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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신흥국 금융 위기] 연준의 양적완화와 신흥국 정책 입안자들의 과욕이 화를 불러


2008~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다시 세계경제가 위기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들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위기가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책임론이 일고 있다. 

신흥국 사태의 중심은 미국의 양적완화로 유입된 달러가 다시 선진국으로 환류되고 있는 것이다. 올 1월만에도 신흥국에서  122억달러가 순 유출되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자본유출의 우려가 큰 국가들은 아르헨티나, Fragile Five로 지칭되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남아공과  TIPs라 불리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등이다. 


자본유출은 신흥국들의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하였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1월20일부터 24일 일주일 동안 15%가 넘는 통화가치가 하락했고,  터키는 4.42%, 브라질 및 칠레 등도 2%가 넘는 가치 하락을 보였다.  

통화가치하락은  수입물가의 상승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게 된다. 

인도는 지난 8월 도매물가지수가 전년대비 6.1%상승하였다. 루피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주요 원인이었다. 석유등의 에너지와 식품의 물가 폭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금의 경우는 15루피에서 150루피까지 상승하는 등 10배가 올랐다. 통화가치하락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달러유출은   또한 외환보유고의 고갈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70%에 이른다.  터키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100%를 넘어섰다.

외환보유액 부족은  국가신용도하락 →추가적인 외화의 유출 → 자금조달에 높은 금리 부담  → 경제성장 하락의 결과를 낳는다. 


자본유출은 무엇보다 국내 투자재원의 유출을 의미한다. 저축대비 투자 초과로경제신흥국의 자본축적과 성장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이는 국내 증시 하락으로 연결된다. 경기는 더욱 침체에 빠져든다. 


자본유출과 금리인상 

자본유출과 물가상승에 대한 해법은 결국 금리 인상이다. 인도는 지난달 28일 금리를 25bp올려 8%로 인상하였다. 터키는 지난달 29일 오버나이트 대출금리를 7.75%에서 12%로, 오버나이트 차입금리를 3.5%에서 8%로 각각 인상하였다. 

하지만 통화가치 폭락에 대한 대응인 금리상승은 경제성장을 억제하게 된다,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의 역관계는  정책담당자로 하여금  정책함정에 빠지게 한다.  

신흥국 정부는 결국 인플레이션 해소에 정책우선순위를 두었다. 그 결과 기나긴 경기침체의 터널에 빠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선진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원종현조사관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는 분리되어 있지 않은 글로벌 경제권이어서 신흥국의 위기는 다시 선진국의 위기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신흥국들은 전 세계 총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신흥국의 침체가 선진국의 경제침체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인은 어디에? 

신흥국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위기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직접적인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다.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작년부터 버냉키의장의 테이퍼링 언급 후,  점진적으로 하락한 후,  1월 초순부터 급락하기 시작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조치를 취하던 미국이 자국 내 경제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지난 12월  그 규모를 축소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신흥국에 투자된 달러화가 유출되면서 신흥국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1월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100억달러규모의 2차 테이퍼링을 결정하였다. 작년 12월에 월간 8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축소, 다시 6주만에 100억달러를 축소하여 현재 매입규모가 650억달러로 줄었다.

 FOMC 미팅이 올해 8회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테이퍼링 속도라면 연준은 올해 말로  대차대조표 확장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출구 전략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준과 서방의 금융기구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원 조사관은 “IMF조차 이번 신흥국의 위기가 미국의 출구전략에 기인 한 것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오히려  IMF는 일부 신흥국은 기초체력과 정책 신뢰성을 개선 할 수 있는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신흥국들의 외환위기의 책임을 신흥국으로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잭슨 국제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2009년 이후 양적완화가 선진국 금리인하를 유도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핫머니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을 리가 없지만, 연준은  책임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흥국 정책입안자들의 과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누구 하나만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양적완화를 시행한 주체인  연준 뿐만이 아니라, 이 독이 든 사과를 덥썩 받아 먹은 신흥국의 정책입안자의 탓도 크다는 것이다. 

신흥국은  모두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로치 수석연구원은 과거의 경상수지적자는 향후의 심각한 금융위기를 예고하였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 아시아 경상수지 적자의 급격한 증가는 1997~98년에 발생할 심각한 금융위기를 예고하였다.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자산 및 신용버블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터키는 GDP대비 경상수지적자가 5.8%,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가 103.85%에 달하였다. 인도는 GDP 대비 무역적자는 2008~2012년 2.8%에서 2013년은 –3.9%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2008~2011년에는 0.7%의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었으나,  2013년에는  -3.5%를 기록하였다. 

경상수지적자는 적자분을 해외차입으로 충당하게된다.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은 저축보다 투자가 클 때 발생한다. 

저축이 투자보다 크다면  저축으로 자금수요인 투자에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고도성장과 자본축적단계인 신흥국은 저축보다 투자가 크게 되고, 그 자금 부족분을  해외 잉여자본의 조달로 해결한다.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가속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국에서 잉여저축을 빌려오는 것이다. 

이 지점에 양적완화가 작동하게 된다. 양적완화는 고수익을 추구했던 선진국 투자자들에게 잉여자본을 제공했고, 이 자본이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감에 신흥국은 경상수지 적자분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투자를 더욱 증대시켰다. 덕분에 유효수효 극대화로 경제는 호황국면에 접어든다. 

IMF에 따르면 2009년 양적완화 시행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본이 4조 달러에 달한다. 

로치연구원은 고도경제성장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유혹에 빠져 신흥국들은 경상수지적자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재정지출과 발생하는  자금수요를  해외잉여자본 충당으로 해결함으로서, 지켜야하는  경제 원칙을 무시했다고 비판한다.   

신흥국의   정책입안자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암시하는 경제 둔화를 인정하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저성장을 감수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인들은 역효과를 내는 위험한 성장전략을 택했다고 지적한다. 

신흥국들은 연준의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정책과욕도 이번 사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전략은  타국들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의 자산버블 용인과 이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실시 그리고 미국의  경기회복 후 출구전략은 신흥국들을 정신없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게 하여,  결국 신흥국 국민들은  녹초가 되어 버렸다.    

연준의 이러한 정책에 편승한 신흥국들의 정치인들은  경제성장의 가속화의 유혹에 빠진 결과, 신흥국 국민들은 고통스러운 시련의  터널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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