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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테러방지법과 공리주의] 공익 VS 개인권익 : 테러방지법, 수정 필요

#1. 망망대해에 생존자 네 명이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하고 있다. 오랜 표류로 더 이상 먹을 식량이 없다. 모두 굶어 죽기 직전일 때, 한 사람이 가장 약하고 쇠약한 아이를 힐끗 보며 나머지 두 명에게 눈치를 준다. 결국 한 아이의 희생으로 나머지 세 사람은 구조되기 직전까지 생명을 부지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충격적인 행위는 정당화 할 수 있을까? 

#2. 정보국은 폭탄을 설치하였다고 추정되는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였다. 그는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며 폭탄의 위치를 털어 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그를 고문하는 것이 옳은가? (마이클 샌델)

이 질문들에 대해 찬반이 갈릴 수 있다. 구명보트 사건의 경우, 혹자는 그 행위는 불가피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명이 희생하여 세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으므로, 전체의 효익은 결국 플러스라는 논리이다. 

테러리스트 고문사례의 경우, 이를 찬성하는 이들의 논거도 고문의 비용보다 효익이 크다는데 있다. 고문으로 인한 테러용의자의 고통은 비용이 된다. 하지만 고문으로 폭탄을 제거할 수 있다면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이는 효익이 된다. 결국 비용과 효익의 순액은 양(+)으로 판명된다.  

이러한 논거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근거는 그 결과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과정과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결과가 좋다면 그 행위도 용인되고 옳은 선택이 된다. 이러한 결과주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는 우리 사회의 행위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 공익 VS 개인권익

하지만 문제는 공리주의가 강조되면 개인권익이 전체 이익을 위해 희생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란이 발생한 나라가 있다. 한 정치인은 내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 정치인이 내란죄를 짊어진다면 내란이 종식되고 다수의 인명이 구해진다. 그러므로 전체의 이익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아무런 죄가 없는 정치인이 내란죄를 뒤집어 쓴다는 것은  공리주의 관점에선 옳은 결정이 된다.  

이는 소수자가 다수자의 이익을 위해 희생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인권과 존엄이 공익의 논리에 의해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


◆ 정부의 공리주의 

정부의 입법활동과 정책 수립은 공리주의에 의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리의 원리에 기초해서 입법 활동을 펼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입법과 정책을 펼치는 것이 다수의 이익과 행복이 된다는 논리이다. 

즉 정부는 총량적인 혹은 평균적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결과를 예견하고, 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가장 큰 행위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과 입법 행위는 옳은 행위이며 최적의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리주의에 근거한 정책 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전체를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론이 강조되고 있다. 즉 공익에 근거한 입법에도 개인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자가용 승용차를 구입하여 사용할 권리가 있다. 정부가 대기오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가용 사용을 막을 수 없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홀짝수제를 도입하여 개인의 자동차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단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가용 승용차의 사용금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익의 목표달성이 일부 희생되어도 개인의 권익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희)


◆ 긴 안목에서의 공리주의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3월1일  종결될 예정이다. 하지만 더민주가 요구한 테방법 수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여당이 제출한 원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공산이 커졌다. 

테방법의 입법취지는 ‘국가의 안보 및 공공의 안전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 법은 안보 공익을 위해 좋은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 조치’ 요건이  테방법 부칙에서 개정이 되었는데, 이 개정안은  제한 없는 감청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의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에 의하면,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감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에는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테러방지법 제2조제6호의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경우”로 감청 요건을 완화하였다.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부문도 긴급통신제한 요건으로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경우’라는 문구가 추가 된 점이다. 

필리버스터 종결로 새누리당의 원안대로 테방법이 수정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처럼 공익추구라는 테방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감청요건 완화는 개인권을 소홀히 취급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은 수단으로 소모되어도 무방하다는 행위공리주의는 이제 도전을 받고 있다. 공리주의가 일부 희생되어도 개인권은 존중되는 것은 마땅하고, 역으로 개인권이 신장된다면  긴 안목에서 공익도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다수 의견이 독단이나 편견으로 흐르지 않게 된다면,  비록 단기에 목적하는 공익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고통이 줄어들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참고문헌>
마이클 샌델, 김명철 옮김 (2014), 「정의란 무엇인가」 
이동희 (2009), ‘현대인권론과 공리주의’, 법철학 연구 제12권 제1호 
제임스 레이첼즈 (2006), 「도덕철학의 기초」
전태창 (2007), 「J. Bentham의 공리주의 사상」, 충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