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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정의론] 절차의 정의에 근거하여 결과의 정의를 실현해야 - 정부 여야 협의와 국회 특검조사로 절차정의를 밟아야

누군가가 어떤 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 하나를 깼다. 만약 이 유리창을 갈지 않고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이론에 의하면, 그 집이 위치한 마을의 모든 유리창이 깨진다고 한다. (이동원)

이유는 방치한 유리창은 처벌에 대한 방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돌 던진 자를 잡지 않고 깨진 유리창을 고치지 않게 되면, 이는 법질서를 어겨도 괜찮다는 신호가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 지역의 모든 집의 유리창들은 남아나질 않게 된다. 

그러므로 법질서를 어길 때, 즉각 처벌을 하게 될 경우 마을은 안전하게 보존된다. 경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지속적으로 처벌하게 되면, 안전한 지역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치이다. 

특히, 국가 엘리트들의 불법행위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잘못을 처벌하지 않게 되면 그 영향은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달리말해 엘리트들의 부패는 파괴적인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게 된다.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엘리트들이 제도를 어길 경우, 일반인들은 제도에 대한 냉소주의를 품게 된다. 무엇보다 정의의 부재로 준수해야 할 규범이 흔들린다.





◆ 분배의 정의 

정의가 사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로 등장한 것은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정의롭게 배분하는가의 문제는 공동체 구성원간의 갈등과 다툼의 핵심이었다. 

정의로운 배분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하였다.  

예를 들어 명품 플루트 하나가 있고, 이를 구입하고 자 하는 세 사람이 있다.  플루트를 거실 장식용으로 구입하려는 돈 많은 수집가,  대중 콘서트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유명 아이돌 그룹, 마지막으로 모짜르트 플루트 협주곡의 연주를 위해 사용하려는 플루트 거장이 그들이다. 누구에게 주어야  정의로운 배분이 될까?  

먼저 부자가 플루트를 구입하는 것은 시장이론에 충실하다.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 가격이  누리고자 하는 편익 보다 적다면, 구입자는 만족과 효용을 얻게 된다. 또한 파는 사람은 교환가격이 자신이 요구하는 최저 가격을 넘게 되면, 이익을 얻게 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공리(功利)주의자들은  유명대중가수가 플루트를 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타 아이돌 그룹이 콘서트에서 플루트를 연주하거나 음반을 만들게 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루트거장에게 플루트가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정의론은  목적론에 근거하고 있어서이다.    

목적론은 모든 사물과 사람은 세상에서 각자 나름의  존재 목적(텔로스)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테면 플루트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연주를 위한 것이다.  모짜르트의 플루트 협주곡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 플루트의 목적이 된다.(마이클 샌델)

그러므로 플루트는 목적에 가장 적합한 이에게 주어져야 한다. 플루트가 부자에게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는 플루트가 전시용으로 사용될 때 플루트의 존재가치가 낭비되기 때문이다.  


△정치의 텔로스 

사물의 텔로스를 가장 잘 실현하는 이에게 그 사물이 돌아가야 한다는 정의론은 정치의 목적에도 적용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정치의 텔로스는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것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도록 하며,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보살피는 것이 정치의 텔로스이다. (마이클 샌델)

그렇다면 정치는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정치의 목적에 가장 부합한 이가 정치를 담당하여야 한다. 시민의 미덕이 가장 뛰어나고 공동선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의 건전성에 의문이 드는 부동산 부자에게도 통치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지만, ‘최고 권력은 스파르타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언제 어떻게 치러야 할지 결정할 자질과 판단력이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


◆절차의 정의 

정의로운 사회는 분배의 정의 뿐만 아니라, 절차의 정의도 추구하는 사회이다. 정의로운 결과에 도달하기위한 節次가 갖추어져야 완전한 정의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완전한 절차적 정의’란 정의로운 결과에 도달할 절차를 구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크를 동등하게 나누는 방법은 마지막으로 조각을 배분받는 사람이 케이크를 자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조각을 가져 간 후, 배분하는 사람은 마지막 조각을 먹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의로운 최종결과를 담보하는  절차를 밟을 때, 정의롭다 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의 철학자, 존 롤즈는 공정한 절차나 규칙을 따르게 되면 그 결과는 저절로 정의롭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올바르고 공정한 절차가 있어 그 절차가 제대로 수행 된다면, 그 결과의 내용이 어떤 것이든 공정하고 올바른 것이다.”라며 ‘순수절차적 정의’를 주장하였다.  결국 미리 합의된 절차가 공정하게 이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정당한 불평을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절차의 중요성은 영국· 미국· 일본의 헌법에서 강조되고 있다.(이창희) 영국의 대헌장(Magna Carta)제 39조는 “자유인은 합법적 재판이나 국가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감금· 압수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 14조엔 “어떠한 주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사람으로부터도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할 수 없으며... ”의 원리가 수용되고 있다. 

일본헌법 제31조엔 “누구든지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그 생명 혹은 자유를 박탈당하거나, 또는 그 외의 형벌이 과해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 절차의 정의에 근거해서 결과의 정의를 실현해야

나라 전체가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하야 혹은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목소리의 의미를  위에 언급한 목적론에 기초한 배분의 정의와 절차의 정의로 분석해 보자.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특정 정치인을 배제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정치인의 자질이 정치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목적은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정치는 이러한 정치의 목적을 장려하는 이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특정 정치인이 공동선을 장려하기보다 권력을 남용했다면, 그는 정치의 목적을 위배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위임받은 권력 행사에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절차정의와 평가 법칙

문제는 정치인이 정치의 목적을 실제로 위배 했는지 여부이다. 이를 확증하기 위해선 절차의 정의가 강조된다. 권력을 남용했는지 여부는 의혹이 아니라 적법절차에 따라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의혹이  진실과 99% 일치 할 가능성이 높다 해도, 1%의 오류를 범할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오류를 없애는 절차를 거쳐야  결과의 정의가 실현된다. 

절차의 정의를 판단하기 위해선 절차정의를 평가하는 법칙이 필요하다. 여기에 6가지 법칙이 있다. (이현정)

1)일관성(consistency) 분배의 절차가 사람· 시간에 걸쳐 일관적인가
2)편파억제(bias suppression) 사적인 이해가 배제 되었는가
3)정확성(accuracy)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결정이 내려졌는가
4)수정가능성(correctability) 결정을 고칠 기회가 주어지는가
5)대표성(representativeness) 모든 수혜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가 
6)윤리성(ethicality) 결정이 일반적 도덕 윤리기준에 맞는가 

예를 들어 절차와 관련. 미국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들 수 있다. 닉슨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Ⅰ은 민주당 본부가 입주한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건을 대통령이 무마하려는 시도에 대한 것이다. 탄핵 소추안Ⅱ는 FBI, CIA, IRS(국세청)등을 동원해 정적들을 불법적으로 감시한 일이다. 이러한 닉슨의 불법행위는 탄핵의 사유인 ‘정부체제에 대한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 되었다. 

실제로 닉슨의 탄핵의 방아쇠는 불법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물이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닉하려 했다는 증거인 테이프가 공개되자,  상원의 워터게이트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다수가 탄핵 반대에서 탄핵지지로 돌아섰다.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증거는  절차정의 평가법칙의 3)정확성에 해당되는 것으로, 절차정의를 실현하는 필수 요소가 된다.   


△불완전한 절차, 결과주의에 대한 경계 

또한 절차정의를 위해 절차의 불완전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롤즈는 지적한다.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절차를 불완전하게 하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위의 절차평가 원칙 중 2)편파억제 5)대표성과 관련된다.  

다수결 특징의 하나인 결과주의는  정의와 역행할 수 있다.  절차에 근거하지 않고 다수의 분노와 혼란을 해소하여 다수의 효용을 우선적으로 높이고자 하는 결과주의는 외려 사건의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테러용의자가 폭탄을 설치한 정황이 포착되어 그를 체포하였다. 폭탄을 찾기 위해 그를 고문해야할까? 고문은 수많은 사람의 불안을 없앨 수 있는 효용이 있는 반면,  절차의 정의를 위배하는 위험이 있다. (마이클 샌델)

이러한 결과주의는 정의는 비용과 효익의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는 효용론에 빠지게 한다. (마이클 샌델)

따라서 절차의 정의에 근거해서 결과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정의 실현이 된다. 분노와 상실감이 클지라도  이를  억누르고, 정의로운 절차 에 의한 결과의 정의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국가적 혼돈은 정부· 여당· 야당 간의 토론과 협의 절차, 그리고  검찰조사 혹은 국회가 임명한 특검  조사에 따른 결정 절차등, 정의로운 절차를  밟은 후에야 비로소  결과의 정의라는 안정에 접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마이클 샌델, 김명철 옮김 (2014)  「정의란 무엇인가」
이동원외(2009) 「제3의 자본」
이현정(1990) 「조직에서의 절차정의와 분배정의 서울대 석사학위논문」 
이창희 장승화 공편 (2003) 「절차적 정의와 법의 지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