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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의 총리 추천제 ②]국회의 총리추천제. 무엇이 문제인가?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의 특징

야당이 정부형태로 주장하고 있는 국회의 총리선출 또는 추천의 특징은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다수당과 대통령 소속의 정파 간의 일치여부에 따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각각 선택됩니다.


이는 대통령이 외교․국방 등 외치에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는 내치에 책임을 지는 완벽한 이원집정부제와도  구분되는 정부형태입니다.



◆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


이원집정부제(dual executive system)는 원칙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과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다수당에서 선임된 수상(또는 총리)으로 구성되는 혼합형 정부형태를 말합니다.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는  의회 다수파가 대통령과 동일한 정파인지 여부에 따라 야누스적인 정부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파가 같다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구성되지만, 서로 정파가 다르다면 진보・보수의 동거정부(cohabitation government)가 구성됩니다.


이처럼 대통령과 수상의 정파가 일치하느냐, 불일치하느냐에 따라 정치 현상이 달라집니다.

먼저 대통령과 수상의 정파가 동일할 때는 권한배분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양자 간 상호 협력과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이 경우 강력한 대통령제적 성격이 나타나고 수상은 대통령이 위임하는 사항만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대통령이 수상의 임명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수상의 정파가 불일치할 경우에는 양자 간에 권한배분 문제가 크게 대두됩니다.  양자 간에  경쟁과 갈등 상황을 초래하게 되고, 이 경우 수상의 권한이 대통령의 권한을 압도하는 ‘의원내각제형 시스템’이 구축됩니다.


이처럼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수상이 같은 정파일 경우와 서로 다른 정파일 경우에 따라 전혀 다른 정부형태, 즉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정부형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 좌우 동거정부


이원집정부제의 문제는 분점정부의 비효율성문제입니다.


대통령과 수상의 정파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내각책임제적 요소가 크게 강화됩니다. 이 경우 대통령과 수상이 집행권을 분점하는 형태를 띠지만, 수상이 정부를 장악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제5공화국체제하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동거정부 시기(1986~1988,1993~1995, 1997~2000) 동안 의회 혹은 내각을 중심으로 의원내각제형 정치시스템이 가동되었습니다.  다수파를 획득한 의회세력이 정치시스템을 운용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대로 수상을 임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됩니다. 비록 헌법상으로 수상 임명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속하지만,  대통령이 의회 다수파의 지지를 무시하고 수상을 임명할 경우, 극도의 정치 불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원의원 다수가 반대하는 수상은 사사건건 의회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심지어 내각불신임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의회 다수파가 지지하는 인사, 대개의 경우 제1야당의 당수를 수상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료 임면권 발동에 있어서도 자신의 의지보다는 수상의 의견을 존중하게 됩니다.


또한 다수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수상이 대부분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게 됩니다.


수상이 주재하는 내각회의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의 기능을 사실상 대체하게 됩니다.  내각회의에서 집행권의 주요 정책이  실질적으로 결정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선 내각회의에서 사전에 조율된 안건이 심의 의결될 뿐입니다.


결국 동거정부하의 수상은 국내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실질적 권한을 가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상징적 존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게다가 동거정부하에선 대통령이 헌법상 자신의 고유권한인 외교권 및 국방권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없습니다.  동거정부 하에서는 이 두 권한조차도 수상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1기 시라크 대통령 시절 5년의 동거정부 기간 동안에, 사회당 소속의 조스팽 수상은 외교권 및 국방권을 시라크에게 결코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내각 수반으로서 같은 정파의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을 관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 분점정부를 막기 위해  선거주기 일치


분점정부가 가능했던 제도적 배경은 대통령의 7년 임기와 하원의원의 5년 임기가 불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선거 주기가 일치하지 않아 하원의원 선거는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게 되었고, 이는  대통령의 소속 정파와  다수파가 다른 분점정부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됩니다. 


따라서 분점정부의 비효율을 막기 위해, 프랑스는 대통령임기와 하원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을 단행합니다. 2000년 9월 24일 국민투표로 7년의 대통령 임기는 하원의원인 국민의회의원의 임기와 동일한 5년으로 단축됩니다.   당시 여야가 개헌에 극적으로 합의한 이유는 비효율적인 동거정부의 출현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결국 2000년의 개헌은 대통령과 의회 다수파의 일치를 가능하게 하여 좌우동거정부의 발생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의 문제


그러므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의 채택은 문제 있는 발상이라는 지적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기 위한 순수한 의도에서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정 운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는 동거정부문제를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 9월에 프랑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의 임기와 국민의회 의원 임기를 동일하게 한 것도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의 정치사회가 이원집정부제 하에서 발생하는 동거정부가 바람직하지 않은 정부형태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개헌의  근본 이유는  유권자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심리를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은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 때 대통령과 다른 정파를 다수파로만들어 동거정부를 출현시키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비생산을 초래할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되어 동거정부가 형성되면 대통령과 수상은 집행부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상호협력을 모색하기보다는 정치적 경쟁자로서 늘 차기 대선을 의식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열중하게 되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프랑스의 정치에서 이상적인 분권화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었다는 점도 이원집정부제의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단지 여대야소가 되느냐, 여소야대(동거정부)가 되느냐에 따라 대통령 또는 수상 어느 한 쪽으로 권력이 집중될 뿐 이었습니다.


<위의 글은 아래 논문의 정리입니다>
오일환, ‘프랑스 이원집정부제 권력구조의 특징 분석: 한국정치에 주는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