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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헤겔의 변증법] 더민주, 과거로 돌아가나? -발전의 동력은 균형잡힌 내적 모순

있는 둥 없는 둥 말없이 그저 듣고만 있는 사람을 가리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류를 중심으로 비주류인 주변이 회전하는 구도처럼, 주변이 이러한 보릿자루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치우친 균형은 조직의 운동성을 정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발전의 동력 : 대립물들의 통일성과 투쟁

발전을 가져오는 동력은 무엇일까? 운동하여 변화하고 변화가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헤겔은 운동의 원천을 사물내부에 존재하는 모순(矛盾)으로 규정하였다. 모순이 있기 때문에 운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순이 왜 운동의 원천이 되는 걸까? 

모순의 개념은 익히 알려진 대로 고대 중국의 창과 방패의 모순을 들 수 있다. 어떤 창(矛)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盾)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을 동시에 파는 상인은 자기 矛盾에 빠진다. 말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어긋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논리상의 모순을 의미한다. 

또 다른 모순은 헤겔이 말하는 대립물의 모순이다. 사물자체에 서로 의존하면서 경쟁하는 경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반도에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면서 교류한다. 이처럼 사물에 자체적으로 통일성 속 대립이 있다는 것이다.  

대립물들의 통일성과 투쟁은 자석의 N극과 S극의 대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統一性은 N극과 S극의 상호 긍정을 말한다. 한 자석의 중간을 끊어서 한쪽은 S극 없는 N극, 또 다른 쪽은 N극 없는 S극을 기대할 수 없다. 즉 N극은 S극이 있음으로써 존재하고 S극은 N극이 있음으로써 존재한다. 

통일성에 대한 예들은 생활 속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굶주림이 없으면 배부름이 있을 수 없다. 피로가 없다면 휴식이 있을 수 없다. 질병이 없다면 건강은 있을 수 없다. 이처럼 통일성(동일성)은 대립물사이의 상호 의존을 말한다. 

투쟁(鬪爭)이란 모순되는 쌍방이 서로 배척하고 대립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생물사이의 생존경쟁, 진리와 오류간의 투쟁, 작용과 반작용,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 대립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투쟁은 상대를 타도하고자 하는 물리적 충돌을 말하기보다, 상대에 대한 비판과 협상등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결국 대립물은 조화와 대립이 공존하여 자체 내적 모순을 지니게 된다. 


◆ 모순은 前進을 인도

모순이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이라면, 모순은 어디에 귀착되는 걸까? 

헤겔은 모순은 前進을 인도한다고 했다. “모순은 모든 운동과 생명력의 근원이다. 사물은 그 자체에 모순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모순은 질이 변화하는 지양(止揚)을 초래한다. 모순은 대립물을 통해 운동, 변화를 가져오고, 이 변화가 임계점(critical point)을 넘어서면  비약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질이 변화하는 止揚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운동·변화의 根源은 모순으로 설명된다. 모순이 있으면 곧 비판·설득· 대립·극복이 있게 되며, 이러한 투쟁이 있어야만 운동성과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 내적 모순과 외적 모순

또한 헤겔은 내적 모순과 외적 모순을 말한다. 

헤겔은“제한 있는 물체는 어느 것이나 다 자체 모순이며 자체 모순으로 하여 자기가 자기를 지양한다.”며 내적 모순이 지양의 근원임을 강조한다.   

예컨대 생명은 자체 모순에 의해 발생된다. 생물은 同化와 異化의 모순에 의해 생존한다. 식물은 빛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녹말을 합성하는 同化와 영양분을 식물의 다른 조직으로 이동시키는 異化에 의해 유지된다. 동화와 이화의 모순에 의해 낡은 세포가 소멸하고 새로운 세포가 탄생되는 것이다. 

이처럼 내적 모순은 대상의 운동의 원천이다. 내적요인에 근거하여 사물이 운동하고 발전하게 된다. 달리 말해  대상은 자기운동성에 의해 발전하게 된다.

반면 외적 모순은 자기운동의 원리라기보다 운동의 條件이 된다. 예컨대 식물은 내적 모순인 동화와 이화라는 자기운동의 원리를 가진다. 또한 식물은 자기의 생존의 에너지인 녹말을 생산하는 광합성을 위해  태양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태양은 식물의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된다. 따라서 식물과 태양의 관계는 외적 모순으로 규정되고, 태양은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외적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내적 모순은 식물의 질을 규정하고, 외적 모순은 식물 존재의 조건으로 역할을 한다. 

외적 모순의 또 다른 예는 학생과 선생과의 관계이다. 학생의 발전은 좋은 선생을 만남으로써 발전하게 된다. 학생의 변화, 발전, 비약은 학생의 자체 모순에 의해 결정된다. 덧붙여 외적 요인으로서 좋은 선생은 학생의 자기운동성을 더욱 촉진시키는 조건이 된다. 

그러므로 외적요인은 사물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주면서 그 발전을 가속화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이처럼 외적요인으로서 실체와 외적 요인간의 모순은 실체의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 더민주의 승리 요인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상하게 된 요인 분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공통된 설명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오만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여당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어부지리로의 결과로 예기치 못한 낙승을 거두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야당의 총선에서의 승리를 변증법적 대립의 논리로 설명해보자. 

먼저 변화의 조건이 되는 외적 모순을 구분해 보자. 외적변인으로 새누리당의 자체몰락을 들 수 있다. 또한 더 민주에 수혈된 외부인사도 실체와 외적요인간의 외적 모순을 생성한다. 

외적 모순의 예로 위에서 언급된 학생과 이름난 선생 간의 외적 모순은 실체인 더민주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간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김대표를 비롯한 외부 인사들이 실체의 외적요인이 되어, 실체의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면서 그 발전을 가속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외적요인들은 실체의 모순을 해소하는 根據가 되지는 못한다. 즉 내적요인이 변화의 근거가 되고, 외적요인은 변화의 조건이 된다. 外因은 內因을 통해 작용할 수 있다. 

변화의 요인은  자체모순에 의한 자기 운동성이다. 이를 통해  비약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종자가 싹이 터 꽃이 피는 것은 종자에 거름과 비료라는 외적요인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종자의 결실은 종자를 싹트게 하는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적요인인 종자가 썩었다면 외적 조건을 공급받아도, 꽃은 피지 않고 열매는 맺지 않게 된다.  

마찬가지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열세에서 우세로 轉化된 배경은 양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적 모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 적절할 것이다.  

새정연의 주류와 비주류의 모순이 극에 달하자 실체의 자체 운동성이 나타났다. 조직은 둘로 쪼개지고, 쪼개진 각각은 생존을 위한 변화의 몸부림으로 외인으로서 외부인사들을 영입하게 된다. 외인의 힘은 내인을 통해 비로소 작동하게 된 것이다. 

내적 모순이 실체의 통일과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자, 변화의 틈새가 열렸고, 외적요인은 그런 변화의 틈새에서 외적 모순을 야기하는 결정적 조건으로 역할하게 된다.   

그러므로 더민주는 실체의 자체 내적 모순이라는 바탕 위에, 여당의 자체모순과 김종인대표등의 외부요인이 긍정적인 외부모순을 발생시킨 결과, 퇴보에서 전진이라는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할 수 있다.  


◆ 강력한 주류는 강한 비주류가 만들어 

내적요인은 변화의 근거가 되며 외인은 변화의 조건이 되었다. 돌덩이에 여러 외적조건을 마련해 준다고 꽃이 피지 않게 된다. 내적 모순은 사물 발전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이는 사물 자체의 운동성을 작동시킨다. 

이러한 변증법의 교훈은 만년 제2당에서 제1당으로 승격한 현재 더민주의 방향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 

더민주의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20대 총선에서 발견된 변화 요인과 다를 바 없다. 자체 내적 모순을 통해 자기 운동성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변화와 비약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야당은 내적 모순의 요인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이를 노출 대립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피통치에서 통치로서의 위치에 오른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부각된 내적 모순을 이미 해소하여, 현재 모순의 통일에 이르고 있다.  달리 말해 현재의 실체엔 자체 운동성을 야기하는 모순이 약화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공고한 입지를 획득하고 있는 주류에 일격을 가하는 세력이 약화되었다는 말과 일치한다.  마치 中心으로 소규모 위성들이 회전하는 양태인 과거의 비역동성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현재 주류인 중심에 김대표등의 작은 주변이 회전하는 내적 모순을 보이고 있다.  과거 실체의 외적 요인으로 기능 하였던 김종인대표등이 내재화되어 중심인 주류 주변을 돌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주류로 급격히 기울어진 내적 모순은 현상을 통일시키는 힘이 될 지 언 정, 질적 변혁으로 이어지는 자기운동성을 생성할 수 없다. 이러한  기울어진 대립의 場은 마치 새누리당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내년 여당과 야당의 진검승부에서의 승리는 어느 당이 자체 모순에 근거하여 강력한 자기 운동성을 발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더민주와 국민의당보다 우위에 있다 할 수 있다. 

현재 도정된 모순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평평하게 하여, 대립된 내적 모순을 창출할 것인가가 현재 새누리당의 과제인데, 새누리당은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면서 이러한 바탕위에 외적요인을 가미하는 자기운동성이 보수 전체의 위기의식을 밑거름으로 하여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도 이에 조응하여 내적 모순의 치열한 변증법적 운동이 벌어지는 場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치 중심과 주변이라는 세력 관계 대신, 주류와 비주류간의 치열한 대립과 상호의존이 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근거는 내적 모순이다. 그 모순이 사물 발전의 원동력이고 사물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킨다. 모순된 것은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운동하고 변화한다. 그러므로 내적 모순을 조기에 꺾기보다 이를 생산적으로 자극할 필요가 있다. 

주류의 강력한 존재는 강한 비주류에 의해 규정된다. 비주류를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모퉁이에 세운다면 중심과 비중심간의 협력과 상호 대립을 통한  궁극적인 飛躍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평평한 길을 지나 목표에 이르기보다 가시밭길과 돌길을 거쳐야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