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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보수의 재구성 : 강한 자유 ] 소극적 자유에서 '실효적 자유'로 -선택지가 없는데 선택의 자유라고?

-윤석열과의 절연은 맹목적 소극적 자유 이데올로기와의 절연이 되어야
- 한국판 MAGA인 '강한 자유'를 향하여
-보수의 위기는 보수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비롯

최근 한국 보수 진영 내에서 12·3 계엄을 기점으로 보수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의 진앙은 단순히 특정 사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철학적 근간인 ‘자유’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소극적 자유’의 한계와 실종된 선택지


과거 한국 보수 정치가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공식은 이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잠재성장률 하락, 극심한 양극화, 권력의 정파적 사유화라는 구조적 장벽이 개인의 ‘소극적 자유(비간섭)’를 실현할 토양 자체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가 표방하는 ‘간섭받지 않을 자유’가 유효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에게 선택 가능한 대안이 주어져야 합니다. 자유로운 선택은 고를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할 때 비로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선택지가 사라진 사회에서 자유란 이름뿐인 권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구조적 모순이 선택의 기회마저 박탈한 상황에서, 자유만을 외치는 것은 기득권 수호를 위한 공허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 MAGA가 던진 메시지: 구조가 자유를 억압할 때


이러한 문제의식은 미국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남긴 질문과 결을 같이 합니다.


MAGA의 등장은 전통적인 보수의 수단만으로는 보수의 핵심 가치인 소극적 자유를 실제로 향유하기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산업 기반의 붕괴와 구조적 불평등이 개인의 선택지를 줄여버린 결과, ‘간섭하지 않는 국가’는 더 이상 시민의 자유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지 못했다는 반성입니다.


◆'생산가능곡선'과 '위대한 개츠비 곡선'


이러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구조적 모순을 설명하는 그래프가 '생산가능곡선'과 '위대한 개츠비 곡선'입니다. .


① 생산가능곡선 (PPF)




생산가능곡선은 한 경제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생산할 수 있는 재화들의 조합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곡선 A–B–C–D–E는 주어진 자원과 기술 수준에서 선택 가능한 최대 생산 조합을 의미합니다. 이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국가 차원의 생산가능곡선(PPF)이 안쪽으로 수축하면, 이는 곧 국가 전체의 ‘파이’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개인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직업·소비·투자의 대안 집합도 절대적으로 축소됩니다.


이처럼 국민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물리적·구조적으로 축소되는 것은 곧 개인이 향유할 수 있는 자유의 실질적 영토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택할 대상이 사라진 상황에서 '선택할 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논리적 형용모순에 불과하며, 이는 결국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제한으로 귀결됩니다.


② ‘위대한 개츠비 곡선’과 자유의 장벽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개인의 선택지를 좁히고 신분 이동을 고착화하는지를 설명합니다.


⒜X축(소득 불평등): 지니계수가 클수록 소득 격차가 심한 사회를 뜻합니다.


⒝Y축(세대 간 소득 탄력성, IGE): IGE는 부모 소득이 자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부모 소득이 1% 높을 때 자녀 소득이 평균보다 몇 % 더 높은가”를 나타내는 계수입니다. IGE가 크다는 것은 부모 소득과 자녀 소득의 상관관계가 강해, 부모의 소득 위치가 자녀의 소득 위치까지 ‘지속(persistence)’되는 비율이 크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IGE가 커질수록 소득 대물림이 심화되고 자녀가 부모와 다른 계층으로 이동할 여지는 줄어들며, 그 결과 사회 전체의 계층 이동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래프가 우상향: 이는 불평등이 심할수록(X),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질 가능성(Y)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는 현재 세대의 불평등이 다음 세대에게는 ‘선택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결국 그래프 우상향으로 인해, 보수가 말하는 ‘선택의 자유’는 실체가 없는 구호가 됩니다.



◆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의 오판


이 한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거론됩니다. 즉 윤정부는  자유를 뒷받침할 선택지와 기반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 채 ‘소극적 자유’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곧바로 R&D 예산 축소와 의대 정원 확대 논란에서 구체적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① 기술 혁신의 뿌리를 흔드는 R&D 예산 축소


윤석열정부는 R&D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정부지출을 줄이면 민간 투자를 밀어내는 구축효과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참고:여기서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는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이나 재정적자 확대가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예컨대 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정부의 대부자금 수요가 급증합니다. 이에 따라 대부자금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단기적으로 대부자금의 총 공급량은 가계·기업·외국인의 저축으로 제한되어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가 급증하면 시장 균형이 재조정되면서 균형 이자율이 상승합니다.


이자율 상승은 기업의 차입 비용을 직접적으로 높여주어, 투자, 소비 지출이 감소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부 지출 증가로 총수요가 일시적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있더라도, 민간 투자와 소비의 감소분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합니다. ]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신고전학파 성장 이론의 본질을 간과한 치명적인 실책이었습니다. 신고전학파 이론은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이 단순한 자본 투입을 넘어 기술 혁신과 인적 자본 개발을 통한 '총요소생산성(TFP)'의 향상에  의존한다고 가르칩니다.


윤석열 정부가 단행한 R&D 예산 축소는 바로 이 성장의 엔진인 TFP를 높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행위였습니다. 기술 혁신이라는 토양이 척박해지면 정부가 아무리 구축효과를 막아 민간 투자의 길을 열어준다 해도, 기업들이 투자할 매력적인 대상 자체가 사라져버려 결국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의 발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총요소생산성의 정체 또는 감소는 생산가능곡선(PPF)의 관점에서 볼 때, 곡선 자체를 안쪽으로 수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국가 차원의 생산 가능 영역이 줄어들면, 국민 개개인이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투자, 일자리등의 대안들은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기회의 상실을 넘어 실질적인 '자유의 총량'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으며, 국민의 자유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② 경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의대 정원 확대의 함정


또한, 매년 2,000명 규모로 추진되었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역시 거시경제적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의료 공급의 확대는 분명 국민 후생을 높일 수 있는 요소이지만, 이는 반드시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 창출과 그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만약 산업 생태계가 정체되어 기업의 부가가치가 감소하고 국민의 소득이 줄어든다면, 국민의 실질적인 의료비 지불 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건강보험료 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의료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돌아옵니다.


이 현상은 환자 개인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실효적 '선택지'를 박탈하는 것이며, 경제적 결핍이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또 다른 형태의 자유 제한으로 이어집니다.


◆ 인적·구조적 결함: 정치적 영입의 책임과 시스템의 붕괴


이러한 정책 실패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① '정의' 중심의 국정 운영과 청사진의 실종


윤 대통령은 국정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평생을 몸담았던 검찰의 시각, 즉 '사법적 정의' 중심으로만 국가를 운영하다 보니 거시적인 국가 경영의 장기 청사진을 놓치게 되었습니다.


즉 윤 전 대통령은 국가는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장이 아니라, 국민의 후생을 증대시키기 위한 복잡한 경제적·사회적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곳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 겁니다.  


더구나  이러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시야를 넓히고 정책적 오류를 제어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좌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② 소극적 자유에 매몰된 기반 축적의 실패


결과적으로 정부는 '비간섭'이라는 소극적 자유의 가치에만 매몰되어, 국민 후생 증대를 위한 실질적 기반인 인적 자본 개발과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 축적에 실패했습니다. 자유를 누릴 '조건'을 만드는 일은 방기한 채, 자유라는 이름만 외친 것입니다. 


③ 보수 기득권 세력의 구조적 책임


더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 개인보다는 그를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 주류 언론에 있습니다. 이들은 정권 획득과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 경영에 대한 철학이나 지식이 부족한 외부인을 '구원자'로 초빙하여 자신들의 안위를 도모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의 기득권은 윤석열이라는 개인을 자신들의 정파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겁니다.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가 결국 12·3 계엄 사태라는 비극과 보수의 궤멸적 위기를 불러온 본질적 배경입니다.


④ 근시안적  논리의 함정


현재 여권 내부의 분란 역시 본질을 비껴가고 있습니다. 


논의의 핵심이 '중도로의 진영 확대'나 '지방선거 승리 공식'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과의 공학적 절연 → 강경 세력과의 단절 → 중도층 흡수 → 지방선거 승리"라는 시나리오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정치공학의 산물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보수의 위기를 단순히 '특정 인물'의 문제로 치부하는 오판에서 비롯됩니다. 보수의 위기 탈출은 이러한 공학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보수가 지향하는 자유에 대한 분명한 개념 정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유능한 국가 운영이 뒷받침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입니다.


때문에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인물과의 ‘절연’ 자체가 아니라 윤 정부가 보여준 추상적 자유 이데올로기와 감성적·근시안적 정책 기조와의 단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MAGA와 같은 확고한 현실 토대적 논리가 정립되지 않는다면, 보수 정치는 다시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 강한 자유를 위한 국가의 네 가지 핵심 역할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보수가 새롭게 정립해야 할 이론적 토대는 ‘한국판 MAGA’, 즉 ‘강한 자유’입니다. ‘강한 자유’란 이름뿐인 소극적 자유를 현실에서 실효화하는 실질적 자유를 의미합니다. (강한 자유는 학술용어가 아니라 기자의 조어입니다.)


보수주의를 단순히 ‘작은 정부’와 동일시하던 시대는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자유가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자유의 공백’ 현상 앞에서, 국가는 더 이상 관조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는 무분별한 국가의 비대화가 아니라, 자유의 실효적 조건을 수호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국가 기능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 기능의 재구성이 지향하는 종착지가 바로 ‘강한 자유’입니다.


강한 자유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특징을 지닙니다.


① 실효적 자유를 위한 물적 토대 사수


보수정치는 이름뿐인 자유가 아닌 실효적 자유를 위한 토대를 지켜야 합니다.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가 무너진 곳에서는 시민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집니다. 기반이 없는 자유는 법적으로만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수의 소명은 단순히 국가가 뒤로 물러나겠다는 방관이 아니라, 국민이 삶의 경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경제적 터전과 산업의 토대를 책임지고 지키는 든든한 발판이 되는 것입니다.


강한 자유는 감세에만 만족하는 약한 자유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단단한 기반을 유지하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② 비지배 상태의 완성을 위한 공정 질서 확립


보수정치는 그 어떤 임의적 권력도 내 삶을 휘두르지 못하는 비지배의 상태를 완성해야 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국가의 간섭이 없는 것을 넘어, 부패한 카르텔이나 이익집단 같은 임의적 권력에 내 삶이 종속되지 않을 때 완성됩니다. 줄이 없으면 기회가 막히고 특정 집단이 법 위에 군림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이 누군가의 시혜나 허락에 목을 매는 비굴한 처지로 내몰리게 됩니다.


그렇기에 보수는 규칙을 파괴하는 반칙 세력을 엄단하고 공정 경쟁의 토대를 복원하는 사법적, 행정적 집행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는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라 법치의 집행이라는 의미에서 보수적 국가 역량의 핵심이며, 평범한 시민의 존엄을 지키는 일입니다.


③ 전략적 국가: 경제 생존권과 기술 주권 보호


보수정치는 대외적 위협으로부터 경제 생존권을 사수하는 전략적 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략적 국가의 관점, 행동,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관점: 자유의 물적 토대를 방어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과 기술 주권이 무너지면 개인의 선택권은 사라집니다. 국가는 대외적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경제적 영토를 사수하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 행동: 핵심 요충지에 선택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모든 산업에 개입하는 큰 정부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미래 패권 기술 등 국가 전체를 좌우하는 요충지에 역량을 투입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 목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외부의 압력이나 자원 무기화에 휘둘리지 않는 자생력을 갖춰, 시민이 대외 충격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주권적 공간을 보호합니다.


④ 법치에 의한 유능한 권위의 확립


이 모든 국가 역량은 오직 법치라는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합니다. 강한 국가란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독재가 아니라, 법치의 틀 안에서 기민하게 작동하는 유능한 권위여야 합니다. 법치가 작동할 때에만 국가의 힘은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유를 지키는 방패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  ‘강한 자유’의 보수를 향하여


현재 보수 진영이 겪고 있는 대혼란은 근시안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지방선거 승리에만 매몰되어 보수의 본질적 위기를 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선 승리에서 대선 승리로 이어지는 공학적 흐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보수가 지향하는 '자유'의 본질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정리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강한 자유'의 소환입니다. 


'강한 자유'란 국가가 소극적 방관을 넘어, 국민이 실질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Options)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실효적 기반의 정치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립될 새로운 노선이야말로 한국판 MAGA, 즉 '강한 자유의 보수'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적인 토대가 될 것입니다.