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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주인-대리인 문제] 국회의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포크배럴 논쟁, 포퓰리즘은 돼지?

위임자 간의 이익충돌 문제, 정치개혁으로 풀어야

사람들이 열심히 일자리를 찾아도 실업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의 하나로 효율임금이론(efficiency wage theory)이 꼽히고 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형성된 균형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장균형임금으로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는데도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기업은 왜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 이에 대한 설명이 직무태만 모형(shirking model)이다.(Pindyck)

 

직무태만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시장균형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게 되면, 균형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은 해고 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하게 되어 현재의 직장에서 생산적으로 일하게 된다.

 

이처럼 직무태만을 막기 위해 시장임금보다 더 높이 지불되는 임금을 효율임금이라고 한다.

 

효율임금은 실업이 지속되는 이유의 하나이다. 효율임금이 시장균형임금보다 높아, 효율임금하의 노동량은 시장균형가격에 의한 노동량보다 줄어들게 되어, 실업이 지속되게 된다.

 

 

비대칭 정보는 주인- 대리인 문제를 초래

 

근로자들은 일단 고용이 되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일을 태만히 할 수 있다는 직무태만은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le-agent problem)로 설명된다.

 

근로자의 직무태만은 근로자와 경영자간에 정보 비대칭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인-대리인 문제의 핵심이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근로자가 어떻게 일하는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얼마나 열심히 생산적으로 일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근로자의 작업을 일일이 감시하려면 감시비용이 높아진다.

 

이러한 비대칭 정보는 주인- 대리인 문제를 초래한다. 대리인은 주인의 목적을 위임받아 주인 대신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주인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리인을 고용하여 일을 위임하게 된다. 위의 예처럼 주인은 경영자이며 대리인은 근로자이다.

 

하지만 대리인은 주인의 목적이 아닌 대리인의 개인적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 이는 주인과 대리인이 근로 계약을 한 이후, 주인이 대리인의 작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할 경우, 대리인은 주인의 목적보다 자신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크배럴 논쟁, 포퓰리즘은 돼지? 정치와 주인-대리인의 문제

 

주인-대리인의 문제는 정치에도 나타나게 된다.(이준구) 관료는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이라 불리는데, 그들은 국민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기대된다. 여기서 국민은 주인이며 관료는 대리인이다.

 

그러나 관료의 개인적 이해관계는 국민의 이해관계와 다를 수 있다. 국민은 관료의 의사결정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없어, 그들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정치가와 국민의 관계도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이다. 국민으로부터 정책결정을 위임받은 정치인은 국민의 이해관계를 완벽하게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 국민의 이해관계보다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한다.

 

정치인의 주인-대리인 문제의 예는 포크배럴(pork barrel)논쟁이다. 여기서 포크배럴은 돼지고기 통이라는 의미로, 정치적 지지자를 위해 정부재정을 특정지역의 선심 사업에 배분하는 행태를 말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장관은 포크배럴에 맞서 재정건전성을 복원하고 재정지출을 지속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등 재정규율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장관은 복지 포퓰리즘 논란에 대해 국가재정의 대차대조표도 생각하지 않고 균형감을 잃은 채 과도한 지출을 부추기는 정책은 표만 의식한 무책임한 논리라는 비난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본다.”라고 했다. (국경복)

 

그러자 야당원내대표는 장관이 서민경제를 살리고자 불철주야 뛰고 있는 정치권을 싸잡아 돼지로 비유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 4대강 사업등으로 국가재정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포크배럴 논쟁과 관련, 기재부 장관은 중앙정부 예산을 남용하여 선심사업과 의원들의 표를 교환하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고, 야당의원은 지역의 SOC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증액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지역구 선심성 사업인 포크배럴에 대한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국경복)

 

의원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예산을 배정하기 위해 예산의 용도를 법률로 미리 지정하는데, 대통령과 집행기관은 용도지정 지출예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량권을 축소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의원들은 이러한 관행이 낭비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포크배럴예산을 확보한 의원들은 자신의 주나 지역이익을 돌보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용도지정 예산이 보통 시민들에게 매우 큰 것처럼 보일지라고 전체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규모가 아니다. 연방 총 지출의 0.03%미만에 불과하다. 선심성 예산은 예산이 부족한 지역구 의원들이 고향에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 될 수 있다.”며 포크배럴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합리적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국회의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포크배럴의 논쟁도 주인-대리인 문제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의 논쟁은 의원이 대리인이라면, 국회의원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문제이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이익을 위임받은 것인가 아니면 국민전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인가?

 

의원이 지역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지역의 선심성사업에 예산을 배분하는 포크배럴은 의원의 합리적 선택이 된다.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여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주인이 국민전체가 된다면 예산의 배분은 지역의 범위를 넘게 된다. 국회의원이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한 공복(公僕)이라는 관점이 우세하다면, 제한된 예산의 배정은 사업의 타당성에 의해 결정될 필요가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놓은 후, 사업의 경제성을 따져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위임자는 지역구민, 국민전체 뿐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유권자로부터 의원으로 선출되기 이전에, 정당 혹은 계파 보스로부터 공천을 받아야 한다. 의원 당선의 전제 조건은 정당이나 계파 보스의 낙점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당내 지역구 후보가 선출되는 경우에도, 경선 후보로 선택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의 위임자를 거슬러 추적한다면, 소속정당 혹은 계파보스가 원천적인 위임자, 즉 주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원이 소속정당이나 계파보스의 입장에 반기를 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의원이 정당· 보스와 다른 주장을 내세운다면, 그는 위임에 반하는 행위가 되어 배신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따라서 당과 보스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의원의 의사결정 또한 주인-대리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위임자 간의 이익충돌 문제, 정치개혁으로 풀어야

 

누구를 국회의원의 실질적인 위임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위임자 간의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 예민하게 부각된다. 국민 전체와 정당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지역유권자와 국민전체의 이익이 대립되는 경우, 혹은 국민과 정당 보스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 의원은 어느 편의 이익을 쫒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원들이 이러한 복수의 위임자들을 대리해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누구의 이해를 대표할 것인가라는 갈등은 국가전체의 이익을 위해 해소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분의 이익 추구가 전체의 이익을 가로 막는 구성의 오류를 해소해야한다는 주장과 부분의 이익이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간에, 국회의원은 궁극적으로 지역 혹은 보스 중심의 정치에서 국민중심의 정치로의 이동을 통해 국민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정치 개혁을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투명한 공천과정을 고려할 수 있다. 권역별로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지역구 + 비례대표)을 배분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안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1로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가 보스와 계파 중심의 수직적 권력구조에서 수평적 권력구조로의 이행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 있는가가 근본적인 정치 개혁 방안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Robert S. Pin, 박원규 옮김 (2016), 미시경제학

이준구 (2014), 미시경제학

국경복(2015), 재정의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