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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사진계의 전설, 유진 스미스의 휴머니즘과 사랑

 

낙원이란 어떤 곳일까? 그곳에는 아름다운 초목이 무성하고, 나뭇가지에는 맛 좋은 과일이 달려있다. 맑은 물이 항상 샘 솟고, 온갖 동물과 새가 평화롭게 함께 산다. 고통과 부끄러움이 없는 곳이다.
 
사진계의 전설,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는 그의 대표작 <낙원으로의 길> ( The Walk to Paradise Garden)에서 동굴 같은 어둠에서 빛으로의 탈출로 낙원을 묘사한다.

 

보도사진잡지 ‘라이프’의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다, 포토에세이스트로 활약한 스미스는  두 아이가 어둠의  끝에서  빛의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장면을 포착한다.  욕망과 불신에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와 진실로, 어둠대신 빛으로, 부정을 극복하고 긍정으로,  즉 황야로부터 낙원으로의 길을  이 사진 한 컷에  응축시킨다.  유진 스미스에게 있어 낙원으로의 길은 곧 빛인 것이다. 

 

이 걸작은 그의 고통과 희망에 대한 사유의 산물이 아닌, 그의 실제 삶의 아픔으로부터 건져올린 정수이다. 1945년 5월 22일, 오키나와 전선에서 포탄파편에 부상한 스미스는 다시는 셔터를 누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며 긴 재활치료에 들어간다. 그리고 치료 막바지에, 부상 후 찍은 첫 사진이 바로 <낙원으로의 길>이다.

 

스미스의 아들과 딸을 실제 모델로 한 이 작품에서 전쟁의 황폐함에서 낙원으로의 갈망과, 고통에서 희망으로의 역전을 가슴 깊이 체험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진은 1958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기획했던 전설적인 전시회, ‘인간가족’(Family of Man)의 마지막으로 사용되었다.

 

 

유진 스미스의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보고서의 에필로그라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 <목욕탕 속의 우에마라 도모코>이다. 미나마타병에 걸려 눈과 귀가 멀어서 불구의 몸이 된 딸을 돌보는 여인의 사진은 마치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의 몸을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광경을 표현한 피에타상을 연상하게한다.

 

미나마타는  질소비료회사의 공장에서 수은이 포함된 폐수를 흘려보내, 인근 주민들이 오염된 강의 어패류를 먹고 수은에 중독된 사건이 발생한 어촌마을이다. 인간들의 탐욕으로부터 비롯된 외부효과의 불경제의 비극을 유진스미스는 예술작품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스미스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그의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다.

 

이외  <실 잣는 여인, 1950>, <과르디아 시민군,1950>,<분만을 돕는 모드 1951>, 슈바이처를 성자로 묘사하려는 편집부에 반발하여 ‘라이프’지를 떠나게 한 사진 <건축에 사용할 목재를 점검하고 있는 슈바이처,1954>, <dream街, 피츠버그 1955>, <유일한 생존자, 태평양전쟁 1944>등, 그의 작품들을 통해 영혼의 순결함, 앞날을 꿈꾸는 의지, 그리고 삶의 치열함을 배우게한다.

 

스미스의 작품들이 우리 영혼의 울림과 소통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그의 고백에서 찾을 수 있다. “ 나는 정이 많은 냉소주의자에 불과하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가진 목소리를 주고받고 싶다.”

 

유진 스미스의 <낙원으로의 길>은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1층에서 11월25일 까지 열리고 있는 ‘라이프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