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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이비 박스] 베이비 박스는 미혼모의 유일한 출구 ; 베이비 박스, <드롭박스>로 영화화

독일의 비밀출산제도 도입 필요

“환한 빛은 보이는데 제가 눈을 떴을 땐 
초인종 소리와 함께 작은 상자 안이었어요. 

여기저기 친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땐 
이미 제 옆엔 엄마와 아빠도 가족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뿐 (중략)

저와 같은 천사들을 울리지 말아 주세요 
겁도 많고 보호받아야 할 천사들에게 
다시는 혼자라는 두려움을 
주지 말아주세요 “  (이미선 「천사들의 눈물 – 베이비박스의 천사들」)   





2007년 봄,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대문 앞에 갓 태어난 아이가 수건에 돌돌 말린 채 버려져 있었다. 여전히 냉기를 머금은 날씨로 인해 아기의 몸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긴급히 응급조치를 펼쳐 아기의 목숨을 구한 이종락목사는 버려진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연구하게 된다.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놓아두면 벨이 자동으로 건물에 울리게 하였다. 또한 아이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박스에 보온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베이비 박스는 2009년 설치되어, 2010년 3월에 첫 아이가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왔다. 베이비 박스 아동은 2011년에 36명, 2012년 76명, 2013년에 252명으로 급등하여, 2015년 9월 기준으로 총806명에 이르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현재 베이비룸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영아를 놓고 가기 전에 상담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베이비박스가 없다면 아이를 불법 매매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박스는 생명존중의 현실적 필요성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엄주희)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게 된 이유? - 입양특례법의 문제와 개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양육의 부담이다. 즉 경제적 어려움, 양육자 부재등이 양육을  포기하게 한 주요 원인이다. (신옥주 2014, 이선형2015)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손가락질도 미혼모들의 직접 양육을 힘들게 한다. 미혼모의 부모는 미혼모인 딸과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부모의 위신이 딸로 인해 손상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사회는 미혼모를 부도덕하고 행실이 바르지 않은 학생으로 낙인찍는다. 이처럼 가정, 학교, 사회는 미혼모가 설 자리를 용납하지 못한다. 

결국 미혼모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임신사실을 친구와 부모들에게 숨기게 되고, 홀로 병원에서 아이를 낳게 된다. 그 이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두려워하여 아이를 방치하게 된다. 

입양의 어려움도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가게 하는 이유이다. 입양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미혼모의 자녀 기록을 소멸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2012년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인해 입양이 개정전보다 더욱 까다로워졌다. 2013년 베이비박스아동이 급등한 것도 입양특례법 개정 탓이라는 분석이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을 위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였다. 입양제도는 과거 신고제에서 법원의 허가제로 변경되었는데, 법원의 입양허가를 얻기 위해 출생신고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출생신고를 할 경우 친생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자녀가 기록된다.  출생신고가 입양의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물론 입양이 이루어 질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기록된 자녀관계는 소멸된다. 하지만 입양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혼외자녀 기록은 소멸되지 않는다. 또한  입양되었던 자녀가 파양되는 경우 친생모와의 친자관계가 부활하게 된다. 

그러므로 입양특례법에 규정된 입양을 위한 출생신고 요건을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비밀 출산을 모델로 하여, 비밀출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친생모의 신원을 국가기관이 보관하자는 것이다. 

입양을 포기하고 아기를 유기하는 또 다른 원인은 입양숙려제도이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를 해도 아동의 출생일로부터 1주일이 지나야 입양 동의의 효력이 발생한다.  

미혼모는 보통 비밀 출산을 하고 1주일 숙려기간 동안 아이를 둘 곳이 없게 되자,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10대 청소년의 경우, 입양숙려제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법안(백제현 의원)이 발의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제도적 환경 하에서, 베이비 박스는 벼랑 끝에 선 미혼모의 유일한 탈출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베이비박스 아동에 대한 양육 지원(이선형)

베이비박스 아이들의  양육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까?  

첫번째로 아동양육시설의 돌봄 환경에 대한 문제이다.  

베이비 박스에서 아이를 거두게 될 경우, 교회 측은 경찰에 유기아동으로 신고한다. 아이는 관악구청을 거쳐 서울시어린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후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들어간 후,  아동양육시설 즉 보육원에 보내진다. 

아동양육시설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보육사 인력부족이다. 

2015년 10월 기준으로 서울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은 2,550명이고, 이중 베이비 박스 아동은 560명(22%)이다. 현재 서울시 아동양육시설은 0~2세 5명당 1인의 보육사를 배치하게 된다.  이상적인 환경은 보육사 1명이 2명의 아이를 돌보는 것인데,  한명의 보육사가 5명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동시에 충실히 챙기기는 사실상 힘들다. 

보육사 인력 추가 지원은 재원확보를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재원조달을 위해 아동복지사업을 중앙정부로 환원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개선문제는 양육시설 아동들의 어린이 집 이용지원이다. 시설의 아동들은 나이가 들면  어린이 집으로 보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육원 아이들을 받아주는 어린이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른 학부모의 시선과 반대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설아동들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시설에서 어린이 집 프로그램과 유사한 자체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비밀출산제도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 입양의 어려움등이 영아 유기를 부추길 수 있는 가운데, 베이비 박스는 미혼모등의 최후의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 베이비 박스의 수요는 여성의 부적절한 행위의 결과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편견의 결과라는 것이다. 

아기의 생명을 보호하고 예기치 못한 임신과 출산으로 곤경에 빠져있는 여성의 양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비밀 출산에 관한 개정법에 의하면, 임신 여성은  직접 양육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지원 또는 직접 양육이 힘든 경우 입양시키는 방법등을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4시간 연결될 수 있는 긴급전화가 설치되어 있다. 임신여성이 상담소를 직접 방문하여 전문상담원으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상담으로 직접양육을 원할 경우, 아이 양육에 관한 급여와 제도적 지원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현재 한부모가족지원법에 의해 지원되는 미혼 한부모의 아동양육비는 최저생계비 130%이하인 가정의 자녀 1인당 월 15만으로 책정되어 있다. (엄주희) 그러므로 양육급여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동 복지의 일환으로,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아동복지법 제1조)

친생모가 직접 자녀를 양육하기 힘들 경우, 임신 출산 입양에 대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10대 미혼모는 익명출산과 입양을 바라게 된다. 

프랑스는 익명출산이 입법화되어 있어, 친생모는 익명출산이 가능하다.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는 이루어지지만 친생모에 대한 어떠한 사항도 기록되지 않는다. (김상용)

독일의 경우, 병원에서 익명출산, 즉 비밀출산이 가능하다. 이 경우 출생등록부에 친생모의 가명이 기록되어, 친생모의 진정한 신상정보인 혈통증서는 별도의 봉투에 밀봉되어 국가기관(연방가족 시민사회문제청)에 보존된다. (신동현)

비밀출산의 경우 출생등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독일은 출생등록을  출산지원시설이 행한다. 출생등록부엔 친모의 가명만이 기록되어 친모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비밀출산의 경우 입양은 친생모의 동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독일에선 비밀출산의 경우 친권이 정지되고,  아이 입양에 친생모의 동의는 불필요하다. 단 법원에 의한 입양심판이 확정되기 전에, 친생모는 직접 아기를 양육할 수 있도록 결정을 번복 할 수 있다. 

이러한 비밀 출산의 경우, 출산 및 출산 전 후의 비용은 연방에서 부담한다. 


△친생부모의 익명출산 VS 아동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

버려질 수 있는 어린 생명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베이비박스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비박스가 친생부모를 알권리와 친생부모에게서 양육될 권리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는 친생부모의 익명출산과 아동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가 충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양측을 조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독일은 비밀출산을 보장하면서 아이가 16세에 이르면 모친의 인적상황을 열람할 권리를 부여한다. 아이는 국가기관에 보관된 혈통증서를 열람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모친이 아이의 열람권에 반대 의사를 표시 할 수 있다. 열람이 거부될 경우, 아이는 법원에 열람청구를 할 수 있고, 법원은 친모의 익명성의 이익과 자녀의 알 권리를 비교하여, 열람을 허용할지를 결정한다. 

독일의 비밀 출산제도는 임신여성의 익명성에 대한 필요성과 아이의 출생에 대한 알 권리 모두를 조화롭게 고려하는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 박스,  <드롭박스>로 영화화

한편 이종락목사의 베이비박스를 영화한 <드롭박스>가 5월19일 개봉된다. 이목사가 베이비박스를 설치하고 버려진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과정의 기록인 다큐멘터리를  담담하고 차분한 연출로 만날 수 있다.  

식물 인간으로 30여년을 살아온 이목사의 장애 아들로 인해, 이목사는 베이비박스 아이들을 소명으로 돌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비록 그가 식물인간일지라도, 세상에 보내진 특별하고 놀라운 이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슴 벅차게 느낄 수 있다.  
 

<참고문헌> 
엄주희(2016), “영아의 생명권을 위한 규범적 고찰”, 서울법학 제23권 제3호 
신동현(2014),“독일에서의 베이비박스와 비밀출산법제”, 비교사법 제22권 4호. 
이선형(2015), “베이비박스 아동실태 및 돌봄지원 방안”,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김상용(2013), “베이비박스와 익명의 출산”, 부산대학교법학연구,제54권 제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