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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커피이야기 ① ] 미소 한번 짓고, 새벽을 밝히며....

에티오피아의  Kaffa라는 지역에서 염소치기 소년 칼디가 어느 날 염소들이 흥분해 날뛰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염소들 주위에 있던 빨간 열매를 염소들이 먹고 난 후의 일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칼디는  염소들이 먹었던 그 열매를 먹어보았다. 그러자 피곤함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열매를 먹으면 기운이 나고 약간의 흥분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한 칼디는 Kappa의 수도승에게 열매를 전해 주었다. 수도승들도 이 열매가 졸음을 없애는 효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이 열매가 그들의 기도생활에 널리 이용되었다. 이 열매가 바로  Kaffa지역에서 유례한 단어인  coffee이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맛본 이는  고종이다. 고종은 아관파천 후 덕수궁 ‘靜觀軒’에서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정관헌은 우리의 전통가옥에 서양식 기둥과 테라스가 덧붙여진 독특한 멋을 보이고 있다.   고종은 ‘조용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이 곳 정관헌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조선의 미래를 고민했을 법하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커피는   다방을 떠올리게 한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사랑하는 이를 설레며 기다린다.  그곳에서 커피 한잔에  몇 시간이 지났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둘의 사랑은 다방에서 익어간다. 

커피는 역시 다방커피이다.  설탕 듬뿍, 프림 듬뿍 들어간 ‘다방 커피’에는 맛보다 다방 여주인의 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방커피는 촉촉하다.

안식처인  다방이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원두커피가 등장하면서 쇄락의 길을 걷는다. 

‘쟈뎅’이라는 커피체인점이 서울에 문을 열고, 이후 ‘인어’가 오픈하면서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등장하였다. 

무엇보다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는 생각의 충돌을 빚기도 한다.  밥값에 버금가는 가격의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들고 도심을 걸어가는 모습은 사치라는 비판에,  작은 사치를 비난하느냐며  이를 비판하는 자를 이해 할 수 없다는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맞섰다.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아침 회의에 참석한 진보 정치인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에피소드는  테이크아웃 문화의 웃지 못할 뒷이야기이다. ‘푸른 캔 커피’ 대신 '제국주의 커피'를 진보정치인이 마신다는 것은 생각과 행동의 모순이라는 지적이었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한’ 그리고‘ 키스보다도 부드럽다’는 커피는 실상 유혹보다 고단과 빈곤의 상징이다. 

커피는 낮에 눈을 붙이고 밤에 깨어 있어야 하는 이들에 대한 친근한 벗이며, 제3세계  민중들의 삶을 지지해주는 공정무역의 주요 품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판기  커피 한잔으로 아침식사를 대신 해결하는 우리네 이웃들의 삶 그자체이다. 

하지만 우리는 커피에 작은 소망을 품고 있다.  창밖에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며,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울려 퍼지는 작은 커피하우스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지난 이야기를 미소 지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우리는 가끔 무너져 내리는 가슴에 이 꿈만은 소중히 간직하며, 방긋 웃는 미소로 하늘의 별 한번  힐끗 쳐다보며,  오늘도  새벽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