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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사회적 자본 ② ]박근혜정부의 핵심가치인 사회적 자본, 어떻게 형성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의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신뢰와 통합의 사회적 자본을 쌓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근혜정부의 통치철학은 사회적 자본이다.

이 사회적 자본은 박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 의원 시절부터  강조한 개념이다. 그 당시  세종시 이전 문제와 관련, 박대통령은 “무형의 가치, 특히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 사회적 자본 개념은 실제로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활용되었다고 한다. 김태룡 상지대학교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지도자의 자질론을 거론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경제라고 하는데 경제 정책은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사회적 자본, 사회의 민주주의와 공정한 사회·질서·인권등 역사적 차별성”을 갖고 전선이 이뤄져야 함을 언급하였다. 

이처럼 사회적 자본, 즉 신뢰네트워크 개념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 철학으로 강조된 것이다. 최근에는 보수 측에서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보완하기 위해 신뢰중심의 사회적 자본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자본이 높은 경우

박근혜정부의 사회적 자본개념은 정부신뢰의 관점이다. 김교수는 박근혜정부는 정부신뢰를 강화해 정부 불신병을 치유하게 되면 국가통합성이 증가하고 이어 국력 신장이 강화되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반해 사회적 자본은 원래 사람들이 정부를 신뢰하는 관점보다 사람간의 신뢰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사람간의 관계로 정보의 유통을 돕고,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선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 신뢰· 네트워크등 무형의 자산을 사회적 자본이다 일컫는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수준, 지역공동체수준, 국가수준에서 논의된다. (김태종 2008) 

우선 개인수준에서, 다양한 사람과 연락망을 가지고,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상호 협력하는 사람들은 개인수준에서 높은 사회적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지역문제를 함께 참여하고 해결해 나가는 역량을 축적해 온 지역은 사회적 자본이 높다. 

국가수준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고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더라고 법질서를 준수하며,  자신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격을 존중하고 협력해 나가는 규범이 광범위한 사회가 높은 사회적 자본을 가지고 있다.


◆ 사회자본 형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

상호 협력을 통해 공동의 선을 이루는 사회적 자본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사회자본의 핵심요소인 사회신뢰가 어디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국가 제도적 관점에서 분석되어 왔다. 국가 및 정치제도가 사회적 자본과 신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제도에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타인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은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장수찬 목원대 교수의 정치제도 신임수준과 일반신뢰수준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연구에 의하면, 제도신뢰 X가 상승함에 따라 일반신뢰 Y가 상승함을 확인하였다. 즉 이 두 X, Y변수들은 선형그래프가 형성되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도적 신뢰가 일반화된(generalized) 신뢰의 구축에 영향을 미친다면, 제도적 신뢰의  구체적 변수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정치 제도 관점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행정부, 법을 제정하는 국회와 정당,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들 수 있다. 사회엘리트들의 부패 정도도 사회적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복지제도도 제도적 신뢰의 변수에 포함되어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 국가기관의 질  → 일반화된 신뢰 

일반화된 신뢰에 영향을 주는 제도변수는 국가기관의 질과 관련되어 있다. 박종민 고려대 교수와  김왕식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에서 사회 신뢰의 생성>이라는 논문에서, 국가기관이 국가의 질서와 법을 통해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적 평등이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면, 사람들 간의  관계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법원, 검찰, 경찰등 법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은 사회신뢰 구축을 위한 사회여건을 조성하는데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법안을 입안· 감독하는  행정부에 대한 신뢰도 사람들 간의 신뢰형성에 기여한다. 행정부가  공평성이 담보되는 정책과 법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스스로 경계심을 품게 된다. 계약전의 역선택과 계약후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일반화된 신뢰는 형성되기 힘들다. 

국회 및 정당등 법을 제정하는 기관들에 대한 신뢰도 일반화된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거나, 편향적 이익이 제공되는 법이 만들어진다면, 사람들 간의 갈등과 반목은 피할 수 없다. 


△ 사회 엘리트의 부패 → 일반화된 신뢰 

제도신뢰의 약화는  또한  엘리트들의 부패와 관련성이 있다. 박교수는 집행기관의 부패, 권력남용, 자의적 결정, 체계적 차별등도 사회 신뢰의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공직 부패는 신뢰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한다. 

엘리트의 부패로 제도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현상은 계층 상승과 신뢰수준간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장교수는 민주화 이행국가들에서 엘리트가 포함되는 최상층의 신뢰수준이 중산층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최상층의 신뢰수준이 높지 않은 이유는 시장적 경쟁에서 勝者인 엘리트들이 제도가 설정한 게임 룰을 지키기 보다 반칙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장교수는 해석한다. 


△복지제도  

사회자본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변수는 복지국가제도와 정책이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공동체적 연대성이 낮고, 이는 상호간의 불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평등한 소득구조를 가진 민주주의의 시민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의 시민들보다 더 신뢰가 높다면서, 분배적 복지정책이 신뢰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복지정책이 신뢰를 구축하는데 기여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복지프로그램이 사회적 신뢰구축에 도움이 될까? 

보편적 복지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북유럽국가들과 특정목표대상에게 제공하기 위해 복지배급수단을 실험한 후 복지를 제공하는 앵글로-아메리칸 국가들을 비교할 경우, 북유럽국가들이 높은 신뢰구축에 성공하고 있다고 장교수는 분석한다. 그 이유는 복지배급수단프로그램은 수혜당사자의 적합성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복지 관료들로부터 차별주의와 수혜주의적 태도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신뢰 구축은 어떻게?

제도적 신뢰가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한다면, 이 신뢰의 설명변수인 제도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엘리트들의 부패로 제도 신뢰가 하락하고, 이 제도 신뢰의 하락이 사회구성원 전체의 신뢰 하락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엘리트들의 부패를 막기 위한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장교수는 이들이 부패에 가담할 수 있는 기회구조를 박탈하기 위해서 시민사회의 조직화를 통해 엘리트들에게 정치적 압력을 넣고, 그들로 하여금 제도의 공정성, 균등대우,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민사회의 조직화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 즉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대체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직자등이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한 이 법은  제도 신뢰를 높이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이 법을 통해 한국의 엘리트들도 제도의 공정성을 해치는 반칙자에서 규칙의 준수자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행정부에 대한 신뢰 향상은 대통령제에 대한 재검토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 행정 전문가들은 대통령은 여당의 실질적인 보스로서 다수당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한다. 박희봉 중앙대 교수는 중앙집권적 정치체제하에는 長이 의사결정권을 독점하여 국민의 자발적인 의사를 반영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국민이 이를 선택하여 추인함으로써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교수는 국가의 운명 결정권을  이제 국민 대중의 손으로 회귀할 때가 되었다면서 한국인에 어울리는 법과 제도를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이제 본격적으로 개헌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복지는 결과적 평등을 지향하여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므로 현재 복지제공의 재원 마련과 관련,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솔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남도의 무상급식 논쟁에서처럼, 홍준표 경남도 지사는 유상급식으로의 전환 이유로 예산문제를 들고 있다. 이러한 논쟁의 단초도 결국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주장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학교급식을 보편적으로 할 것인가 선별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도, 사회적 신뢰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차별주의를 경험하는 복지프로그램은 사회적 신뢰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므로 일정수준의 증세를 통해, 낙인효과가 나타나는 복지프로그램에는 보편적 복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장교수는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의 해당자들은 복지를 자신들의 권리로 받아들이고 관료주의적 차별주의나 임의주의를 경험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현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복지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증세를 통한 복지가 요구된다는  솔직한 인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