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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ife & Movie] < 어벤져스 3 > 효율지상주의, 윤리와 형평성 훼손

-스크린 독과점
-Do you hear the people sing?(추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특징은 이야기의 중심이 어벤져스가 아닌 타노스라는 점입니다.


그의 행성인 타이탄이 인구과잉과 식량부족으로 멸망하자, 그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부족한 자원과 인구와의 균형을 맞추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얻어, 인구절반을 없애고자 합니다. 타노스는 여섯 개의 스톤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을 넘는 영웅들과 전투를 펼칩니다. 


그 과정에서 여섯 개의 스톤의 하나인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수양딸 가모라를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어벤져스 3>는 스토리의 짜임새를 강조하는 DC와 달리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마블 코믹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토리의 굴곡에 영화의 재미를 찾는 관객들에겐 전투신이 대부분인 이 영화가 다소 지루하고 혼란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타노스라는 캐릭터는 전통적이며 현실적인 공리주의 사상에 뒷받침되고 있어, 타노스의 행동의 의미를 곱씹어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 공리주의


어떤 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 집에 신부와 시종이 있는데, 둘 중 한 사람 밖에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신은 누구를 구해야 할까요?


이 때 언뜻 떠오르는 선택의 기준은 두 사람 중 누가 더 사회의 행복에 기여할 것인가 일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종을 불 속에 내버려 두고 신부를 구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행복, 쾌락을 최대화하는 것이 행위의 윤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입니다.


앞의 상황을 일부 변경하여, 이번엔 시종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할까요? 효용과 유용성 크기에 따라 행위를 결정한다는 윤리는 이번에도 당연히 신부를 구하라고 명령합니다. (타노스는 실제 그렇게 결정합니다.)


당신이 눈물을 참고 사랑하는 이를 포기하고 신부를 구한다면, 그 신부의 가치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치 이상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어떤 것의 가치는 그것을 위해 지불한(포기한) 금액과 적어도 같거나 혹은 더 크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고민에 빠집니다. 이와 같은 공리주의 윤리학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요



◆공리주의 vs 윤리


공리주의는 우리들의 행위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용편익 분석이라 불리는 것으로, 의사결정의 기준은 편익에서 비용을 뺀 순편익, 즉 효용(utility)의 크기입니다.  A 대안의 순편익이 B의 그것보다 크다면, 순편익이 큰 A가 선택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효율성 지상주의의 문제는 옮음이 배제된다는 점입니다. 비용편익분석은 윤리성을 수단적 가치로 사용하고, 형평성에 대한 관심을 등한시 합니다.


먼저 공리주의는 순편익을 높이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위조차 실행에 옮길 것을 요구합니다. 효용을 높이기 위해 인간에게 주어지는 천부적인 가치들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타노스는 자원과 인구수 간의 균형을 위해 여섯 개 스톤의 힘으로 인간의 절반을 없애고자 합니다.)


때문에 공동체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생명을 희생시키거나 도리를 방기하는 행위는 효율이 아무리 크더라고 채택될 수 없습니다. 그 실례는 말할 것도 없이 세월호 참사입니다.  이점에서 전통적 효율성은 ‘순수한 욕망’과 충돌합니다.


*[여기서 천부적인 가치엔  생명, 건강(적절하게 영양을 섭취하는 것, 적절한 쉼터가 제공되는 것),신체의 온전함 (폭력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 표현의 자유, 사회적 상호작용(상대의 처지을 이해하는 것), 자존감(인종, 성, 종교, 계급, 국적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것),기타 種(동물 식물 자연환경과 관계를 맺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오정일)



◆공리주의 vs 형평성


또한  비용편익지상주의는 형평성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틀과 질서의 유지에 집중한다는 것은 각 성원의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성원의 선호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권력과 돈을 가진 힘 있는 사람이든 사회적 약자이든 간에 모두에게  같은 선호 가중치가 주어집니다.


그 결과 배제된 소수자의 인권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보편적 인권 앞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못합니다. 동시에 기득권자들은 독점을 더욱 강화시켜 갑니다.  이처럼 공동체의 목표는 개인의 선호의 합인  전체 합의 극대화, 총량 극대화에 두어집니다. 



◆공리주의의 대안


다수의 입장이 우선시되고 약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효율지상주의, 총량극대화의 전통적 관습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이는 성원간의 연대입니다. ‘연대란 강자와 약자 간에, 세대 간에, 민족 간에 서로를 위해 나서고 도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함부르크 강령)


권력과 부를 장악한 사람들의 존엄만이 인정되는 비인간적인 공동체를, 약자들도 자신의 천부인권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로 대체하고자하는 노력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실현 될 수 있습니다.  


연대의 목표는 소수자의 이익이나 약자의 욕구가 다수의 더 큰 이익이나 욕구에 의해 희생되지 않고, 약자들의 천부 인권이 존중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대는, 롤스가 강조한 정의의 원칙에서 제시되었듯이, 기본적 자유의 전체 체계하에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이익이 되는 차등의 원칙으로 나타나야 할 것입니다. 이는 약자의 선호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것을 말합니다.



◆최소 극대화의 영화에로의 적용


롤스의 이와 같은 최소 극대화 원리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문화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는 영화에 더더욱 강조됩니다.


개봉 첫날 2461개로 85%의 스크린을 장악한 <어벤져스 3>의 스크린 독과점은 다수 대중의 선호의 결과라는 주장이 강조되지만,  이러한 독점은 총량극대화와 효율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우리사회의 뒤틀린 단면이 사회의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동시에 이는 주류적 선호에서 벗어난 자들의 선호를 배제하는 것으로, 소수 문화 소비자에 대한 약탈적 문화 폭력으로 이해되어집니다.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의 정도를, 프랑스의 사례처럼 합리적인 수준의 비율로 제한하는 영비법 개정(예: 복합상영관에는 동일한 영화를 --% 이상 상영하지 않도록 한다)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에 대한 입소문등 작품의 평가와 무관하게 스크린 물량공격으로 대중의 자유로운 작품 선택을 배제시키는 업계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덧붙여 영화 제작 배급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표준(임금/창작/감독/기술) 계약서도입, 한국영화수익 부율 조정등도 공동체의 선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또한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관람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업의 독립영화 예술영화 입장권 구입을 기업의 문화접대비 항목에 포함하는 것, 독립영화등의 입장료의 일정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 예술 영화 전용관을 운영하는 단체에 대해 기부금 모집의 특례를 부여하는 것등이 문화의 다양성을 제고하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시장의 논리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아래의 지적은 영화업계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합니다.


“관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의 그렇지만 다양한 영화가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이는 영화가 갖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 신장을 통한 인간 정서 안정 및 삶의 질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김성경)


◆ Do you hear the people sing?

https://www.youtube.com/watch?v=47E2tfK5QAg




<참고문헌>
오정일 “비용 편익분석의 유용성에 관한 이론적 검토”

김성경 "한국 영화 산업의 신자유주의 체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