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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예산안 타결] 여당의 완승 : 야당, 실익도 명분도 잃어

 
여당의 완승이었다. 

여당은 강했다. 키 플레이어들의 유기적인 팀 워크가 빛을 발했다. 정의화 의장의 센터링에 김재원 수석부대표가 이 공을 상대 진영으로 몰고 갔다. 

정 의장은 스스로 보수진영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악역을 맡았다.  담뱃세를 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지정하여, 야당의 향후 공세를 미리  차단하였다.

보수 진영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야당의 반격에 강력히 대처한  새누리다의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추호의 흔들림이 없었다.  야당이 뭐라 하던 상대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 공격하였다. 

하지만 야당은  무력하였다. 여당 같은 투톱도 없었고, 악역을 맡겠다는 자도 없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낸다는 의지가 약하였다. 야당은 ‘좋은 게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여당은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은 좋아야 했고, 더 나아가 이를 좋게 만들었다. 


▣  실익?

우선 경제적 성과를 따져보자. 

아무리 상황이 열악해도 적어도 최저한세율 인상이나 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폐지 정도는 가능하리라 기대하였다. 하지만  여당은 어떠한 경우라도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흠집을 낼 수 없다는 서슬 퍼런 의지에 야당이 끌려갔다.


◆ 누리과정 국고 지원  

누리과정 예산은 여야가 원만히 합의하였다. 누리과정의 내년도 증가액 5,233억 원을 국가가 지원하는 합의를 이루었다. 

누리과정예산을  국고로 지원한다는 합의는  야당이 거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여당은 누리과정예산을  국고로 지원함에 따라 여당이  양보의 미덕을 보인다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당은 양보에 대한 대가를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당은 어차피 합의하여야 할 사항을 맞교환의 아이템으로 올렸으며,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확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명분을 쌓게 되었다. 


◆ 담뱃세 인상효과는 ?

담뱃값은 2000원 올리고, 담뱃세의 구성항목의 하나인 개별소비세 가운데 20%를  국세로 거두어 소방안전 교부세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주는 방식을 취했다. 담뱃값 인상안에  따르면 개별소비세는 담배 한 개 피에 594원이다. 개별소비세의 세수효과는 2조1,716억원이고, 이 중 20%는 4,343억원이다. 

국회 예산 정책처는 담뱃세가 2000원 인상하면, 연간 총 5조 456억원이 증가한다고 추산하였다. 반면 정부가 전망한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는 2.78조원이었다.

하지만 야당에는 야당의 정체성에 기초하여 서민증세는 결코 불가하다며 이 ‘신념’을 끝까지 붙들고자 하는 이가 없었다. 여당의  ‘김재원’이 야당에는 없었다. 


◆ 담뱃세 인상과 세액공제 일부조정과의 교환 : 부등가 교환

야당이 주장해온 명목세율 인상과 최저한 세율인상 대신, 법인세의 비과세·감면 항목 가운데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당기 분 공제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법인세의 비과세 일부 조항의 철폐는 법인세 인상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이는 여당이 바라는  담뱃세 2000원 인상 법안과의 맞교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를  동등한 가치의 맞교환이라 보기에는 무리이고, 자신 있게 법인세 인상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예정처에 따르면,  대기업 기본공제율을 폐지하면 900여 억원이 감세 폐지된다. 이에 비해 담뱃세 인상으로  매년 5조 증가한다. [관련기사 : “고용창출세액공제의 대기업 기본공제 폐지, 법인세 성역을 무너뜨렸는가?”]

또한 일반연구비의 공제율을 1% 낮추면 3,200억원 가량 증가한다고 하준경 한양대교수는 밝혔다.

따라서 R&D세액공제의 공제율을 인하로 3,200억원 세수증가와 고투공제 중 기본공제 폐지로  953억 원의 증분금액이 발생하여, 총 4,200억원 정도의 세수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 담뱃세 인상으로 5조원가량 증가하지만, 법인세 비과세감면 일부 조정으로 4천여억 원(연구개발비 공제율 1%인하 전제)이 늘게 된다. 여당은 게임에서 원하는 트로피를 얻었고, 이의 일부를 떼어 야당에게 선심을  쓴 격이 되었다. 


◆ R&D 세액공제의 당기 분 공제율 인하의 효과?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의 당기 분 공제율 인하의 효과는 어느 정도 일까? 

연구인력개발비는 1)신성장 동력연구개발비와 원천기술 개발비 2)일반연구개발비로 구분한다. 이 둘을 합한 금액에 일정비율을 곱한 금액을 세액공제 해 준다. 

이번 협상 대상이 된 것은 이 일반연구개발비의 세액공제이다. 이 세액공제 방법은 두 가지로, 초과발생액기준과  당기발생액기준이다. 기업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적용한다.  

초과발생액은 예컨대 2015년에 연구비가 1억 발생하였다. 그리고  13년 및 14년의 평균 연구 지출액이 5천만원 이었다면, 순증가액은 5천원이다. 그리고 이 순증가액의 40%( 중소기업은 50%)를 공제해준다. 

당기발생방식이  이번  합의 대상이었다.  공제율은 중소기업, 중견기업, 일반대기업으로 나누어 달리 적용한다. 

중소기업의 공제율은  25%, 중견기업은 8%이다. 그리고 일반 대기업의 공제률은 최대 4%를 넘을 수 없고, 기본 3% + 연구개발비 비율 ×1/2이다. 

이번 여야 합의는  이 당기발생액의 공제율을 줄인다는 것이다. 

만약 R&D공제율을 낮추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무엇일까?

하준경 한양대교수는 R&D투자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R&D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1%p 낮출 경우 투자유인의 하락으로 국내 총생산이 0.062%p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약 32조원 규모의 기업R&D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6%에서 5%로 낮추면 세수는 3,200억 원 가량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경제 성장률하락으로 최대 7,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R&D공제율은 어느 정도 하락할까?  전경련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기업인의 39.3%가  R&D 세액공제률 확대를 가장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대기업과 새누리당의 지향점이 일치하는 한, 여당이 대기업의 요구를 물리치기가 쉽지 않아 대폭 R&D공제율을 낮추기 힘들다. 

 
▣ 야당의 명분 획득?

이처럼, 2015예산안 심의에서 여당이  이러한 재무적 실익을  챙겼다면, 야당은  명분상 이득은 얻었을까?

우선 정부의 누리과정예산 지원은  합의 과정에서 여야의 이견이 있어도 결론적으로 합의에 도달하게 되는 사항이었다.

새정치 민주연합의 서영교 대변인은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국가예산으로 만들어져야한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비록 누리과정예산지원에 우여곡절이 있어도 여당은 누리과정이  대통령 공약이므로 쉽게 파기할 수 없다. 

게다가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에 합의하지 않으면 여론의 호된 비판을 직접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누리과정 예산 부담주체를 두고  법률과 시행령이 충돌하고 있어, 이 다툼에서 시행령의 입장에 서 있는 정부 여당이 이길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여당을 합의로 이끌게 하는 힘이 된다. 

담뱃세의 2000원 인상은 향후 야당의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야당이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개별소비세의 20%를 지방에 교부세로 내려 보낸다는 점이 그나마 야당의 얼굴을 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법인세 인상에는 실패하였다. 적어도 최저한 세율인상은 이루어져야 했었다.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6%대에 머물러 있어, 현행 최저한 세율을 인상하여야 실효세율을 올릴 수 있다. 

야당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으로,  5년간 약 1조4000억원의 세수가 증대된다고 밝혔다. 매년 평균 2,800억원의 세수증가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라관심권에서 벗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줄곧 주장한 것도 금액의 높낮이를  떠나, 법인세 인상거부라는 성역을 부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그 벽은 넘을 수 없는 높은 성벽임이 판명되었다. 

여당 새누리당은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였다. 야당도 이에 대항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여당과 협상에 임하여야 했다. 

향후에도 낙관적이지 않다. 인두세인 주민세와 배당소득증대세제도 이 추세라면 정부안대로 통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재무적 성과도, 명분도 획득하지 못한 채, 12년 만에의 법정 시한 내 새해 예산안  처리라는 성과를 거두는 여당의  들러리로 서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