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4 (일)

  • 구름많음동두천 -3.1℃
  • 흐림강릉 4.4℃
  • 구름많음서울 -2.9℃
  • 흐림대전 -0.9℃
  • 구름조금대구 4.2℃
  • 구름조금울산 6.7℃
  • 구름많음광주 3.8℃
  • 구름많음부산 9.6℃
  • 흐림고창 0.5℃
  • 구름많음제주 8.4℃
  • 흐림강화 -3.1℃
  • 흐림보은 -0.2℃
  • 흐림금산 -0.5℃
  • 구름많음강진군 6.6℃
  • 구름많음경주시 5.7℃
  • 구름많음거제 7.6℃
기상청 제공

정치

[ 정치의 사법화 ] 세련된 사법부를 기대하며

민주주의 도래 이후 정치의 사법화가 강화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도 다양한 영역에서 정치· 사회· 경제적 갈등이 사법부의 재판을 통해 해소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 사건, 미디어법사건, 동성동본 금혼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사건, 대통령탄핵사건등, 양적 질적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법화 현상의 강화 확대를 추동하는 배경 요인은 무엇일까요? 


◆ 정치의 사법화와 그 유형

①정치의 사법화란?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란 좁은 의미에서 ‘국가의 중요정책결정이 정치과정이 아닌 사법과정으로 해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입법부나 행정부등에 의해  결정되던 공공정책을 법원의 판사들이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넓은 의미에선,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문제들이 정치력과 사회적 공론을 통해 정치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사법과정으로 넘어와 결정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②사법적극주의와 사법소극주의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사법적극주의와 사법소극주의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사법적극주의란 행정부와 입법부의 의사결정에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법적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사법적극주의의 반대양상인 사법소극주의는 사법부 자제의 원칙에 따라 정치문제의 심리자체를 회피하고 양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③정치의 사법화의 유형
정치의 사법화는, 개념의 이해를 위해,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박종현) 

제1유형의 정치의 사법화는 사법심사를 통하여 공공정책이 결정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재임 시절 뉴딜 정책 법률들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위헌결정이 이 유형에 속합니다. 이러한 유형은 법원이 기본권 논의를 통해 공공정책의 합헌성을 판단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2유형은 정당 및 선거제도등 순수정치영역에 대한 사법화입니다.

제90대 하원이 불법적인 자금운영을 한 Powell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한 것에 대해, 미국연방대법원이 의회는 의원들의 적합성에 대한 판단 권한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의회결정을 파기한 것이 제2유형의 사법화입니다.

이 유형은 민주주의 과정 및 제도 자체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인 간섭을 의미합니다. 

제3유형의 정치의 사법화는 정권의 합법성이나 정체를 규정하는 문제등 정치적인 중요한 사항들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맡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의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탄핵 사건등이 제3유형에 속합니다. 

이러한 핵심적인 정치 문제에 사법부가 관여를 하는 상황을 놓고, 헌법우월주의, 사법정치의 도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정치의 사법화가 대두된 배경 

사법적 정책결정을 증대시키는 거시적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 요인, ‘권리신장 사법화’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로 분석 될 수 있습니다. 

①‘권리신장 사법화’
우선 ‘권리신장 사법화’(rights-enhancing judicialization)가 정치 사법화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권리신장사법화는 사법부의 전통적인 역할과 부합되는 특징입니다. 

사법부의 전통적 기능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민주주의를 회복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원래 다수결에 의한 결정으로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방식의 민주주의의 문제는 소수의 이익이 방치된다는 점입니다. 다수의 권리는 다수의 힘의 결집에 의해 보장받지만 소수의 권리는 무시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수자(majority)와 소수자(minority)의 권리가 대립되는 다수결 민주주의의 폐해는 다수의 지배와 아울러 소수의 보호도 함께 고려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고려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체제가 입법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로 구성되는 삼부입니다.  

삼부 중 입법부와 행정부가 다수를 대표하는 경향을 보인다면, 소수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은 사법부입니다. 

특히 법원의 성격은 반다수파 기관으로 위치 정립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다수의 이익보다 소수자의 권리보호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따라서 소수자는 다수자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침해 받을 때, 반다수파기관인 법원에 헌법소원, 소송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합니다.  소수자의 권익보호를 요청받은 법원은 소수의 권리보호를 위해 다수파기관과 맞서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치의 사법화, 사법적극주의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권력을 남용하여 소수자의 권리를 무시할 때 대두됩니다. 

즉 양부가 자신의 권력의 한계를 넘어 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소홀히 할 때, 사법부는 정치적 사건에 개입하였습니다. 다른 기관들이 소수자 보호를 소홀히 하여 민주주의 실패를 초래하였을 때, 그 실패를 보정하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기능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 특히 다수의 의사에 반해서라도 소수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습니다. 

때문에 권리 보장을 위해 정치의 사법화는 인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정치의 사법화는 강화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습니다.  

②‘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
정치사법화를 강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가 있습니다. 

이는 캐나다 정치학자인 Ran Hirschl의 ‘헤게모니 보존론’(Hegemonic preservation thesis)을 통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헤게모니 보존론은 정치엘리트, 경제엘리트, 사법부엘리트라는 세 핵심 엘리트들이 전략적 이해관계의 결과 권력의 이행이 이루어진다는 논리입니다. 

이들 엘리트들은 그들의 지배적 위치를 수호하기 위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합니다. 사법부 엘리트들은 명예의 고취, 의사결정능력의 강화라는 혜택을 받고, 경제엘리트는 헌법의 이름으로 사유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엘리트들이 사법부로 의사결정의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당장 자신들의 영향력이 감소하지만,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거나 자신들의 정책적 선호를 관철 시킬 수 있다는 이점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치엘리트들은 상실되는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회복하기 위해 다른 수단의 정치, 즉 정치적 무기로서 사법적극주의를 전략적으로 이용합니다.

특히 이들은 소송의 성격을 권리라는 외양으로 포장할 때 사법부의 결정이 자신들의 이해에 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는 정치엘리트들이 ‘이익의 정치’(politics of interest)에 의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수주의적 정책결정과정이 그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인식한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목표성취를 위하여 권리에 대한 이해가 그들의 이익을 포함하도록 하여 권리의 정치를 확대시키는 것입니다. (전정현)

결국 정치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주변의 경쟁자들에 의해 정치적 위협을 받을 때, 자신의 헤게모니를 수호하기 위해 정치적 사법화 현상에 호소하게 되고, 이러한 정치엘리트들의 전략적 이해가 사법적극주의를 확대 강화시키게 됩니다.   


◆사법부의 세련된 결정을 기대하며



사법부의 판단은 합헌성추정 또는 합목적성심사에 의존합니다. 

합헌성(합법성 추정)은 자구적인 현상적인 문제에 집착하지만, 합목적성 심사는 판사의 정책성향에 따른 합리적 고려에 의해 해석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확대시킵니다.

이는 달리말해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접근이 ‘법적 모델’(legal approach)과 ‘법외적-정책기반 접근’(extralegal-policy based approach)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자는 텍스트, 선례등에 의존하는 방식인 반면, 후자는 법관이 자신의 정책 선호와 목표에 가장 근접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말합니다. 

대체로 사법부는 권리신장의 보루로서 다수의 이익과 달리 소수의 권리보호를 위해 결정을 내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법부는 또한 지배 정치세력이 추진하는 정책의 파트너로서 이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Robert Dahl은 사법부도 정부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대법원은 필연적으로 전국적 연합의 일부이다. ...대법원은 정치적 리더쉽의 주요한 부분이며... 대법원의 주요한 임무는 성공적인 연합의 근본적인 정책에 대해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이다.”(전정현)

이처럼 달은 사법부도 지배세력의 정치동맹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법부가 정부의 일부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순수한 법적 고려를 넘어서서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고려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사법부가 통치하는 다수에 협력하는 순응의 문제(compliance problem)를 제기한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최적은 아니지만, 정책적 고려가 가미된 타협적 결정을 선호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는 법관이 순진하게 기본권의 외양에 현혹되어 ‘헤게모니 보존’에 편승해서는 안 되고, 세련되게 행동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세련됨’이란  무엇보다 분쟁과정에서 요구된 예측가능한 법적 규칙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범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소수자의 권리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여 법치주의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동시에  세련됨이란 사법부가 법적 결정의 결과적인 측면만을 고려 할 때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효용의 감소를 결정의 동기로 고려한다는 의미입니다. 

인권의 보루로서의 사법부는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사명으로 삼지만 덧붙여 사회적 혼란을 해소하는 처방 또한 제시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들은 사법부가 솔로몬의 세련된 결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오승용,“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법의 지배”
임지봉, “민주주의와 헌법재판소의 사법적극주의”
전정현,“헌법재판소에 의한 사법적 정책결정의 배경과 한계”
박종현,“정치의 사법화의 세가지 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