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치일반

[독일 통일] 안보위기에 정치역량 구축 필요 - 막스베버가 그리는 정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소구하며

독일 통일의 최고의 공헌자는 누구일까? 동유럽의 개혁 개방을 선도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동방정책을 추진한 브란트 전 서독 총리, 그리고 통합을 지지한 동독 주민등이 독일 통일의 공로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기여자는 콜 서독 총리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콜의 강력하고 통찰력 있는 정치리더십이 통일 독일을 일구었다는 것이다. 

콜은 브란트의 ‘접근을 통한 변화’정책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힘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는 사민당의 교류 협력 노선을 답습하여 동독과 활발한 교류 협력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대동독 경제지원 3원칙을 준수하였다. 즉 동독이 먼저 요청할 때, 반드시 대가를 받고, 그리고 서독의 지원 사실을 동독주민들이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동독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콜은 여론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0여 개월 동안에 동독 탈출자 58만명을 전원 수용하였다. 일각에서는 동독과의 화해 분위기 손상을 우려하여 동독 탈출민의 수용 제한을 반대하였으나, 콜의 이 결단이  신속한 통일을 촉진하였다. 그는 1983년에는 퍼싱2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의 서독배치를 결정하였다. 

콜의 이러한 정책은 자석이론 (Magnet Theory)이라 불린다. 서독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힘 있는 나라가 되면, 쇠붙이가 자석에 끌려오듯이 동독이 서독으로 끌려오게 되고, 결국 동서독은 통일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염돈재)

이처럼 독일 통일은 서독 콜 수상의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고 실용적인 통일 정책의 추진 탓이라고 말하여진다. 


◆ 막스베버가 그리는 정치 

콜의  리더십은 막스베버가 그리는 정치인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막스베버는 정치를 “열정과 균형감각으로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했다. 여기서 단단한 널빤지란 복잡다기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뒤엉킨 현실을 말한다. (박명규)

정치의 본연의 기능은 무엇인가? 막스 베버에 의하면 이는 일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행정사무와는 달리,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려는 가치 지향적 실천이다. 

그럼 정치인의 모습은 무엇인가. 설득과 합의, 때로는 강제력의 행사로, 때로는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베버는 말했다.  

콜은 이처럼 강력한 신념으로 시대적 과제를 감당한 것이다. 


◆ 기능주의의 중단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는 지금까지 한반도 통일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던 기능주의의 중단을 의미한다.  

지역통합 이론의 하나인 기능주의는 비정치, 비군사적 분야인 경제 문화의 교류와 협력이 지속되면 정치, 군사적인 협력으로 전이되어 궁극적으로 통일과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우리정부의 ‘접근을 통한 변화’정책에 화답하는 대신 핵무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과 조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어 갈 수 있다는 자유주의 시각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는 기능주의의 일시 중단을 의미한다.  핵의 위협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교류와 협력의 단계로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력과 교류대신 힘을 축적해야한다는 현실주의가 불가피하게 소구된다. 


◆ 정치 역량으로서 카리스마적 리더십

이러한 북한과의 대립과 긴장의 구도에서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가? 사드의 배치, 한국의 핵 개발, 다자안보체계 정립, 북한의 레짐 체인지등이 격론 속에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담당할 정치 역량을 갖추어야한다는 것이다. (박명규)

이 정치역량은 다름 아닌 독일 콜 총리가 보였던 구국의 리더십이다. 단단한 널빤지를 뚫고, 미래의 가치를 실현하며, 궁극으로 통합과 신뢰를 가져오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환경의 미숙함을 극복하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처방이 된다. 

그렇다고 이러한 리더십이  남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더의 정책 결정 과정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리더의 결단이 일부 정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리더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신뢰프로세스의 리더십은 국민들이 리더에게 부여한 권한이자 책임이 된다. 


<참고문헌> 
박명규(2015), ‘막스 베버의 사회이론과 한반도 통일 역량’, 「저스티스」 통권제 146-2호
염돈재(2011),‘독일 통일의 쟁점과 한반도 통일에의 시사점’, JPi 정책포럼
김창희(2015),‘국제관계에서 신뢰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