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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국회법 개정②] 행정부의 杞憂 - 국회의 행정입법의 직접통제의 의미

여야가 통과시킨  ‘행정입법에 대한 의회의 수정변경권한’을 둘러싸고 국회와 청와대간에 정면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러한 행정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상임위에서 수정의결이 이루어 진 후 행정부에 수정 의무가 부과되어도 행정부가 이행을 하지 않았을 경우, 실질적인 이행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도 이는 과도한 걱정임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의 행정입법통제는 선진국처럼 의회입법의 원칙과 행정입법의 필요성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권력분립과 대의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의회의 행정입법 통제의 필요성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개정 국회법은 행정입법에 대한 의회의 직접통제의 필요성과 연관되어 있다. 

△행정입법의 의미 =
행정입법의 의미는 오늘날의 과도한 행정수요에 적절한 대응을 위해 의회의 입법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위임하는데 있다. 

우리 헌법은 행정부에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을 받아 대통령령과 총리령, 부령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40조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52조에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75조에서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 95조에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국회뿐만 아니라 행정부도 법률안의 입법권을 인정하고 있다. 


△의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 
그런데  의회가 위임하는 행정입법은 행정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필요 불가결한 제도이지만, 의회차원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강의 사항만 법률에서 규정하고 알맹이가 되는 내용은 행정입법에 규율할 경우, 국회는 행정부의 자의적인 법률 해석으로 인해 행정부의 들러리에 불과하고 법률을 통과하는 통법부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 필요성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 행정입법의 남용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국회에서 법률안이 의결되면 위임 명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행정부의 자의적인 법률해석으로 제정, 시행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모법에서 범위와 기준을 정한 경우, 행정입법은 이 범위를 벗어나 제정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의회주의와 권력분립의 위기에 대한 문제이다. 오늘날은 행정수요의 증대로 국회입법이  골격입법의 형태로,  행정부에 입법권 위임과 주요정책 위임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적절한 의회의 통제가 없다면 사실상 백지위임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본질적 입법기관인 의회의 기능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어, 의회와 행정부 간에 권력의 분립을 통한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이념이 해체 될 위험에 처한다.  


◆국회법  98조 2 의미 

이번 국회법 개정으로 인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심화 되는 원인은 제 98조의 2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국회법 98조의 2는  ‘상임위원회는 행정입법의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중앙행정기관장은 받은 사항을 처리하여 상임위에 보고한다.’는 내용이다. 

국회법 98조의 2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98조 2의 전단은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후단은 ‘행정부가 받은 사항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 98조2의 전단 =
우선 전단은 수정변경을 위해서 상임위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수정변경을 위한 의결기준은 무엇일까?  주규준 국회 사무처 서기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수정변경을 위해  헌법 제49조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즉 헌법 제 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라는 조항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행정입법 수정에 헌법 49조가 적용된다는 것은  시행령등의  수정은  여야의 합의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야당이 시행령의 문제점을 제기하여 상임위에서 수정시행령을 의결하고자 하여도, 여당의 협조가 없다면 시행령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는 새누리당이 총위원의 과반수를 초과하거나, 일부 상임위는 여야 동수(법사위·농림축산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정보위원회)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즉 야당이 시행령 수정 변경을 요구하여도, 여당이 이에 응하지 않게 되면 해당상임위에서 수정시행령이 폐기 된다. 예를 들어 환경노동위원회는 총16명으로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정시행령 투표 결과 가부동수일 경우 시행령 수정안은 부결이 된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시행령 수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회가 시행령 수정을 하게 되면 국정마비가 온다는 행정부의 주장은 과장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의 지적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일컫는다.  예컨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급은 국회법 98조2의 전단을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결국  행정부의 국회법 개정으로 인한 국정 마비 상태에 대한 염려는 기우에 불과한 셈이다.   


△ 98조2의 후단= 
후단은 만약 상임위에서 수정변경요구 합의가 이루어 졌다면,  즉 재적과반수 출석에 출석과반수가 찬성하여 수정안이 의결되었다면,  행정부는 요구사항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처리 한다’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즉 수정안이 통과되어 행정부는 수정 의무를 지게 될 때,  행정부가 수정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 방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인 효력은 없다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강제성을 둘러싼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처리한다’에 대한 해석과 관련, 여당은 행정부가 수정 이행을 하지 않았을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의무를 부과한 부분을 강요하다 보면 강제성이 있지만 강제 이행방법에 포인트를 두면 강제성이 없는 것이다. 왜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졌고 위헌성을 가르는 기준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고 지적했다. 

행정부에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과 관련, 야당은 강제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의무가 부과되면 이행에 강제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상임위에서 시행령 수정이 이루어진 후 행정부가 시행령을 수정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행정부가 책임을 진다.”라고 말했다. 

이원내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의무 부과와  이행 강제성은 각각 독립적인 사항이 아니라, 의무가 부과되면 종속적으로 이행강제성은 발생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여당의 ‘이행 강제성’은 행정부에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추상적 차원에서 제재기준 자체의 효력은 인정하면서, 해당 사안에서의 구체적 적용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법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법적 구속력을 부인하는 형태이다.

반면 야당은 일단 국회에서 제정 공포된 이상 거기에 정한만큼 법적 구속력이 발생한다는 견해이다.  즉  위반에 대한 제재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입장이어서 실효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것이다. 


△ 이 원내대표의 발언, 어떻게 볼 것인가?
그렇다면 불이행시 행정부의 책임이라는 이 원내대표의 언급은 어떤 의미일까? 예를 들어 만약 행정부가 수정이행을 거부한다면, 관련 장관의 해임결의안을 제출한다는 등의 행정입법의 간접통제 방법에 호소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즉 박 대통령이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한 보유로 국정마비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내대표가 “대통령께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급과  행정부가 수정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행정부는 책임을 진다.”라는 발언과의 모순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선 전자는 국회법 개정의 실제적인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모든 상임위를 과반이상으로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록 야당이 시행령을 수정하려 해도,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시행령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사실상 의원내각제의 속성이 포함되어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 중심제에서 행정부와 여당의 정책상의 공조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야당의 단독 시행령 수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새누리당 대표도 3일 서울대 특강에서 “당청관계는 한 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원내대표의 ‘행정부는 책임을 진다’라는 지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러한 주장은  의무가 부과되면  법적 구속력이 따른다는 입장을 존중한 것으로, 국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의 실효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시행령수정을 위해 행정부에 대한 이행 강제성이 없다면, 이번 국회법개정은 의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직접통제를 상실하고 행정부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에만 머무르는 간접통제방식으로 회귀하게 된다.  

하지만 이행강제성이 담보되고 있다면, 국회법 개정은 과거의 간접통제방식에서 한 단계 격상한 직접통제방식의 자리를 획득하게 된다. 비록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본래의 목표를 이루는데 제약이 존재할 지라도, 국회법 개정의 본질적  취지인  직접통제라는 성격은  변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이 원내대표의 모순적인 발언은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의무가 부과되면 이행의무는 포함된다는 견해를 주장함으로써,  의회의 직접 통제라는 국회법 개정의 취지를  실현시키게 된다.  

이러한  효과는 입법의 명분을 충분히 확보하고, 동시에 현실적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여당과의 협상에도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여야의 국회법개정에 대한 공통된 현실적 시각은 의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둘러싼 행정부의 우려가 기우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또한  행정부와 국회의 진검승부는 지금이 아니고,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춘 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