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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홍종학 후보자, 학벌주의 논란]학벌주의 프레임 vs 교육기회의 불평등 프레임

-픨터링한 프레임, 주장의 이유를 무시
-명문대 진학 권유에 대한 긍정의 프레임 ,교육환경의 중요성 강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저서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를 가라’의 일부 내용이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홍후보자의 주장은 표면적으로 학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프레임간의 충돌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관련기사 : 프레이밍 효과 http://www.ondolnews.com/news/article.html?no=1034)



◆ 필터링한 프레임, 주장의 이유를 무시


이 책에서 논란이 되는 관련 부분을 옮기면 이렇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배우는데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고졸자가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첨단의 기술을 따라 갈 수 없다. 더욱이 첨단 기술에 접하기 위해서는 영어에 능통해야 하는데, 입시공부를 등한시 한 사람이 영어를 잘할 리 없다. 단순히 남이 요구하는 것을 기계적으로 해주는 프로그래머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빌 게이트와 같이 시대를 앞서 가기 위해서는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요구되는데 그야말로 산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간단한 고교수학 조차 등한시 한다면 컴퓨터 과학의 첨단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대학입학 시험이 과열되었다는 것을 보이고 이를 줄여보자는 의도에서인지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도 성공한 사람이 자주 보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진실로 그렇게 되기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은  홍 후보의 주장이 학벌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이들은 그 책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한다.  


“과거 비명문대 중소기업사장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
따라서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를 가라.“


이처럼 홍후보자는 비명문대와 중소기업사장들을 비하하고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맹점은 왜 서울대를 가라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충되는 정보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편향된 프레임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필터링한 프레임의 문제점은 일반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인양 왜곡되어 제공된다는 점이다.  걸러진 프레임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편향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가 서울대를 가라는 주장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의 논리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주장의  정당성은 상실된다. 



◆명문대에 진학하라는 이유


위의 주장을 논증 형식으로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전제
1.혼자서는 첨단 기술을 따라 갈 수 없다.
2.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배우는데 명문대학이 필수적이다.
(비서울대(비명문대)에서 세계최고의 첨단 기술등을 배우는데 한계가 있다.)
3.따라서 독학으로 혹은 비명문대에서 세계적인 천재와 경쟁할 수 있는 소양을 쌓을 수 없다. 
4.세계적인 천재와 경쟁하기 위해선 근본적 소양, 즉 세계최고의 기술이 필요하다.


결론,
5. 그러므로 세계의 천재와 경쟁하기 위해선 비서울대를 가지 말고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를 가라


위의 논증의 결론에서 보듯이, 홍후보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세계의 천재와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첨단 기술의 습득이 용이한 명문대에서 공부’할 것을 제안한다.



◆ 명문대 진학 권유에 대한 긍정의 프레임 -  교육환경의 중요성


‘세계첨단 기술의 습득이 용이한 명문대에서 공부’하라는 홍 후보의 주장을 좀 더 세밀히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긍정 프레임의 설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홍후보자가 서울대 입학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는 명문대가 세계천재들과 경쟁하는데 필요한 소양을 지니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이는 명문대가 첨단 기술을 습득하는데 우월한 환경(위의 전제 2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홍후보자의 논리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환경 프레임은 더시 교육기회의 불평등의 프레임으로도 확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  명문대에 편향된 우월한 교육환경은 달리 말해 비명문대의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반증이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교육 기회가  지나치게 명문대 중심으로 불균등하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은 과도한 입시경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명문대에 집중되어 있는 우수한 학습환경이 소속 학생들의 우월한 지적 소양을 길러준다는 점만으로도,  명문대 입학을 위한 입시경쟁은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홍후보 주장을 바라보는 긍정의 프레임은 교육환경의 중요성과 교육기회의 불평등 프레임으로 요약될 수 있다



◆ 학벌주의 프레임 vs 교육기회의 불평등 프레임


홍후보자의 주장이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 비판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학벌주의를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


학벌주의는 능력주의의 대척점에 위치에 있다. 이는 능력 대신 신분(학력)에 의해 돈과 권력이 배분되는 현상을 말한다. ‘같은 학력 중에서도 특정의 학교 출신자가 실제적인 능력과 사회에 기여한 것에 비해 보다 많은 대우와 혜택을 보거나 심지어 권력을 독점하게 될 경우’ 학벌주의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명문대 졸업이 능력 이상의 혜택을 보증한다면 사회는  과거의 신분제도와 유사한  학벌주의 사회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능력과 학력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면 사회는 능력중심의 사회라 할 수 있다.


이런 학벌주의의 맥락에서 본다면, 홍후보자의 주장은 학벌주의와 무관하고 오히려 능력주의 사회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그의 주장은 서울대에 집중되는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여, 능력을 높이는 교육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능력중심의 사회를 이루자는 주장과 괘를 같이 한다.


결국 홍후보자의 ‘서울대를 가라’는 주장은 단순히 겉으로 학벌주의의 조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주장은 프레임의 대립으로 이어지는데, 명문대의 신분제도적 학벌주의 프레임과 명문대의 우월한 학습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레임간의 충돌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주장은 명문대 졸업으로  능력이상의 프리미엄을 얻는 학벌 신분주의를 옹호하는 맥락과 구별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프레임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 부정적인 프레임을 짜게 된다면,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진학하라는 홍후보의 주장은  학벌주의 사회를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교육기회의 불평등 프레임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현재 서울대 명문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환경의 불평등을 개혁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