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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신자유주의 ② ] 신자유주의의 등장 배경 : 좋은 자유, 나쁜 자유



 


1980년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이식과 확산을 거듭하여 현재 전 세계의 정치경제 속의 질서로 자리매김하였다.


자유시장, 자유무역, 공공부분의 축소와 민간부분으로의 이관, 규제 완화등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정책들이 생산성의 증가, 소득의 증가를 가져와, 모든 사람들의 후생을 높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자유로운 거래와 경쟁이 없다면 노동생산성의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고, 결국 유효수요의 만성적 부족으로 디플레이션갭등 경제위기를 초래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민영화와 사적 소유등의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유토피아적 복지개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하비는 이 이데올로기와 관련, “좋은 자유는 사라지고 나쁜 자유가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한다.

 

대처 전 수상이 경제위기의 탈출구로서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하였던 이 신자유주의가 지배 이데올로기로써 광범위하게 전파된 배경과 과정의 검토는 신자유주의의 실질의 이해와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등장과 변천

 

하비는 왜 신자유주의 등장이 이루어졌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전제로 계급권력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한다. 신자유주의가 이중성과 동시성을 내포한다는 뜻이다.

 

이 신자유주의는 1940년대 하이에크의 철학에서 출발하여, 1960년대 프리드만등의 시카고학파를 중심으로 이론화 되었다. 이후 1970년대 경제침체 상황에서 영국의 대처와 미국 레이건의 정책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실행되었고, 1990년대 동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인 확산을 가져왔다.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화가 추동된 구조적 배경은 1970년대 서구경제의 침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당시 주류 경제학이었던 케인즈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바탕으로 경기침체의 탈출구로서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서구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을 막기 위해 케인즈적 정책을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국가는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에 개입하고 복지체계를 구축한다.

 

하비는 이를 케인즈적 자본주의대신 착근된 자유주의 (embedded liberalism)’라고 부른다. 착근된 자유주의란 시장의 자유가 사회에서 이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뿌리를 둔 체제를 의미한다. 사회민주주의의 또 다른 설명이다.

 

케인즈는 국가의 폭 넓은 개입을 통해 시장에서의 독점 문제를 해결하고 분배를 강조하는 국가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대공황의 원인과 관련, 그는 생산물은 증가하는데 비해, 유효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현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해, 국채발행등을 통한 재원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의 확대를 강조하였다.

 

케인즈의 처방에 따라 국가들은 유효수요증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그리고 개입의 결과로 복지국가 건설, 재분배에 관심을 둔다.

 

그런데 이러한 케인즈의 인식은 케인즈뿐만 아니라 당시 유럽의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을 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회적 자유주의는 대공황으로 비롯된 개인의 빈곤과 실업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였다.

 

국가의 소득재분배정책을 통해 개인의 빈곤을 해결해야한다는 인식이 퍼져있었던 것이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박종현교수는 서구유럽의 복지국가 건설은 바로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최종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신념은 케인즈뿐만 아니라 유럽사회의 공통된 합의였다. 이러한 컨센서스는 현재에도 지역을 불문하고 통용되는 만고불변의 진실이다.

 

 

케인즈 이론의 폐기와 신자유주의의 등장

 

1960년대까지의 서구경제의 황금기는 1970년대에 들어서, 세계적인 불황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이 위기는 개입주의에 근거한 케인즈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1970년대의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새로운 경제이론을 사유하게 하였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역관계로 인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 대신, 실업률상승과 인플레이션의 동시 상승이라는 고통스러운 경제 불황에 빠져들게 되었다.

 

착근된 자유주의에 기초한 경제성장으로 비록 노동자들의 몫이 커졌지만, 안정된 지배 권력을 유지하던 상층지배계층은 케인즈 이론의 폐기와 새로운 경제이론, 즉 신자유주의에 기대어 회복을 꾀한다.

 

상층지배층은 위기의 원인을 국가개입주의에서 찾고, 기업과 기업권력의 해방과 시장의 힘을 신뢰하게 된다. 따라서 당시 유럽 국가들의 복지정책의 재검토가 이루어진다.

 

하이에크는 시장을 국가가 통제하는 계획경제는 비효율적이고 퇴행적이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파시즘을 초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박교수는 자유방임시장 옹호론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가상의 시장을 설정해 놓고 그 우월성을 주장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박교수는 자유의 관점에서 계획경제를 비판하는 신자유주의 사상은 전체주의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력이 국가에 집중되면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가 침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은 정당한 비판이다.

 

이러한 인식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유시장의 질서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담보된다는 신자유주의이론은 현재의 실상에 비추어 볼 때 비인간성으로 퇴행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해결

 

실업률상승과 물가상승이라는 동시적 문제를 안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해결책으로 정책입안자들은 경제성장률 회복보다 인플레이션 해결에 우선 집중하는 경향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70~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문제 해결을 위해 초고금리 정책을 펼쳤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면 결국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연준 매파들의 믿음이었다.

 

그는 기준금리를 21%까지 올려 그 당시 1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2%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금리를 높인 대가는 컸다. 기업들이 금리인상으로 줄줄이 도산했다. 실업률은 10%대로 올랐다. 그래서 그는 항상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볼커가 스태그플레이션 대처로서 인플레이션 해결을 우선순위로 밀어올린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통화주의학파가 케인즈학파를 밀어내고 거시경제의 주류로 떠오르는데 기여를 하였다고 평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격한 정책이 현재의 미국의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칭찬도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볼커의 이자율의 극단적인 상승은 멕시코등의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켰다. 타국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만 살아남겠다는 탐욕의 결과이다.

 

좋은 자유와 나쁜 자유

 

기업이 더 많은 이윤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는 좋은 투자분위기의 창출과 경쟁의 걸림돌 제거를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한다.

 

이러한 특징은 신자유주의하의 국가의 시간적 변천에 따른 변형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의 원형적 신자유주의, 국가기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던 퇴행적 신자유주의에 이어, 포스트 대처·레이건시대의 개입적 신자유주의로 전환된다.

 

대처는 신자유주의를 위기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파악한 점은 정책입안자들의 자연스러운 해법일 수가 있다. 이는 상층계급의 자신의 지위에 위협을 느끼게 됨에 따라 자연스러운 자본주의의 재구조화를 시도하게 된다.

 

하비는 신자유주의를 이중성으로 파악한다. 일면에는 이를 자본주의의 재조직화를 위한 이론적 설계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프로젝트, 또 한편으로 자본축적의 조건들을 재건하고 경제엘리트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해석한다.

 

최병두교수는 궁극적으로 전자는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일면인 국가권위주의에 의해 소멸될 운명에 처해 있으며, 후자만 잔존하는 냉엄함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하비의 지적을 강조한다. “좋은 자유는 사라지고, 나쁜 자유가 빈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