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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2015 예산안 심사] 억울하면 실력을 기르는 수 밖 에 없어

2010년 12월 8일  정기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2011년 예산안을 졸속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4대강 예산이 통과된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MB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를 유린하고 국민을 농락했다.’면서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예산은 밀어붙이면서 서민예산, 아이들 예산은 완전히 무시했다.’며 정부여당의 졸속 날치기에 강력히 반발하였다. 



2010년의 예산안 통과가 졸속 날치기인 이유는  예산안 통과를 위한 절차에 하자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우선 당시 국회의장의 초단기 심사기일 지정으로 예산안이 졸속 처리되었다. 국회의장은 10시간 또는 2시간에 법안 심사를 완료하도록 한 초단기 심사기간을 지정하였다. 

의장은 12월 7일, 23시 55분경에 기획재정위원회에 14개 세법개정안을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심사를 완료 하도록 심사기간을 정하였다. 단 심야 10시간동안 심사를 완료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의장은 친수구역법등의 쟁점법안 11개에 대해서 12월 8일 9시에 심사기간 지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이 경우도 심사기간을 단 2시간 후인 11시까지로 지정하였다. 

야당은 또한  의장의  예산안 심사 협의의무 규정의 위반을 지적하였다. 의장은 위원회에 회부되는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경우 야당대표와 협의하여야 하는 국회법을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지정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졸속 심사에 절차상 하자로  9조 6천여억 원의 4대강 예산이 국회의 충분한 심의나 논의 없이 통과되었다. 

4대강 예산의 통과로 그 여파는 서민예산 삭감이었다. 120개 사업 중 총 2조 880억 원에 달하는 서민예산이 삭감되었다. 영유아 예방접종 59억 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283억 원, 장애인 사업 1279억 원, 사회취약계층사업 210억 원, 농어민 사업 8,589억 원 등이 삭감액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과거 이러한 절차상 형식상의 하자는  올해부터 사라졌다.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85조의3는   예산결산 위원회는 세입예산안과 부수 법률안의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규정되어있다. 12월1일 자동부의되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국회의장도 합의한 후 12월 2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또한 이 조항에는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다음 날에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있다.

이제 여당이 과거처럼  무리수를 두면서 절차상의 하자를 남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야당은 85조 3항의 단서 조항을 내세워도 야당이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23일 우윤근 원내대표는  예산쟁점관련 기자간담회에서 “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와 합의한 경우는 기일을 연장해서 심사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면서 “ 야당의 합의가 없는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는 입법 취지에도 반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결과는 국회 마비 또는 국정 파탄이라는 국면을 야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여야 대표 합의 없이 본회의를 자동 상정시켜도 법적으로 절차상 하자는 없게 된다. 

 85조 3항 단서 조항으로,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는 심사를 연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야 대표가 합의한 경우 본회의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이 되지 않고, 예산안과 부수법안의 심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여당의 일방적 상정은 절차상 날치기라고 말하기 힘들다.  이 단서 조항은 여야대표가 합의한 경우 심사연장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지,  합의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산안이 여야 합의 없이 자동 상정이 되어도 정부여당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절차상 하자가 없게 된다. 단지 여야합의 없이 여당의 일방적 상정은 규범상의 논쟁과 비난이 될 뿐이다. 

야당은  울분을 토할 뿐,  거스르게 된 흐름을 자신 쪽으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야가 이 조항을 합의 하였고,  만약 야당이 정권을 잡고 집권여당이 된다면  이 조항을 십분 발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단지 집권 여당에 유리한 조항일 뿐이다. 



25일부터는 본격적인 증액 심사를 하게 된다.  

예산안등 조정소위원회에서 삭감을 확정하지 못한  사업은   소소위를 구성하여  논의되었다. 조정 소위원회의 1차 심사에서 보류됐던 126개 사업 중 56개 사업에 대해, 소소위에서 감액 예산을 확정한 것이다.  

미합의 쟁점사업 70건은 예결위 여야간사 협의에 위임되어, 감액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최종 감액 확정 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증액 심사가 예정되어있다.  

야당은 증액 예산의 우선순위를  누리과정에 대한 국고 지원확대, 기초연금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상향, 무상급식 국고 지원확대에 두고 있다.  

또한 야당은  10대 증액 서민 예산을 정하였다. 

이에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금, 간병서비스를 통한 보호자 필요 없는 병원 시범 사업,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보호, 저소득층 기저귀 조세분유 지원, 지자체의 노후상수도 시설개선사업, 사회보험료 사각지대 해소, 희망리본사업,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사업, 농가사료 직거래 지원 사업, 군인 기본급식비 인상등이다.  

또한 증증장애인 직업재활지원, 고위험산모 신생아 지원, 아이돌봄지원,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청소년 쉼터 운영지원, 노인의치틀니 지원 사업등도 증액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야당은 공공임대 주택공급확대예산의 국민주택기금사업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사업으로 보고 있다. 



다급해진 야당은 이제 약자의 입장에 놓여 있다.  야당이 목표하는 예산들을 증액하기가 녹녹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12월2일 자동부의에 대한 압박이 야당을 누르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여당에 대한 버팀목이 되고 있어, 여당은 야당이 바라는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시혜적으로 던져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므로 여당은 야당에게 바라는  몇 가지  사업과 개정세법을 제시하고, 이중 일부를  선택하라는 강자의 입장에 서 있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야당은 이러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없어,  굴욕적인 입장에 놓여 있다. 

동시에 정부여당은 야당의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를 즐기면서,  바라는 사업을  여유 있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를테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조성 사업',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394억 원), 크루즈 활성화 사업(4억 원), 마리나항만 사업(135억원)등의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야당은  증액에 대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처지이다.

일반적으로 서민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우선 정하고 이에 상응한 재원 조달과 세법개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야당은 현재  야당이 바라는  세법을 일부 개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사업프로그램을 끼워 맞추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진 셈이다. 

야당은 현재 통과시켜할 세법은 무엇일까? 

야당은 법인세 증세와 관련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과 최저한 세율인상, 비과세감면 철폐를 들고 나왔다.  

야당은 지나친 비과세감면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인  최저한 세율인상은 우선적으로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약 16%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므로,  감면 전 과표가 1000억 초과 법인의 최저한세율은 17%이므로 18% 이상으로 인상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혹은  비과세 감면의 일부를 철폐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실효세율면에서 최저한세율인상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결국 야당은 여당에서 주장하는 대통령사업과 토목사업을 용인하고 이에 대한 교환으로 법인세 인상의 일부가  맞교환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약자로서 상황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비탄력인 입장에 높여 있는 야당은  몇 가지 명분 있는 개정세법을 통과시키고 일부 서민 사업을 통과시키는 제한적인 성과를 거두는 2014년의 예산정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억울하면 실력을 기르는 수 밖 에 없다. 

여하튼 서민들은 이번 겨울도, 내년에도 힘들게 삶을 견뎌나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