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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십상시와 프라나브 미스트리 : 박근혜 대통령의 결자해지 필요

인도출신 33살의 천재 과학자가 삼성 본사 상무로 승진하였다. 

화제의 인물은 MIT 출신의  프라나브 미스트리.   

그는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면 컴퓨터 화면이 움직이는 가상현실 기술의  전문가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명에 뽑히기도 하였다. 

그가 이번 삼성전자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된 배경은 혈연과 나이를 따지지 않는 삼성의 인재제일론과 맞닿아 있다.  

인재라는 단어는 삼성경영전략의 핵심 DNA로 자리 잡고 있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우수 인력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확보하라.”고 강조하였다. 종업원의 탁월한 창의성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혈연· 나이· 연고에 대한  집착은 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존속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그룹의 CEO들의 성과평가에 인재확보 항목이 있다. 이 인재 항목 성과가 최고 경영자의 성과평가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인재확보는  순혈주의· 지연· 학연등 연고를 초월하여 행해진다. 

또한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인재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가 존재한다.  삼성은 인재를 계열사 CEO급 대우를 받는 S(Super)급, 주력 사업 핵심 추진 인력으로 분류되는 A(Ace)급, 미래 S급 인력으로 양성 가능한  H (High Potential) 급등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S급 인재 중에는 본사 부회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연구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를 획득한 직원에 대해서는  현금보상은 물론 인사 상 혜택도 부여되고 있다. 이른바 경찰의 수사성과에 대한 계급특진과 유사한 개념이다. 

삼성은  해외 인력확보 뿐만 아니라 국내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핵심인력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부장급 1500명중 50명을 엄선하여 재무회계, 마케팅, 리더십, 위기관리 능력등 경영진에 필요한 소양을 기르는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ram)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들은  “마차를 잘 만드는 인재보다 마차에서 자동차를 꿈꿀 수 있는 인재가 우선이다.”라는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핵심인재의 모습으로 빚어진다. 

 인재가 조직의 호흡이라는 인식하에 혈연· 지연· 학연등  연고등을 모두 타파한다는 원칙이 현재의 삼성을 도약하게 한 것이다. 


◆ 비공식집단의 권력 남용?

‘십상시’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대통령과 접촉하기 위해서  문고리 역할을 하는 3인방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부의 핵심에 있는 대통령 측근들과  비선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무엇일까?

외관상 드러난 현상은 권한 없는 비공식집단의 리더 인 비선실세와 10명의 ‘중상시’들이 권력을 남용하였다는 사건으로 초점이 맞추어 지고 있다. 

권한을 부여받은 적이 없는 이가 대한민국의 공식 조직의 권한의 핵심에 위치한  이들에게 지시하여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권력(power)과 유사한 용어가 권한(authority)이다. 권한은 타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리로, 그 권한을 지닌 사람이 조직의 합법적 지위로부터 권리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권력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능력으로, 공식적 비 공식적인 힘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권력이 권한을 포함하고,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권리 수여인 권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권한이 없어도 권력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권한이 없는 자가 국가의 권력을 행사하였고 덧붙여 십상시들이 이 권한 없는 자에게 국정을 보고하고 지시를 하달 받았다는 의혹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비선실세와 십상시의 모임인 비공식적 집단이 대한민국의 공식조직의 의사결정시스템을 유린하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공식집단의 권력 남용으로 언급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80년의 군의 비공식 집단인 ‘하나회’이다. 

군의 비밀 비공식집단이었던 하나회가 계엄사령관등으로 이루어진 군의  공식조직을  제압 하는  12.12 하극상 숙군 쿠데타를 감행하였다. 더 나아가 5.17쿠데타를  일으켜 헌정파괴를 자행하고 5공화국 정권을 창출하였다. 

이러한 권한 없는 비공식집단의 전횡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유린한 것이다.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은 “5.17 사태를 민주회복이라는 국민적 목표를 배신한 폭거”로 규정하였다. 

이번 십상시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하나회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은 다를 바가 없다. 정윤회라는 한 인물이 비공식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어 국정을 농단한 경우가 되는 것이고, 이는  하나회가 군의 질서를 어기고 하극상을 일으킨 사건과 비견되게 된다. 

이러한 비공식집단이 청와대의 공식조직위에 올라서게  된다면, 이는 정국의 의사결정시스템 자체가 왜곡된다는 의미이다.  인사와 정책결정등 이 모두가 공식적인 검토와 타당성의 절차를  밟지 않고, 음지에서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높이 솟은 언덕에서 이익을 혼자 독차지한다는 ‘壟斷’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 

투명한 의사 결정절차가 없는 국가정책은 결국 절차의 하자와 내용의 하자를 가져오게 되고, 이는 희소한 자원 배분의 불공평성을 초래하게 되어, 결국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의 원천이 된다. 


◆ 전략 ⇒ 조직 

이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우선 전략과 조직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략과 조직간의 상관관계에서  전략이  조직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한다.  

Chandle는 그의 저서 < Strategy and Structure> 라는 책에서 미국의 100대 산업조직을 대상으로 실증연구를 통해 기업이 채택한 전략과 그 전략을 수행하는 조직구조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그의 실증분석은 구조는  전략에 따른다는 것이다. 

전략은 방어적 전략과 공격적 전략 등이 있다. 

우선 방어적 전략은  현상 유지가 목적이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안정적이고 폐쇄적 조직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의사결정구조도 쇠사슬형으로,정점에 리더가 있고 수직적으로 하부조직에 명령이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조직구조는  유동적이고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구조이다. 변동성에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공격적 전략은 현상유지보다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조직은 유동적인 조직형태를 취하게 된다. 예컨대 사업부제 구조나 프로젝트 구조 혹은 이 둘을 합한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이 구조는 변동성이 있는 상황에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각 사업부에 권한이 부여되는  분권화가 일반적이며,  조직의 형태가 리더와 하부 조직원간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오각형 구조이다. 서로 간에 공식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정책의  브레인스토밍이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리더는 각 사업부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여 그들에게 임파워먼트를 준다. 리더는 단지 미래 비전을 구상할 뿐이고, 일부 사업부에 대한  성과와 예산과의 차이부분만을 피드백 할 뿐이다. 

결국 방어적 전략을 취하는 조직은 좁은 제품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안정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을 선호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집권화의 경향이 높아진다. 

공격형은 개방적이고 신축적인 조직이 요구된다. 사업부제 조직등의 복잡하고 분권화된 조직을 채택한다. 


◆ 박대통령의 트라우마 

이번 사건도 이러한 전략과 구조와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리더의 전략에 따라 조직이 결정된다는 이론에 따라, 이번 사건의 본질은  조직이라는 결과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리더의 전략에 대한 원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건의 전말이 어떠하든,  박근혜대통령의 방어적이고 폐쇄적 리더십이 이러한 문제를 초래하였다고 지적되고 있다.

박대통령은 문고리들에게 권력을 일임하여, 폐쇄적 방어적 리더십을 유지하였다. 그러므로 이에 상응한 조직은 폐쇄적 조직만 가능하게 되었고, 여기에 비공식집단이 기승하고 비공식집단이 공식집단을 억누르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탄생되었다.  

그렇다면 왜 박대통령은 이러한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전략에 매달렸을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해석은 대통령의 트라우마가 원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0.29로 박정희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이후, 그를 추종하던  모리배들이 모두 그녀와 가족등을  등졌다고 한다. 그 이후 신당동 자택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강한 배신감과 불신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박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을 편애하고 신뢰하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박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믿음과 신뢰를 유독이 강조하였다. 누군가를 그녀에게 추천할 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그 사람 믿을 수 있나요”였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배신에 치를 떨었던 박근혜대통령은 이러한 자신의 측근만을 신뢰하는 방어적 전략에 치우치게 되었다고 말하여진다. 


◆ 박근혜와 이건희 : 십장시와 프라나브 미스트리

혹자는 말한다. 이러한 친인척들의 발호로 인한 레임덕 현상은 보통 정권 말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집권이 2년 정도에 지나지 않은 박근혜정부가 벌써 레임덕이 발생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말하면 박근혜 정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상처의 환부를 도려내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결의 순서는 전략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방어적 전략에서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이회장은 ‘마누라’만 바꾸지 말고 모두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 인재제일주의로 국적과 나이와 혈연을 불문하고 인재를 육성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30대 초반의 인도인 프라나브 미스트리가 삼성의 별을 달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의  답을 이회장의 경영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문고리 삼인방에 치우치는 의사결정 대신, 대통령에 반하는 의견을 내세우는 인사가 있어도 이것이 진정 진영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이 된다면 과감하게 등용할 필요가 있다.  연고와 과거의 충성에 연연하여 새로운 인재를 배척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관이 30대 인도인이면 어떻고, 비서실장이 야당 출신이면 어떤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다. 

이러한 유연한 인재 등용 전략이 가능해진다면 비로소 이에 상응한 조직구조가 만들어진다. 유연시스템의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는 분권화가 강하고 다소 느슨한 공식화가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5각형 조직형태가 만들어진다. 

이때 비로소 서로 간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견실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불필요한 정책이 걸러지게 된다. 

이제 이번 십상시사건의 해결의 키는 검찰도 국회도 아니다. 이 해결책은  대통령의 결단이며 대통령의 트라우마에 대한 해소가 우선이다. 

해법은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우리나라의 정치도 유연화 된 구조, 비공식집단이 더 이상 설 수 없는 구조, 공식조직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과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結者解之의 차원에서 새로운 전략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