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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리뷰 : 작은 영웅들이 만드는 세상



액션영화 공식의 신선한 변주로 관객들의 막힌 체증을  후련히 뚫어  줄,  사극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가  출정을  기다리고 있다.  .

三政의 문란으로 부정한 행위와 박해에 직면한 민초들이 群盜가 되어 통쾌하게 뒤틀린 세상에 맞선다. 한명의 영웅호걸이 세상을 구하기보다,  함께 ‘떼’를 이루어 쌍칼을 휘두르고, 활을 쏘고, 쇠뭉치를 던지며 폭압과 싸운다. 투박하고 거친 매력을 발산한다. 

이에 대항하는 악의 화신은 아이러니하게도  기품 있는  귀공자 용모에 출중한 무술 실력을 갖추었다. 비록 악인이어도 악인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마력의 향기가 진동한다. 


◆ 환곡의 폐단, 가렴주구 

이 영화의 배경은 조선시대의 철종13년, 1862년 임술민란이다.  이 민란들은 이후 동학혁명과 활빈당의 모태가 된다. 

三政은 토지세 징수에 대한 田政, 군역 운영에 대한 軍政, 환곡을 대여하고 회수하는 還政을 가리킨다.  이 삼정의 폐단이 19세기 농민 항쟁의 주된 원인이된다. 

특히 가장 폐단이 심한 세금제도가  환곡이었다. 환곡은 흉작이나 전염병으로 인한 재해 시에 곡식을 빌려주고 원곡을 반납 하는 구휼제도이다.  하지만  이자성격의 10%의 모곡이 부가되면서,  최초의 구제성격의 진휼에서 세금 성격으로 변질한다. 

더 나아가  지배층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는 가렴주구를 일삼는다. 백성의 안정적인 생계를 돕는다는 환곡제도의 아름다운 명분은 오간데 없고, 이는 오히려 백성들에게 뼈를 깎는 고통을 주는 폭정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다산은 환곡제도의 폐단을 목민심서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맨 처음 이 법을 만든 본 뜻은 반은 백성의 양식을 위함이요 반은 나라의 경비를 위한 것이나 어찌 반드시 백성에게 모질고 사납게 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겠는가. 지금은 폐단위에 폐단이 생기고 문란에 문란을 더하여 구름이 변하듯 안개가 사라지듯 모래가 흘러내리고 물결이 출렁이듯 하여 천하에 따져서 밝혀 낼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환곡의 폐단으로 우선 分石이 있다. 관아의 아전들이 환곡에 쭉정이, 돌 등을 집어넣어 양식을 대여하고, 알곡은 향리가 훔쳐가는 것이다. 농민들은 상환 시에는 빌린 양 그대로 돌려주어야 한다. 

탄정(呑停)은 정퇴와 관련 있다. 흉년을 당하게 되면 백성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므로  정부가 원곡과 모곡 수납을 유예하거나 탕감하는 停退를 내린다. 하지만 아전들은 이를 미리 짐작하고 민간에게서 곡식을 거둬들이는 일을 서두르고, 심지어 백성에게 매질을 하여 돌려받는다.  이후 수납이 끝난 후, 정퇴가 내려지면 이 거둬들인 것을 이들이 착복하게 된다. 

이러한 지배층의 폭력적 수탈에 대한 저항이 나타나고, 그 중 일부가 무장하여 화적이 되었다. 빈궁한 백성이 배고픔과 추위에 쫓기다가 도둑, 群盜로 나선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임술년에  삼정의 문란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적으로 민란이 발생한다. 

이 영화는 그 당시  실존했던 지리산 의적 떼인 추설을 모델로 하였다. 이 추설은 지배층의 탐관오리의 집을 털고 빈민들에게 양식을  나누어주는 의적이었다. 당시 큰 도둑은 부패와 탐욕을 일삼는 지배층이며, 작은 도둑인 자신들은 지배층의 착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강요된 범죄로 인식했다. 

이처럼 조선후기의 화적, 군도들은   ‘모이면 백성이요, 흩어지면 도둑’이라며 떼를 지어, 압박과 설움에서 일어나 저항의 횃불을 들고, 세상을 구제하고자 하였다. 


 작은 영웅들이 만드는 세상 

이 영화의 셀링 포인트는  액션의 유려한 변주이다. 액션영화의 일반적인 공식은 한 영웅이 등장하여  위험과 고통에 빠져 있는 자들을 구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히어로액션은 이 영웅의 초인적인 능력의 발휘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군도는 작은 영웅들의 힘으로 민초를 구하고자한다. 그들이 함께 삐뚤어져있는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고 민초를 구하고, 더 나아가 그들을  억눌림에서 저항으로 이끈다.  

따라서 영화의 질감도 달라진다. 한 영웅의 카리스마와 초현실적인 액션에 빚지는 일반 액션과 달리, 여러 독특한 개성들을 함께 체험 할 수 있다. 짧지 않는 런닝 타임 137분 내내,   연속적인 신선한 충격과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침 없고 소멸되지 않는 액션의 상쾌함은  여운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웨스턴 음악 속에서, 막히고 분출의 탈출구를 찾기 힘든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와 해방을 느끼도록 일조한다. 

또한 이 <군도>는 세상의 변화는  한 명의 영웅의 힘으로 만들어지기보다, 힘없는 작은 영웅들이 어깨를 걸고 나아갈 때 새로운 눈부신 새벽이 동터 온다는 진중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쌍칼 VS 장검 

<군도>에의  또 다른 흡착력은 쌍칼과 장검의 대결이다. 이 대립은 선과 악의 개념을 거두어 낸다면,  소름 돋게 하는 매력의 두 인물의 대립이다. 
 
쇠백정 출신의 도치(하정우분)의 쌍칼의 투박함과 강인함에 대해,   공포스러운 실력의 소유자인 서얼 조윤(강동원분)의  장검의 세련됨이 맞선다.   이 두 메인 캐릭터의 액션은 발끝에서 머리로 솟구치는 전율과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윤종빈 감독의 언급처럼 ‘심장이 뛰는 영화’만들기에 단단히 일조한다.  

남성다운 거침과 투박함에 대해, 여성스러운 용모에서 뿜어 나오는 세련됨이 대비되어,  영화의 품격을 한껏 고양시킨다. 이러한 두 인물의 마성에  관객들은 자신의 심장을 은연중에 의탁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조연들의 액션과 캐릭터도 영화의 또 다른 큰 줄기이다. 산채의 우두머리인 老師丈(別有司)(이성민분)은  리더로서의 기품과 카리스마를 보인다. 산채의 2인자격인 有司, 승려 땡추(이경영분)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묵직함과 안정감을 보여 준다. 전략가 태기(조진웅분)는 ‘화술 액션’으로 영화에 맛깔스런 양념을 뿌린다. 

괴력의 소유자 천보(마동석분)는 쇠뭉치를 휘두르며 쌀을 두 팔로 번쩍 들어 올리는 장사이면서 진정성이 돋보인다. 홍일점인 마향(윤지혜)은 명궁으로 전사의 거침과  여성의 단아함을 동시에 내포한다. 

이 조연들의  톡톡 튀는 개성들의 조합은 영화 곳곳에 뿌려지는 코미디와 섞여,  다소 심각할 수 있는 소재의 무거움을 던져버리게 하고, 새로운 역사의 창조라는 이 영화의 주제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데 기여한다. 

이 영화의 다양한   매력들에 빨려들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자를 찾기는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개봉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