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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어기제; 자기 합리화] 그럼에도, 자기합리화는 미래의 담보

-자기합리화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
-자기합리화의 그림자 – 중독, 망상

이 남자, 참 둔해 보입니다. 여자 친구의 속 마음 하나 읽어내지 못하고 그녀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입니다. ‘난 괜찮아요’라고 하면 ‘그래 그런가 보다’합니다.

(관련기사 : < Fine> sung by Tayler Buono      http://www.ondolnews.com/news/article.html?no=1044 )


이 여자도 문제입니다. 괜찮지 않으면서 그냥 괜찮다고 합니다. 대신  ‘부디 행간을 읽어주세요. Please read between the lines.’라는 글자를 얼굴과 이마에 붙이고, 남자가 이 신호를 눈치 채어주길 끝까지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결국 무응답.  제풀에 꺾인 여자는 마음의 문을 걸어두려고 합니다.



◆ 방어기제- 부정


그런데 그 남자가 정말 미련한 곰일까요? 사람들은 ‘사실을 왜곡되게 생각하려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삐딱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외부 공격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남자는 ‘부정’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여자 친구의  욕구와 현실을 자신의 의식에서 몰아내면서, 자신이 상대에게 베풀어야 할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부정의 방어기제는 자신의 의무라는 스트레스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자기합리화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



                                        사진출처 : 블로그 Way to fly High~!



삭막한 현실과 잇따른 실패로 인한 심리적 불안이 치유되지 않게 된다면, 피해의식과 우울은 나락으로 빠져 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므로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력도 자신을 지키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어기제의 대표적인 예가 이솝우화의 신포도 (sour grapes)에서 유래한 자기합리화입니다.


여우가 나무 위에 달린 맛난 포도를 먹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키가 포도에 닿지 않자 여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먹을 수 없을 거야’


여우는 이런 합리화로 키가 작다는 자기비하에서 벗어납니다. 어차피 포도는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럴듯한 구실과 명분을 붙여 고통스런 좌절감이나 자책에서 탈출합니다.  여우는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며 내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여우같다’라는 말이 그냥 붙은 말이 아닌 셈입니다.


이처럼 자기합리화는 외부의 부정적인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므로 매서운 초자아가 자신의 실수와 실패에 강하게 비난을 퍼부을 때, 자아는  자신을 자학하며 우울증과 불안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적절한 자기 합리화는 초자아의 회초리에서 벗어나는 방어 작용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방어기제는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강다리에 올라가는 사람을  구출하는 밧줄이 되기도 한다는 주장입니다.



◆자기합리화의 그림자 – 중독, 망상


하지만  지나친 합리화는 중독성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1]


알콜중독자가 이런 강한 합리화의 예입니다. 그는 처음엔 즐거움을 얻기 위해 또는 일상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십니다. 그러다가 음주가 반복되면 그는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그는  합리화의 길로 접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주 시도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과거 음주의 즐거움을 기억하며  자신의 음주를 합리화 할 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어.’ ‘오늘 상사가 날 너무 나무랬어. 난 바보야’ 등등으로 술 마실 거리를 불러냅니다.


그는 심지어 투사의 방어기제까지 사용합니다. 세상이 자신에게 술을 먹인다고, 세상을 탓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점점 알콜 중독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지나친 합리화의 또 다른 예는 피해망상입니다.[1] 심한 자기비하나 자책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취급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공고히 합니다. 이런 합리화는 결국 병적인 자책감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일각에선 자기합리화는 ‘구렁이 담 넘어가는 비겁한 짓’이라고 비판합니다.  죄책감과 자기 성찰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결국 자기합리화의 중독에 빠져 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자기 합리화는 당장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게 하는 손쉬운 도구가 되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는 노력을 막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정체를 거쳐 퇴보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 그럼에도, 자기합리화는 미래의 담보


하지만 자기합리화는 자신을 자학하여 우울의 늪에서 빠지는 위험을 막으며,  미래를 담보하는 슬기로운 여우의 책략이라는 주장은 그럴 듯 하게 들립니다. 자기 합리화의 목표는 현재의 상황을 당장 모면한다기보다 내일을 위해 와신상담하는데 있기 때문이지요. 


발전의 동력은 모순의 발견과 해체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부딪혀 모순을 창출하는 정공법은 자칫 자신과 주변 모두를  망신창이로 만들 우려가 농후합니다. 


이 때 우리는 적합한 자기 합리화등의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을 압박하는 현실에서 먼저 탈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모순을 쌓아올리면서 내일의 비약을 기대하는 것이지요.


건강한 방어기제는 자신의 영혼의 생채기를 아물게 하면서 내일을 기약하게  하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문헌>
[1]이승민 (2017), 「자기합리화의 힘」, 위즈덤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