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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다당제하의 정당과 유권자의 의사결정] ‘냉혹한 방아쇠 전략’ 과 차선의 후보 지지 전략, 실현 되는가?

20대 총선은 다당제하에서 1與 多野의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야당후보가 두 명 이상인 지역은 28일 기준으로 178곳이다. 특히 수도권은 105곳이나 된다. 

이러한 선거구도하에 더불어민주당은 후보단일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후보자간의 연대마저 무산돼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 (국민의당은)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더민주의 논리는 정당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한 주장일까? 



◆정당의 목표와 정당의 선거 의사결정

정당의 목표와 관련, 다음 질문이 제기 될 수 있다. 정당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이기려는 것인가? 아니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아담스미스가 제시하고 있다. 아담스미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제빵업자의 선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애(humanities)가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self love)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대해 말한다.”

아담 스미스의 논리는 정치에도 적용된다. 즉 양조업자들이 인간애에 기초하여 술을 빚은 것이 아니듯이, 정치인들도 유권자와 국민들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  정책을 만든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의 목표는 그들의 소득· 명성· 권력의 획득이다. 

그러므로 정당은 정치인의 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정책을 만들게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4.13총선과 관련하여, 더민주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자당 후보들이 선거운동에서 완주하길 바라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여야 일대일 구도가 성립된다면 더민주는 여당과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선거구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후보들이 선거에서 완주한다면 비례투표 득표율은 후보들의 중도 사퇴 경우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의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반대를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정당의 목표는 정당구성원들이 선거승리를 통한 명성과 권력의 획득이며, 이를 위해 유권자의 정책이 수단화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의당의 이러한 의사결정은  정당의 합리적 선거 전략일 수 있다. 
  
국민들이 정당에 바라는 요구도 정당의 목표와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정당의 목표라고 주장하는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은 기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편익에 정치인들의 개인의 편익은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정당의 성장과 생존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이다. 정당은 엄연히 정치인의 권력획득을 위해 존재하는 당이지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니다. 


◆ ‘냉혹한 방아쇠 전략’혹은 ‘죽음의 신 전략’

야권단일화와 관련한 문제는 후보 단일화가 다당제하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전략적 게임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양당과 아울러 각 당의 지지 유권자들도 선거라는 게임의 참여자들이라는 것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그들이 목표하는 바가 자신들이 지지한 당을 통해 입법화되거나, 그들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이 저지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처럼 양당과 각 당의 지지 유권자들이 서로의 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엇갈리는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   

이 게임의 특징은 일회성 게임이 아니라 반복게임이라는 점이다. 일회성게임은 게임 참여자들 간의 협조 대신 배신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게임이 반복된다면 게임 참여자들간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만약 경기자의 누군가가 배신을 하면 배신당한 경기자는 그 때부터 협조 하지 않는 ‘냉혹한 방아쇠 전략’혹은 ‘죽음의 신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죽음의 신이 방문하는 것처럼, 협조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해 다시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응징이 가해진다. 

실제로 4.13총선에서 게임 참여자들 간의  전략적 게임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도 반복된다. 

만약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야권이 선거에서 참패한다면, 야당의 유권자들이 바라는 정책이 입법화 되지 않을 수 있거나 극단적으로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야당의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으로 비롯된 것이라면, 유권자들은 다음 대선이라는 게임에서  배신에 대한 응징을 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이 두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 냉혹하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다당제하에서 야당들의 선거 전략은 근시안적 안목보다  전략적 반복게임을 염두에 두고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단 후보를 포기한 당의 기회비용을 단일후보가 된 당이 어떻게 보상해주어야 하는 문제가 남을 수 있다. 


 다당제하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의사결정

그렇다면 다당제하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먼저 유권자가 선거에서 지지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일반적인 의사결정기준과 다르지 않다. 

대안 A의 이익이 대안 B의 이익보다 커서 A기준으로 이익의 증가가 나타난다면,  A가 선택된다.  마찬가지로 유권자는 두 당이 자신에게 주는 편익을 각각 비교하여, 자신에게 제공하는 이익이 더 큰 정당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다당제인 경우는 일반적인 의사결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유권자는 그가 가장 선호하는 정당에 표를 던지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수당 A당, 진보당 B당, 진보당 C당의 각 후보가 선거에 출마하였다. 합리적인 유권자 김씨는 C당을 선호한다. 그런데 C당의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 경우 김씨의 선택은 무엇일까? 
  
유권자는 그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면, 그가 가장 싫어하는 후보를 저지하는 투표를 하게 된다. 그의 이익을 일부 대변할 수 있고 승리 가능성이 있는  차선의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 

위의 경우, 김씨가 A당을 가장 싫어한다면, 그의 이익이 일정 반영될 수 있는 당(예컨대 B)에 표를 던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1948년 미 대선에서  진보성향의 당으로 진보당과 민주당이 있었다. 진보당을 지지하는 합리적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시하는 진보당 대신 민주당후보에 표를 던졌다.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당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진보당에 표가 가면, 같은 진보 진영에 속하는 민주당의 득표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지하는 당에게 표를 몰아주면 역설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진보당 지지자는 그의 표가 사표로 낭비되지 않기 위해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다당제하에서 펼쳐지는 20대 총선에서 이러한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이루어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