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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옮음과 좋음의 중용]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의 배경 원리는?

-타당성의 옮음과 합리성의 좋음이 조화되어야
-국가적 위기에선 탄력적 균형 필요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인해 4차 추경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번 추경은 피해가 집중되는 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으로 구성된 2차 재난 지원금의 패키지입니다. 

이번 재난 지원금은 피해 맞춤형 지원과 보편적 지원이 혼합된 hybrid형 지원인데, 각각의 지원은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원리는 유사연대라 할 수 있는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에 도출되며, 후자는 개인의 善인 ‘좋음’의 원리에 성립됩니다. 


◆‘옮음’에 근거한 정의의 원리

피해 맞춤형 지원의  배경 원리는 유사연대인 옮음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①정의의 원리 :
자원이 희소하다는 조건하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배분되어야 할 때, 다양한 배분기준과 이념들이 제시됩니다. 이 때 충돌하는 주장들 사이의 균형을 잡아 줄 원리가 요구됩니다. 

롤즈는 이 원리를 정의의 원리라 칭합니다.  특히 경제적 자원들의 공정한 배분 기준은 제이원리인, 차등의 원리 (최소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때 불평등은 정당화된다는 원리)에 근거합니다. 

정의의 원리는 롤즈의 이상적인 인간관에 의해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롤즈에 의하면, 배분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될 때, 사람들은 ‘정의의 감각’을 위한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대립되는 이념들은  사람간의 협동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데, 사람들은 협동적 제도들을 위한 원리에 순종함에 따라 정의의 원리가 성립된다는 겁니다. 

②유사연대 :
이러한 협동적 제도는 연대성의 제도화로도 바꾸어 말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일반적인 연대는, 개인과 단체가 도덕적이고 자발적인 관점에서, 어떤 요인에 의해 물질적으로 궁핍해진 사람과 집단을 위해 희소한 재원을 재분배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특수한 연대로서 복지국가의 연대는 개인이 법적제도를 통해 희소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의 관료기구에 의해 익명으로 자원이 제공되고 있어 강제적 성격을 지닌 ‘유사연대’(quasi-solidarity)라 불리기도 하고,  자선· 형제애등의 관념들이 개입되는 자발적인 연대와 달리 사람이 만드는  ‘인공적’(artificial) 연대라 설명되기도 합니다. (서유석)

③유사연대의 옮음으로의 치환 :
그런데 유사연대는, 롤즈의 논리인 옮음의 원리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제도화된 협동에 순응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정의의 감각이 자원을 인공적으로 배분하는 유사연대와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복지국가의 연대의 방식은 정의(옮음)의 원리로 설명됩니다. 

공동체 성원이 곤궁에 직면할 경우, 공동체의 구성원은 국가의 제도화된 유사 연대를 통해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정의의 원리가 자신의 이익의 울타리를 벗어난 ‘더 넓은’ 공동체에 적용되게 됩니다.  

이러한 유사연대인 옮음의 원리가 이번 2차재난 지원금의 구성항목의 하나인 피해 맞춤형 지원의 배경 원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좋음’에 근거한 선의 원리 

피해 맞춤형 지원과 달리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의 배경원리는 개인의 ‘선’, ‘좋음’ ‘합리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희소한 자원의 배분에 있어 정의의 감각을 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그것이 자발적인 연대이든 유사연대이든 간에)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협동의 원리도 개인의 善, 좋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여기서 선, 좋음은 ‘인간이 합리적 계획에 의해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상원)

그런데 사람들은 합리적 삶의 계획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소득등의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기본권, 존엄, 자유등의 정신적 자원도 갖추어야 합니다. 

실제로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의 고통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분리와 단절로 비롯되는 정신적 고통도 포함됩니다. 후자는 모든 구성원이 대체로 경험하는 고통으로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울감은 분리로 인한 고통의 지배에 의해 자유와 가치를 상실당하는 괴로움입니다. 

이때  국가는 국민의 이러한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국민을 향해 유대의 손길을 펼칩니다.  국가는 공동체 구성원과의 접촉을 통해 상실된 자유로 고통 받는 구성원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 국민 통신료 2만원 지원은 경제적 효과와 수령자가 느끼는 체감정도를 떠나, 국가와 국민간의 접촉과 연결의 상징입니다. 개인의 선인 자유와 가치의 상실을 국가도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국민을 향한 유대의 의사 표시라 할 수 있습니다. 


◆ 옮음과 좋음의 중용



정의의 원리가 작동하여, 이웃의 경제적 고통이  완화되도록 경제적 자원을  공급하는 것은 공동체 성원의 타당한(reasonable) 의무입니다. 

또한 권리와 자유등 선의 가치를 추구하며 자기 자신의 삶의 계획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합리적(rational) 본능입니다. 

그런데 경계해야 할 것은 타당성의 옮음과 합리성의 좋음 중에서 한 쪽에만 치우쳐 파편화된 사고를 가지는 것입니다. 

옮음만 강조될 경우,  인간 개개인이 누려야 할 비지배의 자유가 상실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좋음만이 내세워질 경우,  협동의 가치가 외면 된 채 자신만의 좋음이 득세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균형 있는 총체적, 통전적 (holistic) 관점을 지녀야 할 이유입니다. 

holistic 사고는 특히 기독교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십자가의 수직선과 수평선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기독교의 신앙적 태도는 하나님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개인의 구원을 갈망하는 수직선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협동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수평선이 함께 조화되는 총체적 신앙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수직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개인주의에 함몰될 수 있고, 수평선만을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인 구원과 복음 전파를 소홀히 할 수 있어서입니다. 

결국 수직선과 수평선 간의 균형 잡힌, 통전적 신앙을 내세우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비대면 예배는, 하나님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으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안정을 바라는 균형 있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옮음의 가치와 좋음의 가치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유사연대의 원리에 의해, 개인들 간의 다양한 이념들을 조정하여 협동의 정의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국민 모두와의 정신적 유대를 통해, 구성원 개인의 자유의 상실을 공감하고 아파합니다.  

이러한  옮음과 좋음을 중용적으로 접근하는 자세, 또는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 정의의 감각이 합리적 삶의 계획을 통제하여 ‘타당한 것이 합리적인 것의 울타리를 쳐주며 굴복 시키는’ 탄력적인 태도가  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존엄의 가치를 회복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결국 국가는 국민의 ‘작은 신음’에 응답하여, 협동과 연대의 제도화를 마련함과 아울러 국민의 ‘善’인 자유 회복에 힘쓸 때,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여 자신의 합리적 삶의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이상원, “존 롤즈의 정의론 :공정성으로서의 정의 (Ⅰ)”
서유석, “연대 개념에 대한 철학적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