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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ife & Movie] < 가버나움 >: 깨어있는 의식이 잠든 의식으로 전화되는 이유


12살 남짓의 소년 자인은 늘 깨어있습니다.


팔려 갈 위험에 놓여 있는 여동생 사하르를  지켜주고자 하고, 에디오피아에서 온 불법체류자 나힐의 한 살 박이 아들 요나스를 친동생처럼 돌보아 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돌봄의 노력이 한계에 이르자,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고 싶어요.’라며 개인의 한계를 공동체 전체의 노력으로 극복하고자합니다.  


자인은 이처럼 자신의 힘으로 뛰어넘기 힘들어 보이는 높은 장애물을 부수고자하는 용기를 발휘합니다.


이는 외부의 자극에 대한 자인의 빼어난 감수성과 깨어있는 의식, 그리고 이에 따른 지치지 않는 활동성의 힘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 식물 vs 동물 : 잠든 의식 vs 깨어 있는 의식


식물이나 동물이나 생존을 위해 영양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식물과 동물은 영양분을 획득할 때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의식의 정도를 달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물은 외부의 자극에 무감각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은 이점에서 식물을 ‘잠든 의식’이라 정의하였습니다. 잠든 의식은 운동성을 요하지 않습니다.  외부의 자극에 자신의 의식을 긴장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식물의 의식이 잠들어 있다는  것은 식물이 자기 충족적 삶을 살 수 있다는 점과 관련 있습니다.  


식물은  고정된 장소에서 광합성을 통해 영양을 섭취합니다. 식물은 햇빛과 대기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뿌리에서 받아들인 물과 결합하여 양분인 당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물질을 직접 생산하는 식물은  외부 자극에 예민하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 동물(인간)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합니다. 베르그송은 동물을 감수성과 깨어난 의식이라 정의하였습니다.


동물은 먹이를 얻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긴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식물처럼 멈춘 자리에서 먹이를 얻을 수 없어 이리저리 사냥이라는 활동을 필요로 합니다. 활동과 이로 인한 피로라는 대가로 생존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특히  동물(인간)은 목표를 이루고자 할 때 장애물이 가로막혀 있을 경우, 결핍과 필요의 정도가 높아져 감을 깨닫습니다. 이는 긴장된 의식으로 이어져 운동성을 강화시킵니다. 
 
동물(인간)은 이와 같이 외부충격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 점차 풍부하고 명확한 의식을 키워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장애가 긴장된 의식을 높이고, 자신을 유지 성장시켜 가는 것입니다.



◆ 한때 깨어있던 의식, 잠든 의식으로 전화될 수 있어


그런데 깨어있는 의식은  잠든 의식으로 전화될 수 있습니다. 한 때 예민하였던 감수성과 긴장된 의식이  休止라는 ‘자동성’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위험은 자기 충족적 삶에 젖은 결과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의식의 휴지는 습관이 반복되면서 외부의 자극에 의식이 둔감해지게 되어,  의식이 고착성의 덫에 걸려들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의식이 습관의 경로의존성에 빠져 더 이상 발전하기를 거부하는 마비상태, 즉 고착성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이는 ‘어떤 방향으로 더 멀리 나아가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E.C) 


결국 갱신되지 않는 소신의 고수는   경로의존적인 의식의 고착성을 초래 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검증을 소홀히 한 소신의 집착이 운동성의 부재를 초래하여, 결국 깨어있는 의식을 잠든 의식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 자신을 보존하고자하는 집착,  자유를 좌절시킬 수 있어


깨어있는 의식은, 소년 자인의 경우처럼, 운동성을 추동시켜 결국 자유를 안겨줍니다.


하지만 자신을 변화 없이 보존하려는 집착은 자유를 ‘자동성’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생존의 유지에 필요한 최소의 노력으로 운동하려는 자동성은 활동의 극대화와 날선 의식의 소산인 자유를 좌절시키고자 합니다.


때문에 베르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항구적인 노력에 의해 새롭게 갱신되지 않는다면 자유는 습관들에 의해 질식될 것이다. 자동성이 자유를 노리고 있다.”(E.C)


<참고> E.C =<창조적 진화>,베르그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