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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중국의 그림자 금융] WMP의 부실이 금융위기를 초래하나?

중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그림자금융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리는 실정이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은 중국의 그림자금융의 대표 상품인  고수익 자산관리상품 (WMP :Wealth Management Product)이 중국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과 맞물려 있다. 혹자는 WMP가 미국금융위기를 초래한 CDO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 

 
◆ WMP구조 

 WMP는 은행과 신탁회사간의 합작방식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은행이 대출로 발생한 대출채권을 신탁회사에 넘긴다. 그리고 신탁회사는 대출채권을 원재료로 증권을 만든다. 이 WMP에 은행이 판매대행을 하고, 암묵적으로 신탁회사에 지급보증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투자자에게 WMP를 팔아 모은 자금을 채권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그 운용수익을 투자가에게 돌려준다. 더 나아가 대출형태는 더욱 확대되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형태로 진화한다.   자금을 얻지 못하는 부동산 개발회사등은 고금리를 지불하고서라도 은행시스템 외에서 자금을 모집한다. 

즉 은행은 은행·신탁합작방식을 위해 WMP를 판매하는 신탁회사를 선택하여, 은행 대출채권을 신탁회사의 명목으로   유동화 시킨다.  은행은 명목상 신탁회사의 증권 판매대행을 한다. 은행이 직접 대출하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나 실질은 은행이 신탁회사를 내세워 채권을 유동화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대출하는 방식이다. 은행의 신규대출인 셈이다. 그러므로 은행은 단지 표면에 대출자로 나타나지 않고 그림자로 남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대출형태가 은행의 장부에 남지 않는다. B/S에 대출채권으로 기록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이 거래는 은행의 판매대행이고,  수수료수익만 장부에 기록된다. 즉  은행의 ‘중간업무’로 계상된다.  

결국 대출채권을 WMP로 유동화 하여 그 유동화 된 자금으로 다시 기업에 대출하게 된다. 그러나 명목상으로는 은행은 장부에  대출채권 대신 대행업무, 즉 ‘중간업무’로 계상된다. 그저 대출의 그림자만 남는다. 


◆ WMP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WMP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문제는 은행이 신탁회사에 지급보증형태의 신용공여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대출을 받아간 상대방이 지급불능 상태에 놓인다면, 그 손실은 은행이 부담하게 된다. 은행이 신탁회사에 신용공여를 했기 때문이다. 즉 판매를 담당하는 은행이 신탁회사에 구제 금융을 주는 방법으로 원금을 보장해준다. 이 점이 은행의 부실, 은행의 건전성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은행이 신탁회사에 신용제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대출해 간 부동산개발업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신탁은행이 WMP를 구입한 투자자에게 원금을 보장해야한다. 만약 신탁회사의 이러한 조치가   불가능해지면,  그 리스크가 WMP를 구입한 투자자에게  넘겨지게 되어 투자자는 투자원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마치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당시 CDO를 구입한 투자자가 손실을 본 것과 유사하다.


◆ 돌풍 아닌 태풍 

일각에서는 중국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 근거로 지급 보증한 은행들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업자들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지면, 충당금과 최초발생 대출채권을 상계처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추가로 손실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WMP가 레버리지과정을  발생시키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된다.  중국의 경우는 대출채권을 미리  유동화 시켜 이 자금으로 다시 대출하는 구조이다. 유동화 된 채권을 다시 파생상품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다. 

미국 서브프라임사태는 모기지회사가 대출채권을 구입한 후 여기서 원금상환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다시 레버리지를 발생시켰다. 대출채권을 담보로 MBS를 만들어 팔았다. 설상가상으로 MBS를 구입한 투자은행이 다시 레버리지를 키운다. 이제는 투자은행이 CDO를 만들어 팔았다.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파생상품이 없어 차입한 기업등이 원리금상환이 불가능해져도 미국의 서브프라임처럼 대규모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파생상품이 없어도, 그리고 충당금을 쌓아놓았다고 해도, WMP 규모가 너무나 크다는 게 문제다. 또한  실제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다. 

국제금융평가사 피치는 2013년 5월 말 중국의 WMP 발행 잔액이 13조위안 가량 된다고 추산하였다.  우리나라의  2013년의 GDP는 1조 1,975억 달러(약7.5조 위안)이었다. 금융상품 하나의 규모가 한국의 1년 국내총생산의 2배에 근접한 규모인 것이다. 이 금융상품의 붕괴는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다.  

중국은 역시 대륙이다. 사고가 터지면 좀스럽게 굴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적당히 마무리 될 것을,  중국에서는 대형 사고이다. 동일한 사건이 터져도 다른 나라에서는 돌풍 정도이나 중국에서는 태풍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