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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패션의 의미 ] 패션입기는 구별짓기의 욕망으로부터 비롯


사람들은 왜 옷을 입을까요?  자신의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 자기 몸을 장식하고 싶다는 욕망등으로 옷을 입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런데 패션입기는 사회적 차별화와 계급 구별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 사회학적 이해입니다.  


◆ 패션은 기호이다. 




패션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 의하면,  정신적 지표이자 기호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1>의 예시를 인용해보면, 루즈를 입술에 바른 여인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  루즈의 두께, 색깔등을 통해 그녀의 정신적 용모가 가늠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지표란 기호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호란 의미를 전달하는 말, 음악, 이미지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기호학자 소쉬르(F. Saussure)의 관점에선, 표현의 記表(프랑스어 signifiant,씨니피앙)와 의미의 記意(signifie, 씨니피에)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즉 루즈라는 기표적 상징이 저속하다거나 고상하다는 정신상태의 기의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복식은 기표적 상징성과 느낌을 전하는 기의의 개념을 전하고 있습니다. 

(服飾과 패션은 거의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복식은 신체를 변형시키거나 신체에 더해지는 모든 품목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인체를 감싸는 옷의 모든 형태와 인체를 장식하기 위한 보석, 액서세리, 가발, 문신, 화장, 향수등이 모두 복식에 포함됩니다.  복식과 패션은 각각 정적과 동적인 관계를 갖습니다.  복식이 옷 자체의 본질을 논할 때 주로 사용되는 반면, 패션은 변화를 전제로, 대중에 의해 수용, 소멸되는 과정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패션을 입는다는 것은 정체성의 표현 

패션이 기호라면, 패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의를 전달하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패션은 사회적 개인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옷과 몸이 조화되어 멋짐과 아름다움이 우러나올 때, ‘태가 난다’고 합니다. 여기서 태란 모양새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양새가 난다는 것은 외형의 미적 가치 뿐만 아니라, 의복을 입은 사람의 인격이 옷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패션은 사회적 신분, 개인의 인격등 입은 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션이 사회적 개인적 정체성을 전달한다는 것은 ‘패션품목들이 외양에 차이를 기입시킨다’라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패션은, 부르디외의 관점에선, 사회적 권력을 통해 사회적 구별이라는 메카니즘을 생성하는 도구가 됩니다. 다시 말해 패션은 계급 차별의 도구로 기능을 하게 됩니다. 

예컨대  고급 취향, 즉 상류층 아비투스를 드러내는 패션은 특권적 위치에 대한 기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고가의 보석이나 명품을 입은 이는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자신이 남들과 다른 사회적 위치에 서 있는 권력자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패션은 사회적 구별을 위한 메커니즘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상류층의 명품 소비의 의미 

패션이 계급차별의 도구로 기능을 한다는 것은 패션이 하층계급의 사람들에겐 몸을 보호하는 수단이되지만, 상류층의 사람들에겐 미적 판단의 도구가 된다는 뜻으로도 해석 될 수 있습니다.  

부르디외의 설명을 인용하면, 노파의 손을 찍은 사진을 낮은 계층의 사람들과 상류계층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사진에 대한 평가가 계층별로 달라집니다. 

저소득계층들은 사진을 공감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손이 저렇게 삐뚤어 질 수 있나’, ‘얼마나 고된 노동에 시달려, 분명 불구였을 거야’라고 현실의 한 부분으로 파악합니다.  

반면 상류계층들은 사진을 고된 노동등의 현실과 거리를 두고 추상적으로 접근하여, ‘아주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노동의 상징자체라고 할 수 있죠’라며 순수한 미적 태도로 이해합니다. 

사진에 대한 해석이 계층별로 차이를 보이듯이, 상류층 아비투스의 패션 품목에 대한 해석도 순수한 미적 관심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이, 순수한 미적 관심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술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세속적인 부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우월감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본다면, 명품 소비도 경제의 절박한 필요에서 해방된 이들의 특권적 위치에 대한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명품 소비는 일상의 절박한 요구를 중화시키고 실제적인 절박한 목표를 괄호 안에 넣어버리는 행위, 즉 현실세계로부터의 거리두기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결국 상류층의 명품 소비는 미학적 의미를 품고 있는, 그러나 실상은 특권층의 구별 행위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연희원, "패션과 미적 자율성에 대한 페미니즘 시각에서의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