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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야권 후보 단일화] 야권, 통합의 진정성 있는가? -역사 발전의 후퇴는 기존하는 세력에 대한 ‘위대한 거부’가 힘을 상실할 때 나타나

트럭이 뒷걸음치자 난데없이 베토벤이 등장한다. 베토벤이 작곡한 ‘엘리제를 위하여’가 트럭 후진을 알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니, 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법하다. 

베토벤이 ‘엘리제를 위하여’를 작곡한 것은  우리가 본능과 현실에서 잠시나마 분리되길 바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고급음악은 현실의 고통을 위로하고 혹은 현실의 유혹을 억제하기 위한 역할을 하게 된다.  

현실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의 관점에선 이드(Id)이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는 쾌락원칙에 따라 이드는 움직인다. 

이러한 이드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힘은 자아(ego)이다. 자아는 현실원칙을 통해 이드의 질주를 억제한다. 

이렇게 에고가 이드를 억압함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문명은 발전해왔다고 프로이드는 간파하였다.  이런 면에서 역사의 진보는 抑壓의 역사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프로이드의 견해에 비추어, 충동의 억압 장치가 사라지면 문명과 역사의 발전은 멈추거나 퇴행하게 된다. 

고상함이 끌어내려져 현실과 통합하게 되거나, 통제 수단이 힘을 상실하여 현실에 압도된다면, 사회의 양적 질적 성장은 정체된다.  


◆ 정치도 사회적 현실과 이질적 통제와의 변증법적 대립

우리 정치의 세계도 기존하는 현실과 이를 통제하는 힘과의 대립으로 성장하게 된다. 에고와 이드간의 충돌로 인간과 역사가 발전하듯이, 정치도 사회적 현실과 이질적 통제와의 변증법적 대립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치와 역사의 발전은 마르크스의 주장과 일견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정과 반이라는 모순의 대립과 긴장으로 역사는 발전한다는 면에서 마르크스의 견해는 수용된다. 

하지만 지난 그리고  앞으로의 역사는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으로 인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치의 발전은 합리적인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달성됨을 말한다. 의회민주주의는 주어진 현실에 견제와 통제의 힘을 가하여, 상호 모순으로 사회를  개선하고 개혁하게 된다. 


◆ 야권은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모습 보여야 

하지만 우리 정치가 퇴행의 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야권이 갈라져 있는 정치구도로 인해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야권통합제안과 공천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정치발전 방향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이 갈라진 채로 총선을 치르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기존하는 세력에 저항하는 건전한 힘이 존재해야, 이 두 세력의 대립으로 의회민주주의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안대표가 야권통합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더민주도 야권분열의 책임이 적지 않다.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통합을 제안하였을 때, 두 당의 통합형식이 국민의 당이 더민주에 흡수되는 모양새를 떠올리게 하였다. 

실제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3일 “김종인 대표는 통합은 하겠지만 연대는 없다고 공언했는데 참 무례한 이야기”라며 “국민의당이 깃발을 내리고 오면 받아는 주겠지만 대등하게 손잡겠다는 말은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통합의 진정성과 예의바른 자세가 결여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다. 

더민주는 여러모로 안철수대표에게 빚을 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안대표의 대선 출마포기로 문재인대표가 야권의 단일대선후보가 되었다. 또한  더민주가 좌초 직전에서 지금처럼 기사회생하게 된 직접적인 방아쇠도 안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의 탈당이었다.  

당시 국민의 새정연에 대한 불신과 대안정당에 대한 기대는 안철수신당을 주목하게 하였다. 이러한 여론의 쏠림을 확인한 새정연이 비로소 당의 주류 진영 논리와 괘를 달리하는 인물들까지 과감히 수용함으로 나름 혁신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제 더민주는 여론의 지지가 높아지자 혁신의 자세보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대한 열망보다  다시 권위를 앞세우고 있는 모양새이다.   

돌출발언과 행동으로 물의를 빚지만 국민을 향한 열정 하나 만은 남다른 정청래의원을 공천배제 하고, 국민의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흡수통합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을 강요하는 더민주는 진정으로 여전히 혁신을 추구하는지 또한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짚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역사 발전의 후퇴는 기존하는 세력에 대한 ‘위대한 거부’가 힘을 상실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고상한 대명제가 땅에 떨어져 현실의 일부로 전락한다면, 우리 정치의 변증법적 발전은 멈추게 된다. 

국민들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