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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의 변칙개봉과 게임이론 :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를 지키기 위해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의 배급회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가 예정된 개봉일을 어기고  앞 당겨 변칙 개봉하였다.  본래 16일 개봉으로 잡혀져 있던 이 영화는 미국 개봉일에 맞춰 10일 조기 개봉한 것이다. 그러자 같은 날  영화 <사보타지>를 개봉 할  예정이었던  (주)메인 타이틀픽쳐스가 들고 일어났다. 

또한 한국 영화제작가 협회에서도 공식성명서를 발표하며 개봉일 변경을 비난했다.  수개월 혹은 1년 전부터 제작사와 배급사는 배급영화에 대한 영화목록을 공유하고 이에 기초하여 배급시기를 결정하는  영화시장의 관례를 깨고, 할리우드 메이저 직배사는 변칙개봉으로 중소배급사의 경제적인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를 상영관에 거는 할리우드 직배사가 예정된 개봉일을 어기고 중소배급사의 영화가 개봉되는 날에  대작을 개봉하게 되면,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블록버스터 영화로 몰리게 된다. 결국 중소배급사는 손익분기 매출을 넘기지도 못하여 고정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한 마디로  그 영화에서는 ‘쪽박’을 차게 된다. 

이 배급사가 배급시장의 관례를 깨고 변절을 하게 된 까닭은 우선 <트랜스포머>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인원이 로봇과 붙어도 승산이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개봉예정일  다음 주에는  호화캐스팅으로 입소문이 난 한국영화 기대작 <군도>가 포진하고 있다. <군도>와의 경쟁에서는 견뎌 낼 맷집이 약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투자자와 제작사에게 이윤을 배분해 주어야 하는 배급사측에서는 이윤획득이 지상명령이다. 영화흥행의 핵심요소로 꼽히는 시나리오와 성공적인 배급이야말로 수년간 공들인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배급사의 개봉일 변경은 합리적 의사결정일 수도 있다. 

만약 개봉일 변경으로 이 배급사의 이윤이 증가하지만 다른 중소배급사에 손실을 입히지 않게 된다면, 이는 개선된 선택이 된다. 

하지만 현재의 영화시장에서 대작의 상영일 변경은  소규모 배급사의 생존은 아랑곳 하지 않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이윤을 좀 더 늘려보겠다는 욕심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는 슈퍼마켓이 있는 골목 앞 대로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현재 배급 시장은 메이저회사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2013 배급사별 전체영화 매출액 시장점유율은 10개 메이저회사가 매출액 점유율 96.3%를 차지하고 있고 기타중소배급사들이  3.7%를 나누어 점유하고 있다. 

CJ E&M,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등 4개의 한국배급사가 각각 21.2%, 18.1%, 14.6%,13.5%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 워너브러더즈, 유니버설, 이십세기폭스가 뒤따르고 있고,  각각의 매출액 비율은  9.7%, 7.9%, 4.9%, 4.3%를 기록하였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2013년 매출액이 658억 9천만원이었다. 

이번 여름 영화 성수기에 대박의 이익을 남기겠다는 메이저회사의 욕심은 가뜩이나 비틀거리는 기타배급사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그러므로 중소배급사와 제협이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개봉일 변경을 변칙 개봉으로 규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게임이론과 변절 

위의 배급사가 관행을 어긴 과정은  게임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로 상대를 불신하여 최초의 약속을 어겨, 모두 변절을 하는 단계이다. 이후 이러한 변절을 막기 위한 장치인  ‘보복’이 약속을 강제한다. 하지만 상대의 힘이 약해 이러한 보복이 없다면, 이 약속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게 된다. 


△ 카르텔의 불안정성 

위의 과정은 우선  미국 소련의 핵무기 증강경쟁사례로 설명된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증강 경쟁을 벌인 이유는  상대에 대한 극도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만약 두 나라가 핵무기 포기 협정을 체결한 후, 한 나라가  약속을 지키고 있는 중에  상대가 몰래 배신하게 되면 핵무기를 포기한 나라만 군사적으로 수세에 몰린다. 그러므로 양국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모두 핵을 보유하게 된다. 군사비 부담이 없는, 두 나라 모두가 핵무기 포기라는 최선의 조합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의사결정의 보수조합(payoff)으로 설명된다. 양국은 모두 핵무기보유, 핵무기 포기라는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핵무기 보유와 관련한 두 나라의 전략의 조합은 아래의 4가지이다. A(미국의 핵무기포기, 소련의 포기), B(미국의 포기, 소련의 보유), C(미국의 보유, 소련의 포기), D(미국의 보유, 소련의 보유). 

이 조합을  이득의 순서쌍으로 표시하면, 양국 모두 핵무기를 포기하면 군비 지출이 줄어들게 되어 A (3,3)의 이득을 가진다. 한 나라만 핵무기를 포기하면 B (1,4), C (4,1)이다. 핵무기 보유국이 군사적 우위를 가지게 되어 4의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미소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면 D(2,2)의 이득을 얻는다.

이러한 보수조합에서, 두 나라 모두에 이득이 되는 조합은 모두 핵무기 포기인 A이다. 하지만 미·소는 이 최선의 선택을 거부하고, 결국 두 나라 모두 핵을 보유하는 조합 D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핵보유 경쟁이 수그러들지 않게 된다. 

이 의사결정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두 나라가 핵무기 포기 협력을 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한 쪽이 약속을 깨뜨릴 유인이 있다. 한쪽이 약속을 지키고,  다른 쪽이 약속을 깨뜨려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배신한 쪽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B혹은  C의 조합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각국은  상대방이 배신한 상황, 즉 핵 보유 상황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소련이 배반하여 핵을 보유하게 경우, 미국에 주어지는 이득의  조합은 B(1, 4) 혹은 D (2,2)이다.  이 두 가지 조합 중, 미국은 이득이  크게 돌아오는  D(2,2)를 선택한다.  소련도 마찬가지로 미국이 배신하여 핵을 보유하게 되어 자신에게 주어지는 조합은  C(4,1) 혹은  D (2,2)이다. 소련은 이득이 더 큰  D를 선택한다. 결국 두 나라 모두 핵보유 D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두 나라가 최선의 조합을 거부하게 된 까닭은 상대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다. 쌍방의 약속은 각자의 이기심이 발동할 가능성을  높이게 되어, 이 약속은 불안정하게 된다. 

이는 실제 비즈니스세계에서도 왕왕  발견된다. 코가콜라와 펩시는 과다광고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가  광고비 지출이 커지 게 된 것도 상대의 변절을 고려한 의사결정의 결과이다. 

두 회사가 광고비를 줄이자는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상대 회사가   약속을 지키고 있는 허점을 노리고, 상대가 기습적으로 광고를 늘린다. 이렇게 된다면 약속 지킨 회사만 광고를 하지 못해, 매출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러니 두 회사 모두 상대의 배신의 상황을 염두에 둔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결국 두 회사  모두 광고비를 늘리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이의 사례는 위의 보수조합 B, C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경쟁하는 두 회사는 서로 상대의 변칙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결국 협약을 깨게 된다. 즉 카르텔의 불안정이다. 


△ 변절에 대한 보복 

그렇다면 이러한 배신을 방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협약을 지키도록 이끄는 유인책은 한 쪽이 약속을 어기고 변절을 하였을 때, 그 배신한 쪽에 회복불능의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은 미연에 배신의 동기를 억제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실의 시장에서는 경쟁사들이  협약을 준수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이는 협약을 깨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배신을 한다면 회복불가능의 보복을 가하게 됨에 따라, 어느 쪽도 감히 약속을 깨기가 쉽지 않다. 변절하면 무차별 처벌이 가해질  거라는 협박이 가해진다.


△ 보복이 없을 때의 배신 

 이번 할리우드 직배사의 변칙개봉은  이러한 시장에서의 협약을  어기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왜 이런 의사결정을 했을까? 

 이 배급사는 자신이  협약을 깬 다 한들, 동일 시장에 위치한 경쟁상대가 보복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기타중소배급사가 보복할 힘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이는  배급일 변경이라는 악수를 두게 된다. 

그러나 이는 단견이었다.  피해당사자인 (주)메인 타이틀픽쳐스배급사는 즉각 비난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여론도 중소배급사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면서, 메이저배급사는 역풍을 맞게 되었다.   

이는 기타중소회사의 ‘보복’이 아닌, 여론의 ‘보복’이었다. 결국 배급일의  변경이 없이 영화자체의 힘으로 승부를 두어야 할 상황에서, 개봉일 변경이라는 미세조정이 전략적 게임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배급사는  과거 변칙개봉의 사례를 참조하여 개봉일 변경을 했을 것이다.  변칙 개봉은 영화시장에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변칙개봉의 사례는   <광해>였다. 당시 <광해>도 며칠 앞당겨 개봉하였으나  변칙개봉논란은 덮어졌다.  

이러한 관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영화시장에서, 자신들만 여론의 비난의  타깃이 되었으니 이 헐리우드배급사는 당황하고  억울할 수 있겠다. 현재 영화개봉이벤트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개봉 전 유료시사회, 전야개봉도 넓게 보자면 변칙개봉에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관행의  임계점에 이 배급사가 우연히도 위치했다고도 볼 수도 있다.   


◆ ‘TRUST’

이 영화는 1968년의 작품의 프리퀄이다.   1968년 찰튼 헤스턴이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 부분만이 백사장에 꽂혀 있는 모습을 보고,  그가 절규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끝난다. 그리고 지금의 시리즈는  자유의 여신상이 어떻게 그 모양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프리퀄이다.  

그 이유의 답은 한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TRUST’

이 영화의 유인원의 리더인 시저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TRUST’이다. 이 메시지가  아마도  영화 시장에 알리는 교훈이 될 수 있다.  

배급사가  배급한 영화 10편중 7편은 흥행에서 손실을 보고, 2편정도가 손익분기점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 1개가 큰 손익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이 한 두개의 성공을 위해 치열한 배급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자칫 상대에게 출혈을 안길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동료들과의  서로의 신뢰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사는 것이다. 이것이 최적의 의사결정이다. 상대의 존재감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결국 장기적 안목에서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칠 수가 있게 된다.  결국 최적의 의사결정에 다다르지 못하게 된다. 

기업의 최고의 목표는 계속기업이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게 된다면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잘려 백사장에 꽂히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