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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확장억제의 신뢰성 ] 확장억제의 신뢰성, 어떻게 높일 수 있나?

- 한국의 안보 생존전략

◆ 국가의 새로운 생존전략에 대한 요구

근래 들어 국가의 생존을 위한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존전략의 변경에 대한 요청은 동북아에 군사대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 간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의 ICBM 완성과 실전배치가 가시화됨에 따라,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안보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북아 안보환경은 국가의 생존적 이익으로 연결될 만큼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생존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한국의 생존전략과 한미동맹

현재 그리고 향후 한국의 주요한 생존전략은 한미동맹입니다. 

국가의 생존이익의 확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이는 충분한 군사력을 통해 달성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등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동북아 지역의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선 막강한 군사력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한국이 생존하기 위한 군사력을 홀로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국이 생존을 위해 독자적 군사력을 일부 갖춘 가운데 한미 동맹관계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 맞춤형 억제

한미동맹의 군사적 방안은 맞춤형 억제(tailored deterrence)입니다. 이는 미국이 지원하는 핵전력과 한국이 주도하는 재래식 전력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자는 확장억제이며, 후자는 한국형3축 체계입니다.

확장억제의 핵심요소는 핵우산입니다. 핵우산은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억제력을 동맹국에 확장하는 전략입니다. 동맹국들이 핵무기 등으로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전략폭격기,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SSBN)등의 핵전력으로 핵보복을 가함으로써 핵억제력을 확장시켜 주는 것입니다.  

한국의 재래식전력은 한국형 3축 체계입니다. 이는 킬체인(전략표적타격),  KAMD(한국형미사일 방어), 그리고 KMPR(대량응징보복)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능력에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억제와 확장억제의 개념
 
억제란 ‘도전자(challenger)가 군사행동을 실행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공포를 주어 자제를 유도하는 심리적인 조치’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도전자의 무력사용 자제여부는 이득손실 비교에 의해 또는 현상태와 전쟁상태간의 기대효용의 비교에 의해 결정됩니다. 

도전자는 억제자(deterrer)의 보복 위협을 놓고, 군사행동을 취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실의 크기를 비교합니다. 손실이 더 크다가 확신할 때, 도전자는 군사행동을 자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전자는 현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용과 무력사용을 통해 얻게 되는 기대효용을 비교합니다. 그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력사용 전 상태의 기대효용 vs P(승리확률)×승리가치 + [(1-P)(패배확률)×패배가치]

만약 무력 사용전 상태의 기대효용이 무력사용으로 인해 얻게 되는 기대효용보다 크게 된다면, 도전자는 무력사용을 자제하게 됩니다. 

결국 도전자의 자제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은 보복위협이 도전자의 패배확률을 높여 도전자의 무력사용의 기대효용을 낮추는 것입니다.  

이러한 억제의 개념 안에서 확장억제의 의미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억제를 제공하는 후견국이 억제를 제공받는 피후견국과 억제의 대상이 되는 잠재적 공격국 간 갈등에서, 잠재적 공격국이 피후견국을 공격하면 후견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수단으로 위협하여 잠재적 공격군의 군사행동을 사전에 막는 전략’입니다. 

간단히 말해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 및 비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핵우산의 위협을 통해 공격자의 패배확률을 높여 공격의지를 자제하게 하는 전략입니다.  


◆ 확장억제의 문제 – 확장억제는 공갈?

그런데 확장억제의 문제는 확장억제의 수단인 위협의 효과가 쉽사리 달성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억제자가 동맹국의 방어를 위해 전쟁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을 사용했을 때, 미국이 북한에게 핵 응징보복의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보복 실행의지의 부족은 억제에 대한 신뢰성의 약화로 연결됩니다. 신뢰성은  능력과 의지의 함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억제의 신뢰성의 약화는 도전자의 승리확률을 높이게 되어, 도전자의 무력사용의 기대효용은 커집니다. 

결국  억제자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동맹국은 억제자가 선언하는 구두약속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억제는 공갈에 불과하게 됩니다.  


◆드골의 의심과 찢어진 우산 :확장억제는 정치적 수사 


미국의 확정억제 효과에 대한 대표적인 의심은 ‘드골의 의심’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샤롤 드골은 냉전시기에 “미국이 뉴욕을 희생하면서 서독의 함부르크를 지킬 것인가?”라는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처럼 드골도 미국의 공약을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국이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결국 드골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의심으로 인해, 프랑스의 독자적인 핵 억제력의 개발을 강력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드골의 의심’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 이론이 ‘찢어진(Leaky) 우산’입니다. 

핵우산이 찢어졌다는 것은 미국이 동맹국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적의 위협을 막기 위해 충분한 수의 군사력(핵무기)을 배치하지 않거나, 도발에 대한 핵무기 대응을 감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합니다. 

예컨대 대만과 중국 간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도 전쟁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한미군이 대만 전장에 배치될 경우 초래되는 한국의 힘의 공백은 북한의 남한 공격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를 핵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핵무기는 파괴력과 속도 면에서 어떤 무기도 따라갈 수 없는 최고의 무기인데, 북한은 핵을 사용하여  속전속결로 전쟁을 마무리하기를 바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핵으로 공격할 때,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하여 북한을 응징할 것인지에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핵공격하면 ICBM을 뉴욕에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협에 미국이 핵보복을 실행하여 한국을 보호할지에는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겁니다.  

이러한 의심들로 인해 미국의 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는 “핵우산은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이 특정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듣고 싶어하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라고 발언하였습니다. 

이는 신뢰성과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는 공약은 무용지물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이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법

미국의 확장억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들은 미국의 공약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북한의 핵위협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억제는 논리와 분석 이전에 심리적 과정이며 주관적 인식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1964년 영국 국방장관이었던 힐리(Denis Healey)는 “미국 보복능력의 신뢰성 중에서 5%는 소련의 억제에, 나머지 95%는 유럽인들을 안심시키는데 사용된다.”며 미국과 유럽 간의 보장크기의 차이를 지적하였습니다. 

이러한 ‘힐리의 정리’의 의미는 미국이 적대국들을 억제하는데 요구되는 자원의 크기보다 동맹국들이 요구하는 자원의 크기가 훨씬 더 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미국은 그 갭을 인식하고 동맹국들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한 확장억제의 강화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미국과 한국간의 de-coupling을 사전에 막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미국의 조치로, 한반도 상황의 특성에 맞는 NATO식 핵공유(nuclear sharing)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습니다.(신범철)

이는 한국이  핵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한국 내에 발생할 수 있는 반핵운동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NATO의 핵공유방식은  비핵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토 비핵국가들은 핵기획그룹(NPG:Nuclea Planning Group)등을 통해 핵정책 구상,  핵무기 배치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대해 발언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실험이후 한미확장정책위원회라는 상설협의기구를 만들었지만, 한반도에 전개될 핵전력구성, 운용독트린, 표적선정등 운영측면에서 깊이 있는 협의와 정보공유가 이루지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의 실행의지는 한국이 핵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토식 핵공유를 추진할 때 강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형 핵공유방식은 국내의 핵도입 반발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한국형 핵공유의 추진 방식은 평시에는 한국의 폭격기에 미국의 전술핵을 탑재하는 훈련을 미국에서 실시하고, 북한의 위협이 증가되면 전투방어태세(DEFCON)가 4(평시)에서 3(준위기상황)단계로 상승할 때 전술핵을 한반도에 전개하여 한국의 폭격기에 탑재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어떤 국민도 전시에 준하는 위기상황에 전술핵 배치를 반대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한국의 안보 노력-한국의 생존전략

미국의 핵억제강화를 요구하기보다 미국이 스스로 핵억제 강화를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확장억제를 실천하려는 의지는 결국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미국의 확장억제는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만 한다면, 한국의 안보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성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방식의 한 예는  ‘한국의 공장이 멈춘다면 세계의 공장들도 멈춘다.’는 인식이 미국등의 선진국에 알려지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이 대만 TSMC를 능가하는 반도체 능력을 갖추어 세계1위의 반도체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고양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자발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고자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의 억제능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적 의지의 결집입니다. 국민들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할 때 안보역량은 분산되고, 국민들은 무력공격에 대해 제대로 대비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계층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젠더갈등등 우리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통합이 이루어 질 때, 한국의 생존의 이익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신범철,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의 억제정책 방향”
김성한,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평가”
이상규, “미국 확장억제 정책의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