력을 경주할 때,  기업 측에 바람직한 노동 환경을 요구하는 싸움을  당당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