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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부채관리와 물가안정의 충돌 [재무부와 연준의 '상충되는 목적(Cross Purposes)' ①]

--재무부의 만기 믹스 전략과 연준의 관리금리 체계가 만드는 정책적 엇박자

케빈 워시(Kevin Warsh)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는 2025년 7월 17일 CNBC '스쿼크 박스(Squawk Box)'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연준의 독립성 회복을 역설했습니다.

 “We need a new Treasury-Fed accord, like we did in 1951 after another period where we built up our nation’s debt, and we were stuck with a central bank that was working at cross purposes with the Treasury.”

"우리에게는 1951년에 체결했던 것과 같은 새로운 '재무부-연준 협정'이 필요합니다. 당시는 국가 부채가 산더미처럼 쌓인 직후였으며, 중앙은행이 재무부의 목표와 상충(At cross purposes)되는 상황 속에서 제 역할을 못 한 채 갇혀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 발언에서 “교차된 목적(at cross purposes)”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이 교차·충돌한다는 뉘앙스입니다. 예컨대 한쪽은 A를 원하는데 다른 쪽은 B를 원해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재무부는 누적된 막대한 국가 부채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저금리 환경을 조성하려는 유인을 갖습니다. 반면, 연준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통화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결국 재무부가 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를 누르려 할 때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하는, 이른바 '금리의 상방 압력과 하방 압력이 격돌하는 상황'이 바로 워시가 경고한 정책적 엇박자의 본질입니다.

 
◆ Cross purposes의 본질: 장기금리 구성 요소를 둘러싼 대립

이 상충 관계는 장기금리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통해 명확히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기채 금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 요소의 합으로 구성됩니다.

장기금리 = 미래 단기금리의 기대 경로(Expectations) +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

재무부와 연준은 위 산식의 각기 다른 변수를 제어함으로써 각자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려 합니다.

재무부는 발행 구조 조정을 통해 기간프리미엄을 억제함으로써 부채 비용을 낮추려 하는 반면, 연준은 긴축 정책을 통해 미래 단기금리의 기대 경로(금리의 바닥)를 높여 물가를 잡으려 합니다.

이처럼 동일한 장기금리를 대상으로 한쪽은 하방 압력을, 다른 한쪽은 상방 압력을 가하며 서로의 정책 효과를 상쇄하는 상황이 바로 'Cross purposes'의 본질입니다.

 
◆ 재무부의 전략: 기간프리미엄의 억제

재무부의 주된 관심사는 부채 비용의 절감입니다. 국채 금리가 1%p만 변동해도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재무부는 이를 관리하기 위해 ‘만기 믹스(Maturity Mix)’ 조정을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만기 믹스’ 조정이란 정부 부채라는 거대한 포트폴리오의 만기 구성을 변경하여 시장 전체의 금리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입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국채 발행 시 단기채(T-bills)와 중장기채(T-notes, T-bonds)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① 듀레이션과 가격 민감도

재무부가 만기 믹스를 조정해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 비중을 늘리면, 시장에 공급되는 장기 듀레이션 리스크의 총량이 감소합니다.

여기서 듀레이션은 단순히 채권의 만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공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차원의 정의를 가집니다.

⒜ 마코레이 듀레이션(Macaulay Duration)은 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가중치로 하여 산출한 ‘현금흐름의 가중평균 지급시점(시간)’입니다. 즉,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의미합니다.

⒝ 수정 듀레이션(Modified Duration)은 마코레이 듀레이션을 (1+y)로 나눈 값으로,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채권 가격(P)과 수익률(y)의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채권 가격 P와 수익률 y 의 관계 : ΔP/P ≈ − Dmod · Δy

예를 들어 듀레이션이 10년인 장기채는 금리가 1%p 오를 때 가격이 대략 10% 하락할 수 있는 반면, 듀레이션이 0.5년인 단기물은 동일한 금리 변화에서도 가격 하락 폭이 약 0.5% 수준에 그칩니다.

따라서 장기채를 보유한다는 것은 금리 변동에 따른 거대한 가격 변동 위험, 즉 듀레이션 리스크를 그만큼 더 많이 떠안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② 기간프리미엄의 본질: ‘위험에 대한 보상’

부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재무부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앞선 수식에 의하면, 재무부가 만기 믹스를 조정해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 비중을 늘릴 경우 시장에 공급되는 수정 듀레이션이 감소하여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 위험(리스크)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장기 듀레이션 리스크'의 총량이 감소하면, 투자자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가인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을 높게 요구할 명분이나 유인이 약해집니다. 위험 프리미엄은 본래 위험에 대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장기금리는 하락합니다. 장기금리는 '미래 단기금리의 기대치'에 '기간프리미엄'을 더한 값인데, 이 중 프리미엄 요소가 감소하면서 전체 금리를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③ 수급 불균형을 통한 금리 유도: 3단계 메커니즘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은 리스크의 물리적 감소가 실제 매수 행위로 이어지는 3단계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장기 리스크의 ‘물리적 감소’ (원인)

재무부가 장기채 발행을 줄이는 순간, 시장이 감당해야 할 수정 듀레이션 총량이 즉각적으로 감소합니다. 위험의 양은 줄었으나 아직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은 '잠재적 저평가' 상태가 형성됩니다.

*2단계: 투자자의 ‘리스크 수용 능력’ 확대 (동력)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내부적인 리스크 한도(Risk Budget)를 운용합니다. 공급 감소로 장부에 여유가 생긴 투자자들은 희소해진 장기채를 확보하기 위해 매수 경쟁에 뛰어듭니다. 이때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며 가격 상승의 에너지가 축적됩니다.

*3단계: 가격 형성을 통한 ‘프리미엄 증발’ (결과)

입찰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물건 선점을 위해 더 낮은 보상을 수용합니다. "리스크 한도에 여유가 있으니 낮은 프리미엄으로도 사겠다"는 투찰이 이어지며 채권 가격은 상승하고, 기간프리미엄은 실질적으로 축소됩니다.

정리하자면, 1단계에서 확보된 리스크 감소라는 정책적 명분이 2~3단계의 시장 매수 경쟁이라는 동력을 만나, 최종적으로 실질 금리 하락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④ 효과 요약: 장기 듀레이션 리스크의 통제

결론적으로 재무부는 국채 발행의 만기 구조(Maturity Mix)를 전략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시장의 듀레이션 공급량을 통제합니다.

단기물 비중을 높여 장기 듀레이션 공급 부담을 완화하는 행위는 투자자의 기간프리미엄을 낮추며, 이는 정부의 전반적인 조달 비용을 낮추는 강력한 레버리지로 작동합니다.


◆ 연준의 전략 : 단기 금리 바닥(Floor) 조정

재무부가 기간 프리미엄을 낮춰 금리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과 달리, 연준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정책금리를 인상합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시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금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신 연준이 직접 통제하는 관리 금리(Administered rates)를 인상하여, 은행과 머니마켓이 움직일 수 있는 금리의 하한선(바닥)과 상한선(천장)을 위로 올리는 방식을 취합니다.

( ※ 참고: 관리 금리(Administered rates)란 시장 참가자 간의 거래로 형성되는 금리가 아니라, 중앙은행이나 규제기관이 행정적으로 결정하여 공표하는 금리를 말합니다. 연준의 대표적인 관리 금리로는 준비금 이자(IORB)와 역RP(ON RRP) 금리 등이 있습니다. )

연준(FOMC)은 회의를 통해 연방기금금리(FFR)의 목표 범위(Target Range, 예: 4.0% ~ 4.5%를 설정합니다.) 이때 실제로 금리를 견인하는 핵심 장치는 바로 바닥(Floor) 시스템입니다.

플로어 시스템은 지급준비금이 과잉된 환경에서 연준이 관리 금리를 통해 단기 시장금리에 하한선을 설정하는 운영 방식입니다. 연준이 하한선을 높이면 시장의 단기금리는 자연스럽게 그 수준을 따라 상승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IORB와 ON RRP라는 두 가지 장치를 통해 운영됩니다.

⒜ 준비금 이자(IORB): 은행이 연준에 맡긴 준비금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입니다. 이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은 굳이 이보다 낮은 금리로 시장에 자금을 대출해 줄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 결과 단기금리의 하단이 높아집니다.

⒝ 역RP 금리(ON RRP): MMF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연준에 자금을 하루 동안 맡길 때 받는 금리입니다. 이를 인상하면 비은행 기관들 역시 더 낮은 금리를 받으면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유인이 사라지므로, 단기금리의 하방이 지지됩니다.

이처럼 플로어 시스템을 통해 시장금리는 연준이 설정한 바닥 근처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은행이나 MMF 등 모든 시장 참가자가 연준이 보장하는 안전한 수익률(예금/역RP)보다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국채 매매를 통한 공개시장조작 등 전통적인 보조 수단이 병행되기도 합니다.

 
◆ 'Cross purposes(상충되는 목적)'의 실체

워시가 언급한 ‘cross purposes’(상충되는 목적)는 재무부와 연준의 목표가 상충하여 정책방향의 엇박자가 나는 상황을 뜻합니다.

재무부는 장기물 공급을 줄여서(수급 조절) 기간프리미엄을 깎고, 장기금리를 낮춰서 빚 부담을 줄이고자 합니다. 이 때 금리 하방 압력이 나타납니다. 이에 반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미래 단기금리 기대 경로를 높게 유지해서 시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금리 상방 압력이 발생합니다.

결국 한쪽(재무부)은 시장의 수급을 이용해 금리의 '프리미엄'을 깎아내리고 있고, 다른 한쪽(연준)은 정책 수단을 동원해 금리의 '기초 체력'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장기금리를 두고 두 거대 기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 이것이 바로 'Cross purposes(상충되는 목적)'의 실체입니다.  (계속)


※(참고) 

■ RRP(overnight reverse repo) vs RP 와  ON RRP(overnight reverse repo) vs RRP

①RP vs  RRP(overnight reverse repo)

RP와 RRP는 같은 거래에서 발생합니다. 단지 어느 쪽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RP(레포, repo)는 자금을 빌리는 쪽입니다. 채권 보유자가 채권을 팔고, 나중에 다시 사오기로 약속하면서 현금을 빌리는 쪽이 repo입니다. 자금이 필요한 쪽(차입자) 입장에서 보면 단기 자금 조달, 시장에 유동성 공급 기능을 가집니다.

RRP는(역레포, reverse repo, ON RRP 포함) 현금을 굴리는 쪽입니다. 현금을 가진 쪽이 채권을 사주고, 나중에 다시 되팔기로 약속합니다. 자금이 남는 쪽(대출자) 입장에서 보면 안전한 단기 운용, 시장 유동성 흡수 기능을 가집니다.

요약하면, 같은 거래를 자금 빌리는 쪽(현금유입이 있는 쪽)에서 보면 RP, 자금 빌려주는 쪽(현금유출이 있는 쪽)에서 보면 RRP(ON RRP)입니다.

②ON RRP(overnight reverse repo) vs RRP : ON RRP ⊂ RRP

ON RRP와 RRP는 둘 다 reverse repo를 가리키지만, 쓰임새와 뉘앙스가 조금 다릅니다. 둘의 약어 자체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RRP: Reverse Repurchase Agreement(역레포). 이는 일반 개념·거래 유형 전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ON RRP: Overnight Reverse Repurchase Agreement, 그중에서도 만기가 overnight이고, 통상 Fed의 특정 설계된 facility를 가리킬 때 쓰는 보다 좁은 용어입니다.

즉 RRP(또는 reverse repo)는 역레포라는 구조 자체나 일반 시장거래를 말할 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ON RRP( ON RRP rate, ON RRP operations, ON RRP facility 등)는 연준의 입장에서 말할 때 적용되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중앙은행 기준으로는 RP는 시장에 돈을 풀고, ON RRP는 시장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수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