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로 인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든 여객선 버지니아호에서, 피아노의 바퀴 고정 장치를 푼 나인틴헌드레드(1990)는 연회장을 이리저리 미끄러지면서, 왈츠를 연주합니다. 격랑도 마법 같은 그의 연주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어떠한 충격에도 평형상태를 유지하며 마음의 중심을 잡습니다. 1900년 1월 1일, 버지니아호 연회장의 피아노 위 상자 안에서 갓난아기로 발견된 나인틴헌드레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즉흥 음악으로 표현해 낼 만큼 천재적 피아노 실력을 발휘합니다. 놀랍게도 그는 육지를 밟아 본 적이 없습니다. 선상에서 단박에 그의 영혼을 사로잡은 한 여인을 찾아 육지로 떠나는 발걸음도 되돌립니다. 육지에서, 생활인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건만, 그의 천재적 음악 감성이라면 거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건만, 이 모든 달콤한 기회조차 내려놓습니다. 결국 그는 단 한 번도 배에서 내리지 않은 채, 여객선 악단의 피아니스트로, 생활인이 아닌 美의 창조자로 바다위에서 살아갑니다. 그가 써내려 가는 삶의 책 등을 한 손으로 받치며, 비록 죽음이 그를 위협할지라도, 평생 균형을 유지해 갑니다. 그렇게 유혹하는 욕망의 지나침에도, 깨지기 쉬운 용
베버(Max Weber)는 그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비교합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신념과 행위의 일관성만을 강조하는 신념 근본주의에 빠져, 행위와 결과의 일치를 주장하는 책임윤리를 배격하고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념윤리 현실 초월적이고 근본적인 이념과 행위를 일치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존경받을 만한 행위입니다. 루터의 신념에 찬 행위는, 베버의 언급처럼,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루터는 교황청이 판매하는 면죄부가 구원에 대한 성경적 원리(칭의,稱義)에서 벗어난 것이며, 독일시민에 대한 착취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1521년, 면죄부를 판매하는 로마교황 레오 10세는 당시 독일의 통치자 찰스5세에게 루터의 복종 또는 사형을 부탁합니다. 찰스 5세는 루터에게 자신의 신념을 굽힐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루터는 자신의 신념이 성서와 양심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그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혔습니다. 이후 그는 친구 프레더릭의 보호를 받으며 라틴어로 쓰인 신약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성직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성경을 라틴어를 모르는 평민들에게 전파하였다. 이처럼
필연과 꿈의 긴장은 그 둘 사이의 화해를 요구합니다. 마법의 열쇠로 어두컴컴한 필연이란 監獄의 자물쇠를 열고 그곳에서 탈출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빛나는 꿈의 城을 몽상할 뿐입니다. 열쇠공 진철이 그렇습니다. 닫힌 남의 집 문은 귀신같이 열어도, 자신의 답답한 현실로부터 탈출할 열쇠는 정작 쥐고 있지 못합니다. 그의 아내와 큰 딸은 집을 나갔습니다. 가족이 아파트에서 함께 오순도순 살아 보겠다는 꿈, 지구 반대편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해보겠다는 소박한 꿈은 그저 꿈꾸기에 그칠 뿐입니다. 이러한 꿈과 현실간의 괴리가 가져오는 긴장은 어느새 진철에게 냉랭한 체념으로 전환됩니다. 그런데 진철의 폐쇄된 우리에 열쇠구멍 같은 크기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듭니다. 신문사 편집 기자인 진철의 작은 딸 은서가 살던 집의 계약 만료로 새 집을 구하기 전까지 진철과 함께 살게 된 것입니다. 창 없는 방의 벽에 붙어 있는 환상적인 푸른 바다와 하늘이 그려진 달력 그림을 바라보며 몽상에 젖어 있던 진철의 마음에 봄날의 따뜻함이 다시 스며듭니다. 은서를 위해 복숭아 김치를 담그고 핑크색 수건을 준비합니다. 밤 늦게 퇴근하는 은서를 지하철역까지 마중 나갑니다. 이렇게 진철을
제도 도입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이익 충돌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제도 도입으로 한 집단의 이익이 높아지면, 또 다른 집단 의 이익이 감소하는 음(-)의 상관관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제도 개혁의 성패는 이해관계들 간의 이익 조정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이에 대한 실례의 하나입니다. 과로사 위험이 가중되고 있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근로시간단축이 법제화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경쟁력 약화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도 저성장 저물가라는 작금의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경제 분야의 핵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논의 배경 근로시간단축이 가져오는 이해 관계자들 간의 이해 상충관계에 대한 해법으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의 확대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즉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논의는 2018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주52시간 근로상한제한의 법제화로부터 비롯됩니다. 주당 최다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삶의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간 법안 중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한 여야의 견해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사법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준사법기관으로 검찰에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검찰외의 기관, 예컨대 공소권을 갖춘 공수처를 추가로 허용할 것인가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즉 한편에선 세계 어디에도 공소권을 가진 공수처 같은 준사법기관은 없다라는 주장에 대해, 또 다른 쪽에선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입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검찰이 사회문제의 최종심판자로 나서고 있다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 기소권을 보유한 공수처를 지지하는 논거 기소권을 보유한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한 논거는, 로마법언 또는 common law의 언급처럼, 일반적으로 자기 정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수사권 및 기소권이 있는 기관이 검찰을 통제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심판자이면서 당사자로서 활동할 수 없으므로, 사람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로마법언)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는 경우에 자기 사건을 자신이 조사 할 수 없다.”(미국 common law)] 즉 자기편 사건을 자기기관이 제대로 수사, 기소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
‘각자에게 그의 (정당한) 몫을’ 우리는 이 正義의 개념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체계로 이해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존엄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형식이 ‘빈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에 곧 이르게 됩니다. 형식을 채우는 내용은 우리의 열정과 의지에 달려있다고 믿어왔습니다. 때문에 고된 노력, 뜨거운 갈망으로 각자의 몫을 얻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라는 과녁에의 명중 여부는 개인에게 주어진 조건인 활과 화살의 우수함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곧 이해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불공정한 조건에 대해 ‘정의가 있는가?’라고 분노하지만, 그 분노를 곧 거두고 운명에 순응합니다. 자연의 우연한 작용이라는 運의 위력에 의해, 열정에 대한 응분의 대가는 얻어 질 수 없다는 체념에 젖게 되는 겁니다. 왜냐면, 운은 나의 의지와 분리된 힘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건에 대한 의문과 공정사회에 대한 열망 그간 2개월여 간, 우리는 출생의 조건이 낳는 왜곡된 사회 구조를 씁쓸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운이 정당한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컨대 어떤 농부가 정성껏 농사를 지었는데 예측하지 못한 태풍과 홍수로 농사를
1990년대 이후 부상한 라틴아메리카의 좌파정부들이 우파 정당들에게 정권을 빼앗기며 퇴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선 현재 극우 성향 정당인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메시아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정권을 맡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대통령은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 '열대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극우 정치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칠레에선 현재 좌파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을 이어 중도 우파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대통령입니다. 그는 억만장자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라틴아메리카의 다수의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와 결별하고 우파 정당을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부의 퇴보, 그 원인은? (이상현외) 우선 유권자들의 좌파정부에 대한 반감은 좌파정부의 평등 지향적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입니다. 과거 좌파정부의 부상은 극심한 빈부격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를 극복해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좌파정부의 정권획득으로 이어졌고, 좌파정부는 극빈층의 지원정책〔브라질 룰라정부의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베네수엘라의 미션(Misión), 아르헨티나의 헤페스 이 헤파스 데 오가르(Jefes y Jefa
사회전체의 행복을 위해 개인과 소수자의 이익과 권리는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정의도 목적이 아닌 사회적 행복을 높이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결과주의와 전체주의에 빠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때문에 롤즈(J. Rawls)는 다수자의 기본적 자유의 확보를 위해, 개인 특히 소수자의 기본적 자유를 희생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 이와 같은 결과주의와 전체주의를 야기하는 사상은 존 스튜어트 밀(J.S. Mill)의 정의관으로부터 비롯됩니다. ◆ 밀의 정의관 어떤 지역의 국회의원이 일부 유권자들에게 돈을 주고 당선되었습니다. 그 지역외의 전체 유권자들은 그 국회의원에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그 의원은 자신의 공적(功績)으로 당선 된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정당하게 선거운동을 한 다른 후보들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한 방법은 그 의원이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밀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언제나 기쁨과 만족을 안겨준다.”라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정의에는 공적에 따른 분배, 위반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
오늘의 곡 “Hungry Eyes”는 영화 <더티 댄싱(Dirty Dancing)(1987)>의 OST입니다. <더티 댄싱>은 의사 아버지를 둔 베이비(제니퍼 그레이)와 댄스 교사인 자니(페트릭 스웨이즈)의 계층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두 사람은 구별된 각자의 세상에 속해 있지만, 계급을 구분하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상대를 갈망하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에릭 카멘(Eric Carmen)이 부릅니다. “Hungry Eyes” https://www.youtube.com/watch?v=6oKUTOLSeMM ◇ I've been meaning to tell you I've got this feelin' that won't subside I look at you and I fantasize You're mine tonight Now I've got you in my sights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어요.(아직 말 못했지만) 이 감정이 가라않지 않는다고... 당신을 바라보고 상상하지요. 오늘 밤, 당신은 나의 것 지금 당신은 나의 꿈이지요. *I've been meaning to tell you [이 문장은 "I wanted to te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회적 약자에게 꿈같은 소리입니다. 부모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예컨대 부모의 학력, 부모의 인맥, 입시에 대한 정보력)이 자녀의 고상한 취향과 스펙이라는 아비투스, 즉 문화자본을 축적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모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자녀의 문화자본이 명문 대학입학이란 문화자본을 낳습니다. 이는 다시 신분상승이란 문화자본과 고소득의 경제자본으로 이어집니다. 이러니,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학종의 성격 부모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이 빛을 발하는 분야가 대학입시 전형의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입니다. 학종이 활성화 된 때는 MB정부 시절입니다. 학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정부 시절 학생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정부 방침 아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 속에서 추진되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과 맞물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학생 모집 비율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을 우선으로 선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꿈과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입시 제도로써 기대를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