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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정치양극화] 20대 국회, 보수와 진보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위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0일 서울유세에서 “낡은 양당체제를 깨뜨리는 선거혁명에 동참해 달라”며 선거승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였다. 
 
안대표의 주장은 양당체제의 양극화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이고 그 중심엔 기득권 양당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은 반대만 하면 반사이익을 얻다 보니까 문제 해결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을  비생산적인 정치퇴행으로 비판하였다.   

즉 양당이 습관적으로 상호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반대만 일삼는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정치 양극화가 한국의 양당제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양당제를 부수고 3당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양당은 이처럼 반대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정치 양극화는 무이념의 무조건적 반대? 

양당의 대립구도에 대한 비판의 하나는  양당이 내용 없이 무조건적으로 상대당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정치양극화는 진영 간 대립과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무이념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욕구 때문’으로 해석한다. 

이념과 헌신하려는 정치인들이 진영 논리에 근거해서 상대당과 대결한다면, 이는 진영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만, 현재의 상호 배타성은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공격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양당이 내용 없이 습관적으로 반대만 일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정치양극화는 여당과 야당사이의 이념적 거리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충돌을 초래한 대표적 이슈는  법인세 인상문제였다. 

이명박 정부 때 이루어진 법인세의 명목세율 인하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야당의 주장에 새누리당과 기재부는 완강히 반대하였다. 게다가 최저한세 인상도 절대 불가하다는 배수진을 쳤다. 

당시 2014년 11월 세법개정안 심사와 관련,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회 로텐더 홀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는 당의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절대 인상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의원의 상기되고 결의에 찬 표정을 목격한 기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법인세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진영의 이익에 충실한 ‘전사’에 존경심이 일 정도였다. 

결국 법인세 부분은 대기업의 연구개발(R&D)세액공제 당기분 공제율을 인하하는 식으로 합의됐다. 여당에겐 법인세 인상은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2015년의 여야의 핵심 쟁점은 노동관계법이었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관계 5법의 입법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적대적으로 대립하였다. 

여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관계5법의 입법을 강행하고자 하였으나, 더민주는 파견법은 절대 처리할 수 없다고 맞섰다. 

야당이 이렇게  노동관계법 통과를 반대한 것은 법안이 근로자들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되었다.    

경향신문의 2016년 신년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무직 근로자들과 생산직 근로자들은 이 법안을 노동개혁이라기보다 노동개악으로 보는 입장이었다. 

신문은 1월 4일 “사무·관리·전문직 종사자들은 44.9%가 노동개악으로 답한 반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해야 할 노동개혁이란 답변은 22.3%에 그쳤다.”며 “생산·기능·노무 분야 종사자들도 노동개악이 38.7%로 노동개혁 27.0%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야당이 근거 없이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더민주가 진영을 사수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노동법개정안에 저항했다는 편이 옳은 설명일 것이다. 

결국 양당의 정치대립은 무이념, 혹은 이념의 좁은 간격 하에서, 그저 싸움만 벌인 것이 아니라, 첨예한 각 당의 정신 즉 에토스(ethos)간의 충돌이었다. 


◆국회는 답 없고 비생산적인 곳?

양당의 양극화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극단적인 진영대립으로 인해 국회가 식물국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여당의 경제살리기 법안을 저지한다는 비판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대중정당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대중정당은 다른 정당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사회집단을 지지의 원천으로 하고 있다. 각 당은 이러한 지지 집단의 이해를 증진하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지지자들과 당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이런 면에서 대중정당은 간부정당,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캐취올 정당과도 엄연히 구분된다. 

대중정당 간의 정치적 양극화는 생산적인 공적 논쟁이다. 이는 각 당이 지지 유권자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건설적인 싸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정당간의 치열한 경쟁은 공존 가능한 이견으로 받아들여진다. 

효율과 속도만을 강조하는 이들의 관점에 볼 때, 양당의 대결구도는 비생산적이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양당의 충돌은 각 당의 지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약자의 관점에선 다수의 횡포를 방지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한 장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 국회를 답 없고 비생산적인 곳이라 비난할 수 는 없는 것이다.  

효율을 우선시하여 힘없는 약자들의 이익과 안전을 침해하는 법안이 통과되어도 좋다는 인식은 강자의 입장에서나 통용되는 상식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 원안에 반대를 했으나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원샷법이 있다. 이 법은 과잉투자가 이루어진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법이다. 

이 법의  원안엔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었다. 원샷법 승인 기업은 자산 규모 10% 이하의 소규모 사업 부문을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분할할 수 있다. 이후 기업은 다시 분할된 사업부문을 주총 결의 없이 소규모 합병할 수 있다. 

그런데 원안엔 사업 재편 기간 3년간 소규모 분할 횟수가 무제한이었다. 주총없이 편법으로 합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언론, 그리고 야당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기업이 수차례 분할· 합병할  가능성을 지적하였고, 결국  소규모 분할 횟수는 1회로 제한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정한 후 여야가 기활법을 통과시켰다. 

기활법 통과와 관련,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먼저 이법에 찬성하여 더민주의 반대를 누그러뜨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이 법의 중요성을 미리 강조하였고, 더민주의 일부 의원들도 이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의당의 개입이 없었어도 원샷법은 통과될 법안이었다. 

이처럼 여야가 19대 국회에서 극한대립을 벌인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었다. 여야가 과도한 파당적 경쟁과 대립을 벌인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야당은  대중정당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여당의 법안에 협조했다는 것이 옳은 지적이다. 

결국 이러한 양극화된 정치는 ‘의견의 차이와 의견간의 갈등이 존재하는 공존가능한 이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온당하다.  각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건전한 싸움인 것이다. 


◆보수와 진보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위기

오는 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 야당의 균열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승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10일 더민주는 100석 획득이 위태하다는 여론조사를 보도하였다. 이는 “국민의 당이 약진하면서 더민주와 경합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유리”해진 결과였다. 

신문은 다섯 곳의 여론조사에서  더민주는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90~95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당은 7~8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양당의 의석수가 최소 97석에서 최대 103석이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은 보수당과 공약 면에서 접점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온건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유사한 정책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보수당이 선진화법과 무관하게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달리 말해 20대 국회에선 보수와 진보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양당의 대립을 이념적 차이 없이 그저 세게 싸우고 있다고 표현하거나, 비효율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인식하는 强者들의 주장이 일반화되는 현실에서, 弱者에 위치한 국민들이 이 땅에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