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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인과관계의 법리 : 사실적, 법적 인과관계] 추경호 내란 혐의: '중요임무'와 '인과관계' 요건 미충족

-추경호 '내란종사자 혐의', 사실적 인과관계부터 '단절'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전 원내대표)이 12·3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내란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지난 3일 추 의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증거 관계, 그리고 법리 요건의 엄격성을 고려할 때 구속이나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검의 관점
     
특검은 추 의원이 회의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고 의사 진행을 지연시켜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원내대표의 직권을 남용해 국회의원의 표결권—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하는 권리—을 침해한 것으로, 헌정질서 유지 기능을 마비시키는 ‘중요임무 종사’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법리 구조
     
내란중요임무종사죄(형법 제87조)는 단순한 내란 가담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아닙니다. 이 죄는 내란 실행 과정에서 실질적 핵심 역할을 담당한 사람, 즉 ‘중요임무를 수행한 자’에 한정해 적용됩니다.
     
법리상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이 순차적으로 충족되어야 합니다.
     
① 결과 요건(본체): 실제로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내란죄)이 발생했는가,
② 객관 요건: 그 내란의 실행 과정에서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중요임무)을 했는가,
③ 주관 요건: 헌정질서를 파괴할 확정적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했는가.

이 세 요건은 병렬이 아닌 순차적 구조입니다. 선행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법조계는 이 구조를 정치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형벌권의 한정장치’로 해석합니다.
     
     
◆ 핵심 쟁점: '중요임무'와 '인과관계’
     
이 사건의 법리적 핵심은 두 번째 객관 요건, 즉 추 의원의 행위가 내란의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그 결과와 사이에 법적 인과관계가 존재했는가입니다.
     
‘중요임무’란 내란의 실행이나 성공(즉, 계엄 유지 또는 국회 기능 마비)에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기여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는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적 연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만 인정됩니다.
     
     
◆인과관계의 법리: '사실적' 판단과 '법적' 판단
     
인과관계는 사실적 인과관계와 법적 인과관계로 나뉩니다.
     
① 사실적 인과관계 (Fact-Causation)
     
이는 "그 행위가 없었다면, 그 결과도 없었을 것이다"(But-for Test)라는 과학적, 물리적 연결 고리입니다. '그 행위'가 '그 결과'를 낳은 수많은 원인 중 하나이기만 하면 인정됩니다.
     
예컨대, A가 B를 총으로 쐈고 B가 사망했다면, A의 '총격' 행위가 없었다면 B의 '사망'이라는 결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사실적 인과관계는 명백히 성립합니다.
     
② 법적 인과관계 (Legal Causation)
     
이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들 중, 그 행위에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두 번째 거름망입니다.
     
예를 들어, A가 B를 가볍게 폭행해 입원시켰는데, 병원에서 의사 C의 중대한 의료 과실(치명적 약물 오용)로 B가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A의 '폭행'(사실적 원인)이 없었다면 B가 입원할 일도, 의사의 실수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B의 사망을 초래한 '결정적 원인'은 A의 폭행이 아닌 의사 C의 '중대한 의료 과실'입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A의 행위와 사망 간의 법적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판단합니다.
     
     
◆ 사건의 적용: '190석 구도'와 인과관계의 단절
     
이 기준을 적용하면, 추 의원의 행위(회의 장소 변경·의사 지연)는 결과를 실제로 바꾸지 못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즉 이 두 가지 인과관계의 법리를 추경호 의원 사건에 적용할 때, '야당 190석'이라는 당시 국회 구조는 인과관계를 단절시키는 압도적인 독립 변수로 작용합니다.
     
① 사실적 인과관계의 단절 (행위의 무관함)
     
판단 기준은 "만약 추 의원의 그 행위(방해)가 없었더라면, 그 결과(계엄 해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가?"입니다. 
     
논리를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분석이 가능합니다. 
     
당시 계엄 해제안 가결에 필요한 의석은 151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단독으로 190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추 의원의 방해 행위가 없었더라도(국민의힘 전원 참석), 또는 그의 행위가 성공했더라도(국민의힘 전원 불참), 계엄 해제라는 결과는 동일하게 발생했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추 의원의 '방해 행위'는 '계엄 해제 가결'이라는 최종 결과와 무관합니다. 그의 행위가 있든 없든 결과는 동일했기에, 사실적 인과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② 법적 인과관계의 단절 (결정적 원인이 아님)
     
판단 기준은 "추 의원의 행위를 '계엄 유지 실패'의 결정적 법적 원인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입니다. 
     
설령 일부 사실적 관계가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법적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계엄 해제 가결'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결정적 원인은 추 의원의 방해 행위가 아니라, '야당의 19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 그 자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야당 190석'이라는 압도적인 독립적 조건이 추 의원의 행위와 결과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를 단절시킵니다. 추 의원의 행위를 '계엄 유지 실패'의 법적 원인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 최종 결론: '중요임무' 요건의 불충족
     
정리하면, 추경호 의원의 행위는 '결과 변경이 불가능한 행위'였습니다.
     
1. 사실적 인과관계 단절: 190석 때문에 어차피 가결될 것이었으므로, 그의 행위는 결과와 무관합니다.
2. 법적 인과관계 단절: 결과(가결)의 결정적 원인은 190석의 의결권 행사이지, 추 의원의 방해 행위가 아닙니다.
     
결국, 행위와 결과의 인과적 연결이 입증되지 않는 한 내란중요임무종사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행위는 내란의 결과에 실질적 인과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계엄 해제 의결이라는 결과를 바꿀 수 없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행위에 불과합니다. 또한 추 의원의 행위는 정치적 대응이나 절차적 지연의 수준을 넘지 못하며, 내란 실행의 핵심 역할이나 결정적 기여로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중요임무 수행)은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법조계의 법리적 결론입니다.

이처럼 구성요건 입증이 어렵다는 법리적 한계로 인해,  일각에선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적 근거보다 정치적 의도가 앞선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