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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치의 역설] 이런 미래의 리더를 찾습니다.





◆ 미인의 역설

“정말 아름답군요.”
“스미스의 모순이지”
“그렇소. 여자야말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전혀 비례하지 않는 예가 될 것이오. 즉 물, 공기등은 그것 없으면 인간이 당장 살 수 없지만 값은 거의 없거나 없는 것과 비슷하게 싼 대신, 여자는 보석 따위와 마찬가지로 별 쓸모도 없이 값만 비싸단 말이오. 그걸 위해 돈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이름을 더럽히고 몸을 망치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바치는 것들이 숱한 걸 보면....”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중에서 ) 

이 소설은 아담 스미스가 고민한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혹은 ‘가치의 역설’(paradox of value)을 인용하면서,  겉으로 보기에 눈부신 외적 가치에 대한 무분별한 갈증을 비판합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개인의 만족의 합인 사용가치와 이를 얻기 위해 지불되는 교환가치가 실제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이 논거는 논리적입니다.  

대체로 아무리 탐나는 것일지라도 그것에 익숙해져 갈수록 신비함과 황홀함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소비를 늘릴수록 단계별 만족이 감소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 재화와 용역의 경우 단계별 만족들의 합이 이를 얻기 위해 희생한 대가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외적 가치가 그렇다는 지적입니다. 즉 미인의 외적 가치가 주는 총 만족(사용가치)은 이를 획득하기 위해 투자하는  열정, 시간, 자원의 양(교환가치)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겁니다.

이처럼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에 비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눈부신 미인의 자리를 외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counterpart가 대신한다면, 앞의 얘기는 달라집니다.

우선 동반자와의 경우에도, 1단위의 소비가 증가할 때 추가적으로 얻는 만족이 감소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동반자에서 얻는 전체 총 만족도는 짜릿한 만남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동반자가 물에 비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물의 사용량은, 존재하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사치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따라서 물의 총효용인 사용가치가 다이아몬드의 사용가치보다 훨씬 많게 됩니다. 동시에 물의 교환가치는 낮아집니다. 

동반자의 총효용도 물의 총효용과 유사합니다. 동반자와는 우호적인 상호 호혜적 관계가 형성되어,  대화와 교류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인과 동반자의 경우에서, 또는 다이아몬드와 물의 사례에서, 사용가치인 총효용이 증가 할수록 교환가치인 가격도 비례적으로 증가해야 한다는 우리의 상식은 전복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미인과 동반자의 역설’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 이런 미래의 리더를 찾습니다. 

현재의 지도자들이 부정적인 미인과 동반자의 역설 혹은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지금 당장 갈증을 해소해 주는 듯, 자극적인 정책을 던지는 인기영합적인 리더도, 악을 발본색원 한다며 적폐 운운하는 근본주의적 리더도, 모두가 한계비용이 높아 교환가치만 높고 사용가치가 낮은 지도자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래의 수요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정책만을 위에서 아래로 밀어내는 고압적 정치인들,  국민들에게 얼마의 현금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만 골몰하는 리더들은 부정적인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에 해당하는 이들 일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에겐, 겉으로 보기에 자극적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서 부족한 부분을 세심하게 채워주며, 때론 우리의 표피적인 갈망과 위배되는 정책들도 과감히 펼치며, 이를 통해  결국 우리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동반자형 리더가 요구됩니다.  

즉 우리에겐,  지금 유효수요를 어떻게 증가시킬 것인가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민개개인의 역량을 길러주고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 궁극적으로 부가가치와 국부를 늘리는 리더, 결국 한계효용이 낮아 교환가치가 낮으며 따라서 사용가치가 큰  물과 같은 미래의 리더가 필요합니다. 

그는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