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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한일 관계 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22일, 박근혜대통령은 “한일 간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대통령은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셉션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이렇게 밝히고,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박대통령이 미래시점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면서, 그간의 한일관계 악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전향적인 자세는 동아시아의 형세와 무관하지 않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현재 세계경제의 ‘거대한 불균형’과 동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 과정은 악화된 한일 관계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김한길, 최재천 의원의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 동아시아 관점에서 본 한일 관계 해법>의 세미나에서, 손교수는 이렇게 지적하고  “한일관계의 개선은 한국과 일본은 다양하고 깊은 이익을 공유하고 있어, 과거사 문제로 현재 서로 얼굴은 붉히고 있지만, 관계의 복원력은 강하다”고 평가하였다. 


▣동아시아의 정세 전망- 일본과의 협력을 강요하는 요인들 

① 거대한 불균형등과 한일관계 개선

손교수는 △거대한 불균형(Great Imbalance)  △ 사회적 양극화 △지역적 관계성등이 일본과의 협력의 필요성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축적된 자산의 거대함에 비해 수익률 하락과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량과 소득의 감소로 소비 투자가 위축되어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이 디플레이션은 성장잠재력의 장기적 하락을 반영하는 장기정체(secular stagnation)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 OECD국가상위 10%는 하위 10%보다 9배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소득불평등에 직면한 근로자들은 저축을 늘리게 되고, 그 결과 소비 투자의 감소와 유효수요부족으로 연결되어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덧붙여 사회적 양극화는 사회의 동질성을 훼손하여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역적 관계성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경제활동이 초국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상호의존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메르스등의 감염· 인구이동· 테러· 사이버· 안보등에서 타국간의 관계성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상황에서, 이웃인 일본과 새로운 차원의 경제협력과 국제정치적 교류를  모색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② 각국의 지역 구상과 한일관계 개선

미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구상도 한국으로 하여금 일본과의 교류협력을 강제하고 있다고 손교수는 분석한다. 

우선 미국은 군사적으로 아태지역에 대한 군사력 배치를 강조하고 있다. 경제적 차원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일자리와 수출을 확대하고자 한다. 

반면 중국은 포스트 미국질서 건설을 목표로, 아시아 운명공동체 親誠惠容( 친밀, 성실, 혜택, 효용)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일대일로 구상으로 서쪽으로 경제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중국은 미국주도 TPP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강대국화로 인한 위협에 대처하고자 한다. 우선 안보 면에서 일본 주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위대의 활동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일의 이해가 일치하였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 등을 뛰어넘는 TPP로 거대 자유무역시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동아시아 지역질서에서, 미국과 일본은 군사 경제 양면에서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반면,  중국은 새로운 판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미·일·중의 동아시아 지역구상으로 인해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은 줄서기를 강요받게 된다. 

그러므로 한국의 입장에서 동아시아 지역질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일방에 의해 주도되는 공간이 아니라, 양자가 공존하는 질서로의 진화가 필연적이라고 손교수는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호적인 한일관계가 필요하다. 만약 한일관계가 악화된다면, 일본은 한국이 중국으로 傾斜하고 있다고 비판하여 미국·일본의 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이를 틈타 중국은 한국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양대 네트워크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곤혹스러워진다. 

또한 한국이 TPP에 들어가려면 일본과 우선 한일FTA가 추진되어야하나 양국간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일본과의 교섭은 난항을 겪게 된다.


▣ 한일관계 악화 배경

동아시아 정세의 문맥에서 한일 협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한일관계가 협력의 관계 대신 대결 구도가 자리 잡은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과거사문제를 들 수 있다. 손교수는 한국인(일본인)이 바라보는 일본(한국)의 정체성과 일본(한국) 고유의 정체성과의 괴리를 지적한다. 

일본인은 한국의 정체성을 민족주의로 인식한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반일 민족주의를 의미한다. 반면 한국인은 일본을 군국주의로 인식한다. 여전히 군사주의적 국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인식의 갭은 두 나라의 경제 협력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손교수는 이러한 인식의 갭의 기저에는  두 나라의  과거사 문제가 위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일관계의 회복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일본의 강력한 국가주의· 민족주의의 등장이다. 극우적 목소리가 강조되면서  타국과의 동반의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경을 넘어서는 신자유주의와 자국의 결속을 강제하는 민족주의의 기이한 동거를 지적하면서, 이 모순은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국의 자기합리화 과정으로 파악한다. 


▣ 한일관계의 건설적인 회복은 어떻게?

그렇다면 한일관계의 건설적인 회복은 어떻게 가능할까?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장단기 투 트랙 접근을 강조한다.  과거사 갈등의 악화를 방지하는 관리노력과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일 전략의 재구축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한일관계 악화의 직접 원인인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및 과거사 화해를 위해 지도자 간의 소통을 강조한다. 동시에 전략적 관점에서 대일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과거사 문제와 기타 문제를 분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등의 현안에서 한일 간에 원활한 소통이 안 될 경우, 양국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되므로, 과거사로 인한 마찰이 발생하더라고 그 영향이 타 분야로 파급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분리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관계단절의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공공외교’ 강화가 필요하다. 

공공외교는 양국 정부 간의 외교와 달리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는 민간외교로, 양 국민간의 상대국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기여 할 수 있다.  

특히 과거사 문제는 당국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대신, 역사인식의 완치라는 장기처방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위안부 문제 관련 전문가. NGO, 이해 당사자를 중심으로 논의의 장을 제공하여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일본사회의 양심세력과 연대하여 인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과거사의 반성과 화해를 이루고자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형태로 세종정책포럼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는 독일의 ‘기억책임 미래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2(양국정부) + 2(양국기업)의 출자방식으로 재단을 설립하여, 양국 정부·기업·국민등이 함께 참여하여 포괄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재단에서 보상과 기억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맡을 경우, 양국 정부 간 직접적인 마찰을 회피 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 역사수정주의와 강제징용문제  

아베수상의 역사수정주의 행태에는 강력한 선제적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의 위험에 대한 국제 홍보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올바른 역사수정주의가 심화될 경우 한미일 지역질서의 공조가 악화될 것임을 미국에 주지시켜야한다고 조교수는 지적한다. 

한편 강제징용자피해자에게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언주의원이 지난 5월 일제하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시효 연장 법안을 발의 하였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일각에서는  비록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 집행은 이루어지지 못하였지만, 한국 정부의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 지원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