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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대한항공 '땅콩리턴', 쟁점은 ?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40)이 9일 오후 보직에서  퇴진했다. 하지만 부사장과 등기이사는 유지하기로 해,  소나기를 잠시 피하기위한 임시방편의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있다.

한 승무원이  조부사장에게  견과류를 봉지째 건넨 것이 발단이 되어, 활주로로 진입하는 250여명의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가 주기장으로 돌아갔다. 

이른바 이 ‘땅콩(마카다미아넛)리턴’ 사건과 관련,  현재 대한항공의 입장과 조종사 노조 측과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조부사장의 고발조치 예정과 국토교통부의 사건 조사가 맞물리면서, 이 사건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이 사건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쟁점을 정리해 본다. 


◆ 객실 서비스 매뉴얼의 내용은? 

우선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 매뉴얼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이다.  실내 서비스 매뉴얼에 좌석 등급별  응대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견과류 서비스의 내용과 관련,  ‘승무원은 승객 의향을 물은 뒤 음식을 준비하는 곳으로 돌아와 견과류 봉지를 개봉해 그릇에 담아 음료와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대한항공 서비스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다고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였다. 

또한  한 현직 승무원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땅콩서비스는 좌석등급별로 달리 서비스가 제공되고,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는 땅콩을 데워서 승객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서비스 지침은 기내 서비스 매뉴얼에 기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견과류 기내서비스 매뉴얼이  일부 언론들의 보도 내용과 일치하는지가 궁금하였다.  

대한항공의 홍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뉴얼 내용을  확인 해 보겠다며 잠시 기다리게 한 후, “서비스 매뉴얼은 회사의 자산이므로 당장 알려주기 힘들다”고 답했다. 땅콩서비스도 대단한 기업의 무형자산인가에 의문이 들었다. 그 관계자는 메일로 관련 매뉴얼을 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퍼스트클래스의 견과류 서비스 매뉴얼을 왜 당장 알려주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현재 보도되고 있는  매뉴얼과 실제 매뉴얼 간에  내용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매뉴얼의 확인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실제 매뉴얼이 기존 보도내용과 다르다면 조부사장의  서비스에 대한 대응이 본질에서 벗어난 과잉 지적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조부사장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매뉴얼과 다른 과잉서비스를 요구하였다면,  이 ‘땅콩리턴’사건은 비이성적 소비자의 감정노동자에 대한 학대의 사례로 꼽히고 있는  ‘라면상무’사건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항공기에서 기내식이 설었다며 라면을 끓여달라는 한 기업 상무가 대령한  라면을  덜 익었다고 다시 불평하며 욕을 하였다. 지금도 이 사건은 감정노동자의 존엄과 자존심을 무참히 망가뜨리는 악의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 출발시점에 안전이 문제인가 땅콩이 문제인가

또 다른 쟁점은 활주로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 서비스가 그 시점에 필요하고 긴급한 서비스인가라는  문제이다.   

당시 항공기는 주기장을 떠나 활주로를 향해 진입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위의 현직  승무원은  이 출발시점에 승무원의 제1의 업무가 안전 활동이며, 제2업무는 보안업무라고 업무 매뉴얼에 기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안전과 보안을  총괄하는 사람이 사무장이라고 밝혔다. 

이렇다면 여기서 제한되고 긴장된 이 시간에 승무원이 견과류 서비스를 한  자체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이 승무원은 회사 임원이며 오너의 딸에게 특별히 출발 시점에 인사차 들른 것이고, 동시에 곁들여 땅콩을 건 넨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조부사장의 주장대로 매뉴얼과 일치하지 않는  서비스가 발생하였다면, 이륙 후에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문제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  출발 시점에 250여명의 안전과 보안을 체크하고  있는 긴장한  사무장을 별도로 부른 처사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조부사장은  이러한 긴급한 상황에서 사무장을 호출하여 서비스 매뉴얼 문제를  질책하였고, 안전과 보안으로 가뜩이나 골치 아픈 사무장의  머리는 백지상태가 된 결과,  그는 태블릿 암호를 순간 잊은 것 같다. 그러자 부사장은 즉답이 없자 항공기를 회항시키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기자는  이러한 긴급한 상황에서의 상황별 매뉴얼은 따로 있느냐고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질문했다. 관계자는 다시 즉답을 피했다. 

기본 매뉴얼이 있다면 상황별 매뉴얼은 없다는 건지, 그리고 안전과 서비스가  충돌될 때, 어느 매뉴얼이 앞서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 내용이 궁금했다. 

긴장된 출발시점에 안전과 보안을 책임지는 승무원과 사무장의 책임에 있어, 안전매뉴얼이 앞서는지, 아니면 퍼스트클래스 승객에게 땅콩 봉지를  제대로 까주는 서비스가 앞서는지,  의문이 들었다.  


◆ 부사장의 폭언 여부  

조부사장의 사건과 관련된 법적 문제는 항공기 내의 소란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국토 교통부는  견과류를 서비스한 객실승무원과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들은 ‘심각한 소란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참여연대는  조부사장을  항공보안법위반등으로 고발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보안법 제23조인 ‘승객의 협조의무’의 1항에 의하면  ‘항공기 내에 있는 승객은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한 운항과 여행을 위하여 폭언, 고성방가 등의  소란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폭언을 어떻게 정의내릴 것인가의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  기장의 램프리턴의 사유는?

기장의 램프리턴에 대한 사유를  어느 정도로 볼 것인가의  문제도 쟁점이다. 이는  결국  서비스의 결함으로 기장이 회항할 수 있는가이다. 서비스결함이 회항의 이유가 된다면,  서비스 미비로 기장과의 합의하에 램프리턴을 하였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가 기장의 재량적인 의사결정이 된다면, 다음 문제는 기장과 조부사장이 회항의 합의를 하였는가로 좁혀지게 된다. 

국토부의 입장은 어떨까? 

국토교통부의 대항항공 안전담당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램프 리턴에 대한 사유는  항공법에도 항공안전법에도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램프리턴의  예는 기상악화, 환자, 정비결함등”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그럼 서비스의 미비점도 램프리턴의 사유가 되느냐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16시간의 운행 동안 서비스의 미비한 점이 밝혀진다면, 다시 준비를 위해 램프리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비스 결함도  기장의 의사결정으로 리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다시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럼 기장이 ‘땅콩’때문에 회항한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 이 리턴은 문제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이 경우는 조사대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토부는 서비스의 미비점이  발생된다면 기장의 리턴은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항공법 제50조 3항에 “기장은 항공기나 여객에 위난(危難)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항공기에 있는 여객에게 피난방법과 그 밖에 안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좁게 해석하면 램프리턴의 사유는 항공기에 위난이 발생할 경우로 제한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조종사노조도 기장이 회항한 이유로 기장이 “객실에 문제가 있어 게이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보고를 듣고 회항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유는  위의 50조 3항의 요건과 일치한다. 


◆ 조부사장과 기장은 서비스 미비 및 회항 문제로 협의하였는가?

결국 감독기관인 국토부의 주장처럼 서비스 미비도 램프리턴의 사유가 된다면,  서비스 결함 및 램프 리턴과 관련하여 기장이 조부사장과 협의를 하였는가라는 질문이  이 사건의 핵심으로 좁혀진다.  즉  기장이 이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조부사장과 협의 하에  램프리턴을 하였는가이다.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이 내린 것은) 조현아 부사장 지시가 아니라 기장과 협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의 주장에 강력 반발하였다. 노조는 사측이 기장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고 맞섰다.  “부사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조부사장이 객실사무장이 기장에게 ‘게이트로 리턴해야한다’고 보고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노조는  기장은 기내 문제로 인해  회항의사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기장이 기내 서비스 하자로 인해 회항한다는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50조 3항에 준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램프리턴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  조부사장의 월권?

만약 기장이 조부상장과의 합의 없이 단지 ‘기내의 문제’로만 보고받고 램프리턴을 하였다면,  부사장의 지시대로 회항하고 승무원을 내리도록 하였다는 의미여서,  이는 부사장의  월권이 적용된다.  

항공법 제50조 1항의 기장의 권한에는 “항공기의 비행 안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기장이라 한다)은 그 항공기의 승무원을 지휘·감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장만이 항공기의 승무원을 지휘 감독할 수 있어, 항공기에서 내리라는 지시권한은 기장의 고유권한이 된다.  기장 외에는 어느 누구도 항공기 내의 사항과 관련한 의사결정과 지시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기자는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기장이 이 서비스의 미비를 알고 부사장과 협의 하에 기장의 지시로 리턴 하였는가라는 뻔한 질문을 하자, 관계자는 회사가 발표한 그대로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부사장이 기장과의 서비스미비에 대한  협의 없이, 램프리턴과 사무장 下機를 지시하였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조부사장의 월권으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